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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당근에 나온 알바도 해봤어요

ㅇㅇ 조회수 : 7,265
작성일 : 2023-01-12 20:00:55
1년동안 자격증 공부하면서
살았더니,
가뜩이나 친구도 없던 제주변이
눈쌓인 절간처럼 고요하기만 하더라구요.

전화오는곳도,
전화 할곳도 없으니
제가 머물다가 일어선 자리위의 먼지까지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것같이 
제주변은 늘 조용했어요.

그러다가,
당근에서 집청소, 정리정돈에 탁월한분을
구하는 글에 지원을 했어요.
총 20명이 지원했고,기대도 하지않았는데
월요일인 내일부터 와보라고 해서
갔어요.

공동현관앞 벨을 누르고
한참 울리는 벨소리에 제 심장도 두근두근.

그렇게 해서 문이 열리고
도착해서 들어가보니,
50평짜리 아파트였어요.
중문까지 걸어가는 현관이 진짜 길고 크더라구요.

첫날은 온집안의 유리창청소.방충망청소
그 50평집안에 있는 모든 유리는 전부 신문지와 극세사.
세제를 이용해서 전부 닦고,틈새및, 몰딩전체를 다 닦았습니다.

둘째날은, 화장실청소및, 온집안의 문짝들 물걸레질후 마른걸레질하기.
메인주방과, 보조주방 전부 청소하고 서랍들 모두 닦고 용도에 맞게
다시 완전정리해두기.

세째날은 콘센트마다 닦아두고, 의자및 물건들 다 닦아두고 
책정리및..신발장닦고 정리해두기
그동안 버려진 걸레들과 신문지들이 몇박스씩 나갔고
묵은 때들을 벗겨낸 철수세미들이 많이도 버려졌어요.

방마다 상당히 많은 짐들이 방치된채
먼지를 뒤집어쓴 모습들이 상당히 오래전부터
비워진집이라는게 보였고,

유행이 한참지난 비싼 의자, 장식장, 그릇들.레이스달린 옷들.
세월이 어느 한순간에서 멈추어있는 넓은 집의 베란다는
타일이 군데군데 깨져있고, 
햇빛밝은 아침 9시에 가서, 해저무는 5시20분까지 있다보면
음영이 깃든 그 조용한 집이 갑자기 무서워집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탁자 여기저기 나뒹구는 진단서들이
생전에 병원에서 받았던 병명이고
이미 고인이 되어 오래전에 빈집이 된 집이었더라구요.

일잘한다고,
내일 또 와달라고 해서
그렇게 사흘을 가서 정리할때
짐이 어쩌면 그렇게 많은지 그것도 놀랍지만
현관이 어쩌면 그렇게 크고 긴지.
제 평생에,,
아마 그런 큰 현관은 두번다시 만날일이 없을것같아요^^
또 어마어마하게 많은 유리창들.
50평이 참 큰집이었어요^^

어쨌든 제가 처음 알바한집이
그냥 우리집을 쓸고닦듯 하면 될줄알았는데
디테일하게 모서리들을 청소하고 왔습니다.
정말 청소의 정석을 다시 배운것같아요.

당근에 첫도전을 한집이
고인의 집^^
저녁이면 베란다창문너머로 노을이 붉게 지고
불켜진 거실인데도 그늘이 지면
얼른 집에 가고싶어지게 등에 한기가 들던집이
마무리가 다 끝난뒤 
집주인분이 이 세상에 안계신다고..

제 첫알바.
사흘동안 나가서 열심히 일하고 받은 돈 24만원.
더없이 소중한 돈의 크기였어요^^
솔직히 일 못한다고 오지말라고 하면 어쩌나 했는데
집안의 먼지를 닦아내는동안 
마음속에 쌓이는  여러 상념들.
겹겹이도 쌓입니다.
사실 그 마음속에 쌓이기만 하는 
생각들 벗어버리려고 간건데.


IP : 119.71.xxx.203
3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3.1.12 8:02 PM (125.130.xxx.233)

    어머 너무 싼값 아니였나요 고생하셨습니다

  • 2. 그정도면
    '23.1.12 8:03 PM (123.199.xxx.114)

    입주청소의 강도인데요.

  • 3. 원글
    '23.1.12 8:05 PM (119.71.xxx.203) - 삭제된댓글

    그래서, 평일에 가능하다고 했던 제게 차례가 돌아왔나봐요..

