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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홍가혜

페북 조회수 : 1,565
작성일 : 2020-07-11 18:09:49
슬픔이 너무 깊었던 2014년.

해경 명예훼손 이라는 혐의로 검찰에게
1년6개월의 실형을 구형 받고 나오던
법정을 기억합니다.

그날 대구에서 목포로 향하던 버스 안의 저는
이상하리만치 참 덤덤했고 평온했습니다.
그때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님께서 전화를 주셔서는
최후진술문 쓴 것 좀 보내달라고 하시대요.
그냥 가서 구두로 하려 했기에 그 연락을 받고서야
부랴부랴 30분도 걸리지않아 썼던 최후진술문은
실형을 각오했기에 쓸 수 있었던 말이였습니다.

검사의 1년6개월 실형 구형에 머리 꼭대기까지
피가 거꾸로 솟아 얼굴은 시뻘개졌고
사시나무처럼 손이 벌벌 떨렸지만, 그만하라는
판사의 호통과 놀란 변호인의 말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 자리에서 검사에게 호통쳤습니다.

"훗날 제 아이에게 우리나라는 진실을 말하는 사람을
보호해주고, 지켜준단다.라는 말을 하고 싶으니
있는대로 판단하시고, 법으로 차별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A4용지 두 장되는 최후진술을 읽어 내려가는 동안 검사는 (제가 검찰 구형 종료하자마자 오른손을 번쩍 들고 "판사님 저 검사님께 할 말 있습니다"라고 했을 때 딱 한번 저와 눈을 마주치고는) 귀 끝까지 달아올랐고 저와 눈을 단 한번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법정을 나와 일부 시민분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어떤 분께서 물었습니다.

"홍가혜씨 재판 종료되면 뭐하실 겁니까.
정치 하실 겁니까."

모두가 제 입을 주목하고 있을 때 말했습니다.

"저는... 페미니스트 입니다.
아름다운 페미니스트가 될 것입니다."

그날의 공기를 기억합니다.
남성 분들의 실망의 눈빛을 기억합니다.
여성 분들의 반기던 어깨를 기억합니다.

폭력이 싫어서 억울해서
페미니스트를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이게 다 뭡니까!

그날이후 6년의 세월동안 모든 약속을 지켰습니다.
전재산을 내걸고 약자를 무시하고 짓밟은 언론사들과 적이 되도록 싸워 전부 이겼습니다. 목숨을 여러번 걸고 싸웠습니다.

저 스스로 한 약속이였고 저의 정체성으로 여겼기에
단 한번도 흔들린 적이 없습니다.
언제나 페미니스트인 저는
페미니스트인 저의 편이였습니다.

매번, 믿었습니다.
비틀거리며 흔들리며 치열하게 싸워가며
진보 하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근복적인 질문을 던지겠습니다.

"인간에 대한 연민, 인간에 대한 예의가 배제된 페미니즘이 진짜 페미니즘이 맞습니까.
정말, 옳은 것입니까!"

2014년, 아름다운 페미니스트가 되겠다던
저의 발언을 철회합니다.

살이 에일만큼 고통스러운 철회입니다.
제 정체성을 의심하는 일이고, 지금껏 해 온 일들을
덮어 버리는 일이니까요.

대한민국에 살면서
'아름다운 페미니스트'가 되겠다는 것은
거창한 환상이였습니다.

사랑이 배제 된 페미니즘은 폭력일 뿐입니다.
IP : 175.214.xxx.205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한때는
    '20.7.11 6:24 PM (175.117.xxx.127)

    홍가혜씨에 대한 편견이 있었는데~~사람에 대해 단정짓지 말아야할들

  • 2. 홍가혜씨를
    '20.7.11 6:28 PM (180.68.xxx.100)

    촛불 광장에서 만났었지요.
    당신의 당당한 삶을 응원합니다.

  • 3. 안희정 박원순
    '20.7.11 6:57 PM (221.121.xxx.147) - 삭제된댓글

    사건으로 한국 페미니즘에 대해 놀라고 있는 중입니다.
    이렇게 비이성적으로 과격한 집단이었나 싶어서...
    정의당 대표라는 사람들 기사 난 거 보니 이런 사람들이 페미 대표들인가 싶고.
    한 차례 더 성숙해지는 페미니즘이 필요합니다.
    안희정 모친상에 조화 보냈고 조문했다고 비난하는 페미니즘.
    박원순 죽음 앞에 조문 안하겠다, 조문하는 사람들 비난하는 페미니즘.
    진정한 페미니즘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비인간적인 페미니즘일 뿐.

  • 4. 쓸개코
    '20.7.11 6:58 PM (220.127.xxx.211)

    뼈있는 질문

  • 5. ..
    '20.7.11 7:10 PM (211.245.xxx.133)

    마지막 문장이 인상적이네요. 홍가혜씨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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