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앵두나무 옆에서

채송화 조회수 : 1,366
작성일 : 2024-06-01 20:39:11

울어머니,

마당가에 앵두나무 서너그루 심으시고

해마다 뿌듯하게 바라보셨지.

얘야~ 앵두익었는데 따러 오려무나.

초여름, 외며늘 내려오라 유혹하시면

나는 어머나 너무 예뻐요 호들갑떨며

술담그고 씨뱉으며 먹어대고 하하호호.

 

그러다 어머니 치매진단 받으시고

주간보호센타 다니실때, 아들은 엄니곁에서

꼬박 2년을 보살피며 농사일 배워놓고

웃픈 추억들 차곡차곡 쌓이놨지.

주말에 반찬 만들겸 내려오면 

엄니는 마당끝 앵두나무를 붙잡고 엉거주춤

쉬를 하시고, 나중엔 간신히 쪼그려 앉아

응가도 하시고, 

그렇게 거름을 주시곤 했지.

 

지금은 요양원 가신지 3년반.

엄니의 앵두는 양귀비꽃이랑 장미랑 같이

빨강색으로 단합대회 하는듯 마당을 밝히고

엄니만 안계신 이 여름, 이 집에선

아직도 철없이 늙어가는 며느리만

앵두따서 또다시 술을 담그네.

나도 엄니처럼 저 앵두나무에 의지해

쉬를 하는 그날이 오겠지.

 

개구리 개굴개굴대는 이 시골집.

이곳에서 나는 그렇게 

앵두처럼 익어가고 있다네.

.

 

IP : 211.234.xxx.120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4.6.1 8:40 PM (116.42.xxx.47) - 삭제된댓글

    잔잔한 수필 한편 잘 읽었네요
    앵두술은 처음 들어요
    맛있나요^^

  • 2. 별초롱
    '24.6.1 9:10 PM (114.203.xxx.84)

    어우~82엔 왜이렇게 글을 잘 쓰시는 분들이 많으신가요
    늦은 저녁먹고 베란다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읽는데
    뭔가 콧등이 시큰해지면서 한 장면 한 장면이
    마치 나도 그 세월을 본듯
    스르륵 넘어가네요

  • 3. 아~
    '24.6.1 9:44 PM (223.39.xxx.156)

    그립네요 앵두나무~~ 시골집~~ 눈에 그려지는듯

  • 4. 저도
    '24.6.1 9:56 PM (220.117.xxx.61)

    저도 어릴때 한옥마당에 앵두나무가 있었어요
    하얀꽃이 피고 지고나면 앵두가 열렸었죠.
    저도 땅에 앵두나무 키우려고 당근에서 아주 애기애기한 나무를 3개샀어요
    잘 키워 앵두 먹으려구요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 5. as
    '24.6.1 11:09 PM (14.53.xxx.152)

    저 요즘 친정엄마가 따주신 앵두 먹기 바빠요
    앵두주 비법 알려주세요

  • 6. ...
    '24.6.2 1:33 AM (125.189.xxx.187)

    - 鄕居暮春 [향거모춘] -

    綠葉櫻桃赤熟成 [녹엽앵도적숙성]
    野薔茨上破蟾耿 [야장자상파섬경]
    金波廣墅微豊浪 [금파광야미풍랑]
    皎照泉中艶汝榮 [교조천중염여영]

    - 저문 봄 고향에서 -

    푸른 잎새 앵두가 붉게 익어갈 제
    찔레꽃 가시 위로 달빛이 부서진다.
    금물결 넓은 들은 미풍에 일렁이고
    달빛 어린 샘물에는 고운님 웃고 있네.

  • 7. 동고비
    '24.6.2 9:43 AM (1.246.xxx.38)

    82쿡의 매력이죠 이런 글을 만날 수 있는게~~어제 앵두나무 보고와서 글을 보니 더 감동입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804561 인스타 릴스마다 나오는 남자 목소리 그거 뭐에요? ㅁㅁ 01:47:24 50
1804560 상가를 빨리 팔고 싶어요. 방법 공유해 주시면 감사하겠어요. 전쟁개입반대.. 01:11:56 298
1804559 명언 - 무한한 부와 권력을 지닌 사람 ♧♧♧ 01:07:16 192
1804558 제미나이가 자꾸 자라고 8 제미 01:05:47 563
1804557 치열치질치핵에 좋은 거 뭐예요? 3 김dd 01:00:31 243
1804556 대학생용돈. 얼마가 필요할까요. 9 .. 00:50:55 371
1804555 주차장사고 2 carina.. 00:30:27 539
1804554 닭똥집볶음 할때 연하게 어떻게 하나요? 2 0707 00:27:39 232
1804553 건강염려증...이렇겐 못살겠어요 11 ㅇㅇ 00:22:24 1,312
1804552 책정리합니다 4 바람소리 00:15:08 568
1804551 삭천호수 주변 도서관 있을까요 3 뻥튀기 00:10:07 251
1804550 악의축 3 ... 00:07:52 415
1804549 유시민 질문에 ‘보법이 달랐던 이재명’ 24 이잼 00:03:06 962
1804548 일본 가구 잘 아는 분 계신가요.  5 .. 00:01:11 423
1804547 한준호 유시민에 제대로 긁혔나봐요 24 ... 2026/03/23 1,744
1804546 3일 아팠더니 얼굴 너무 예뻐졌어요 8 2026/03/23 1,576
1804545 1억 적금 넣은거 isa 계좌에 넣으려는데요 1 ..... 2026/03/23 1,055
1804544 트럼프 "쿠슈너등 美대표단, 이란 최고위급과 협상했다&.. 7 .. 2026/03/23 2,927
1804543 요즘 커뮤들 왜 BTS 공연에 대해 안좋게 말하는지 아시나요.... 45 ㅎㄷ 2026/03/23 2,590
1804542 알뜰폰 통신사 소개해주세요 5 통신사 2026/03/23 485
1804541 통신사 고객센터 일 많이 힘들까요??? 2 2026/03/23 544
1804540 꿈에 대통령이!! 6 &&.. 2026/03/23 773
1804539 아기가 아직도 말을 못해요..평생 못할까요..? 41 엄마 2026/03/23 4,539
1804538 개장한 미국주식 시황 12 ㅇㅇ 2026/03/23 3,882
1804537 종량제 쓰레기봉투 구 상관없나요? 12 서울 2026/03/23 1,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