  • 4. 삼일에
    '23.1.12 8:08 PM (175.223.xxx.126)

    24만원 날강도네요

  • 5. 진짜
    '23.1.12 8:11 PM (115.143.xxx.182)

    입주청소보다 더 꼼꼼히 해주신거같은데 넘 싸네요.
    6년전에도 평당 만원이상 받던데 최소50은 받고 할일 고생많이
    하셨네요.

  • 6. 원글
    '23.1.12 8:11 PM (119.71.xxx.203)

    그래서 평일만 가능하다고 했던 내게 차례가 온거였구나 하는 생각도 들긴했는데,
    그래도 괜찮았어요^^.
    그런데 50평, 참 크더라구요,아마 그런집 그전에도 못만나봤고 다음에도 못만날것같아요.
    그런 경험도 괜찮은것 같아요,그런데 그런 큰집은 청소를 진짜 어떻게 하고 사나요.

  • 7. 쓸개코
    '23.1.12 8:12 PM (211.184.xxx.199)

    원글님이 글을 잘 쓰셔서 제 눈앞에 그집의 장면장면들.. 노을이 사라져가는 순간까지 그려지네요.
    읽는데 왠지 숙연해집니다. 고생하셨어요.

  • 8. 원글님
    '23.1.12 8:14 PM (118.235.xxx.251)

    혹시 거주지가 경기남부면 부탁드리고싶네요. 우리집 청소요

  • 9. 와~~
    '23.1.12 8:15 PM (39.7.xxx.196) - 삭제된댓글

    앞으로도 종종 써주세요.
    같이 정화되는 느낌.

  • 10. zz
    '23.1.12 8:21 PM (112.151.xxx.59) - 삭제된댓글

    뭔가 영화 한 장면 본 것 같아요
    수고비는 좀 아쉽네요

  • 11. ...
    '23.1.12 8:21 PM (222.98.xxx.31)

    고생하셨어요.
    참 값진 돈이죠.
    고인이 되신 분도 고마워하실 것 같습니다.
    생과 멸의 먼지를 닦고 오신 얘기가
    참으로 진솔하고 좋습니다.
    종종 글 올려 주십시오^^

  • 12.
    '23.1.12 8:27 PM (221.143.xxx.171) - 삭제된댓글

    시간당만원 넘싸네요 최소1만5천은줘야지ㅠ

  • 13. 탁월한분?
    '23.1.12 8:28 PM (221.143.xxx.171) - 삭제된댓글

    시급만원에무슨탁월 주인참뻔뻔한거아니가요?

  • 14. 원글
    '23.1.12 8:34 PM (119.71.xxx.203)

    아니에요,
    먼지들을 닦는데 시급으로 계산하기이전에
    제게 많은 생각을 거듭하게 해준 시간들이었어요,
    누군가는 떠나고 그 떠난자리에 누군가는 어떤 형식으로든
    있을거에요, 시간이 어느 한순간 멈춘 그 공간에서 유한한 존재인 인간들이
    그 자리에 오고가고 있잖아요,
    근데 먼지들 그래도 공처럼 뭉쳐져있으니까 그나마 고맙더라구요.
    흩날려봐요, 다 어떻게 청소해..

  • 15. 튼튼이엄마
    '23.1.12 8:41 PM (112.152.xxx.167)

    원글님 글솜씨에 소설책을 읽듯 앍어 내려갔어요. 종종 글 써주세요... 이런 글 읽으며 82하는 맛이나요

  • 16. 이야
    '23.1.12 8:41 PM (121.176.xxx.164)

    항상 감사함으로 살고 있는 원글님의 삶의 철학이 보이는 글.
    따뜻따뜻.

  • 17. ..
    '23.1.12 8:45 PM (1.241.xxx.172)

    82에서 추천 받아서 읽은 책
    죽은 자의 집 청소
    연상되네요.

    물욕이 사라지는 글이에요. 원글님 감사합니다

  • 18. 쓸개코
    '23.1.12 8:45 PM (211.184.xxx.199)

    생이 마감된 후.. 원글님같은 분이 정리마무리를 해주는것도 참 복이겠다 싶습니다.

  • 19. 원글
    '23.1.12 8:47 PM (119.71.xxx.203)

    죽은자의 집청소라는 책도 있었군요, 어머 몰랐어요^^
    무슨 내용인지, 먼저 궁금해지네요, 메모했다가 꼭 읽어봐야지..

  • 20. 근데
    '23.1.12 8:48 PM (182.172.xxx.136) - 삭제된댓글

    50평이 말씀처럼 그렇게 크지 않아요. 30년 가까이 30평부터50,60,70평대 다 살아봤어요. 혹시 60평대인데 돈 조금
    주려고 50평이라 한거 아닌가 싶네요.

  • 21. 아쉽다
    '23.1.12 8:50 PM (180.69.xxx.124)

    글은 너무 좋은데요

    수고비는 아쉬워요.
    며칠 전 35평 입중청소하고 40만원 드렸는데.

  • 22. 저도 책 추천
    '23.1.12 8:53 PM (118.235.xxx.251)

    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
    라는 책도 읽어보셔요.

  • 23. 따뜻한
    '23.1.12 8:54 PM (61.76.xxx.113)

    맘을 가지신분
    글 참 잘쓰신다고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 24. ...
    '23.1.12 8:56 PM (221.160.xxx.22)

    제가 다 화가나네요.
    뭡니까 그거의 세배는 받으셔야해요.
    솔직히 짐 없는 입주청소가 훨 쉬운건데 더 비싸잖아요.

    원글님 자신의 수고를 헐값에 팔지마세요.

  • 25.
    '23.1.12 9:03 PM (14.44.xxx.60)

    원글님
    당장 작가 시작하세요
    제가 한독서하는 독서계의 황소개구리인데요 근래들어 이리도
    진솔하고 다정한 글을 본적이 없네요

  • 26. 음냐
    '23.1.12 9:12 PM (112.171.xxx.141)

    24라니...ㅠ 날강도네요..
    시급 1만원인거 아닌가요?
    몸쓰는 일인데 너무 심해요

  • 27. 작가
    '23.1.12 9:21 PM (118.176.xxx.105)

    님이 글을 쓴거 같아요
    표현력이 대단합니다
    뭉클한 감동이....

  • 28. 50
    '23.1.12 9:35 PM (39.7.xxx.14)

    평안큰데요
    음 당근에서 구하셨다니 저도 차아볼케요

  • 29. ㅇㅇ
    '23.1.12 9:49 PM (61.254.xxx.88)

    무슨일을해도 배울 사람입니다. 보통 인격이 아니시네요

  • 30. 그러게요
    '23.1.12 9:58 PM (58.224.xxx.149)

    50평 그렇게 놀랄정도로 안커요
    아마도 58평정도를 그냥 50평 한듯요

  • 31. 그럴수도
    '23.1.12 11:49 PM (116.32.xxx.22)

    50평이 말씀처럼 그렇게 크지 않아요. 30년 가까이 30평부터50,60,70평대 다 살아봤어요. 혹시 60평대인데 돈 조금
    주려고 50평이라 한거 아닌가 싶네요.22

  • 32. ...
    '23.1.12 11:50 PM (211.206.xxx.191)

    당근 청소 글 잘 읽었습니다.
    수고비 부분이 열정페이 떠올라 아쉽네요.

  • 33. 업체
    '23.1.13 12:07 AM (3.35.xxx.251)

    통한게 아니라 바로 24 받으신거 괜찮아요
    업체 들어가 일하면 반 가까이 떼일걸요
    똑같다 생각함 안돼요

  • 34. 저도
    '23.1.13 12:18 AM (121.162.xxx.252)

    당근에서 원룸텔 알바 하러 다녀요
    1.5평이나 2평 되는 원룸텔 사용자가 나가면
    빈 방 화장실 청소 하는데요
    아주 더럽지 않으면 보통 1시간 정도 하면 끝나거든요
    방 1개당 2만원 받아요
    저도 가사도우미 오래 해 봤는데 일단 짐이 많으면 먼지 닦고
    정리할 게 많아서 신경 쓰이는데 원룸텔은 그에 비하면
    소꼽놀이 수준이죠

    이 알바 너무 맘에 들어요

  • 35. 00
    '23.1.13 12:33 AM (220.116.xxx.68)

    글을 잘 쓰셔서 두번 읽었습니다

  • 36. ::
    '23.1.13 12:06 PM (1.227.xxx.59)

    원글님 글 잘쓰시네요.
    조금만 공부 하셔서 글쓰세요.글이 술술 잃어가네요.

  • 37.
    '23.1.24 4:19 AM (59.23.xxx.202)

    뭐지 이 감동요
    글도 그렇고 정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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