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김신영시인/ 거리에서

| 조회수 : 1,249 | 추천수 : 6
작성일 : 2019-11-14 02:40:02


거리에서  


                                                                           김신영


내 마음 하나 비우지 못해 길을 걸었다 유쾌한 아낙네들 거리에 쏟아져 있고, 남 모르는 햇살을 간직한 채 미쳐 우는 바람은 아직도 내 곁에. 시계는 갔다 그저 제가 가르치고 싶은 지침은 하나도 못 가르치고 내 시계는 갔다 사랑이 찬란한 빛을 잃었듯이 마음은 흘러가고 있었다 누구든 머무는 바람을 안다면 내게도 좀 가르쳐다오 나아 그를 만나 떠다니지도 않을 곳에서 내 마음의 꽃들을 걷어내고 싶어 파리의 보헤미안처럼 파가니니의 협주곡 하나쯤,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같은 저음의 고요를 하나쯤 간직하고 아무도 없는 섬에서 조금만이라도 살 수 있다면 내 그리움 사무치는 파도에 휩싸이는 여름을 보내고 나면 비바람이 그칠는지 골목길에 떠드는 아이들의 웃음으로 내 그리움 훌훌 털어낼 수 있다면 더 슬픈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된다면 끝없이 나를 따라다니는 그림자 없어도 된다면 나아 그 길에 있고 싶어 그 길에 내 노래 하나 무덤을 만들어놓고 무심하게 앉아 있을 수 있을 것 같아

                   

                                                     김신영, '화려한 망사버섯의 정원', 문학과 지성사






길을 걸으면

그러다 석양이라도 만나면


얼른 갚아야 할 빚을 기억 해 낸다

갚고 나서 모을 돈도 생각 해 낸다


숫자를 복리로 셈하고

햇수를 물쓰듯 흘리고

종국에 훌훌 늙어 버릴 나를 떠올리면


일몰이 던지고 간 그림자도

자꾸 뺨을 만지던 익숙한 바람도


그립지 않아

그립지 않다고

나는 해 냈다고




* 사진 위는 시인의 시

* 사진은 쑥언늬 일상컷

* 사진 밑은 쑥언늬 생활의 지혜를 담은 사설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쑥과마눌
    '19.11.14 2:42 AM - 삭제된댓글

    기다리시라..
    쓰고 있는듕
    독수리 타법 알으?

  • 2. 테디베어
    '19.11.17 4:42 PM

    저두요~저두요~
    파가니니 바이올린협주곡을 들으며 일요일 화장실에앉아 아~ 현관문만 우리꺼고 나머진 은행집이구나~ ㅠㅠ 하고 있습니다.
    노란 은행잎은 예쁘기만 하지만 ㅎㅎ
    시 잘 감상했습니다.
    쑥언니 감솨~~^^

  • 쑥과마눌
    '19.11.19 2:22 AM

    그런 의미로 저는 늘 생각합니다.
    빚이 없으면 어쩔 뻔 했으~ㅋ

  • 3. 솔이엄마
    '19.11.18 1:04 AM

    쑥과마눌님 덕분에 오늘도 좋은 시 한편 감상하네요.
    그리고 길을 걷고 싶네요... ^^

  • 쑥과마눌
    '19.11.19 2:23 AM

    감사합니다.

    저도 솔이엄마와 어떤 길이든 한번 같이 걷고 싶네요

  • 4. 고고
    '19.11.18 8:01 PM

    김광석 '거리에서'
    청승이 졸졸하게 부르는
    그 노래가 생각나오

  • 쑥과마눌
    '19.11.19 2:26 AM

    김광석의 청승은...
    제가 어렸을 때 무척 싫어라 했어요. 슬푸다고..

  • 쑥과마눌
    '19.11.19 2:27 AM - 삭제된댓글

    김광석의 청승은..
    어린 날 그 청승때문에 김광석을 싫어라 했었다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23192 구체관절인형 조각보 저고리와 굴레 Juliana7 2025.07.11 98 1
23191 416tv 바람의 세월 시사회초대 유지니맘 2025.07.11 210 0
23190 간장게장 테나르 2025.07.11 138 0
23189 오늘도 행복합니다. 도도/道導 2025.07.10 188 0
23188 아기사슴 이예요 6 공간의식 2025.07.09 1,164 0
23187 시작은 언제나 별거 아닌 것으로 부터 도도/道導 2025.07.09 218 0
23186 비싼 수박이... 2 통돌이 2025.07.07 682 0
23185 설탕이와 소그미(10) 5 뮤즈82 2025.07.03 896 0
23184 조미오징어 상태 봐주세요. 3 바로지금 2025.06.29 1,281 0
23183 뜨개커텐 8 ㅎㅎㅋㅋ 2025.06.29 3,496 0
23182 6.28일 토요일 오후 6시 마지막 나눔안내 16 유지니맘 2025.06.28 1,937 2
23181 82일부회원님들과 함께 한 매불쇼 .겸공 41 유지니맘 2025.06.27 4,379 8
23180 모두가 잘났습니다. 2 도도/道導 2025.06.26 976 0
23179 버스에 이런게 있던데 충전기인가요? 4 요랑 2025.06.25 1,016 0
23178 6.25 75주년 2 도도/道導 2025.06.25 358 0
23177 춘천 삼악산 2 wrtour 2025.06.23 607 0
23176 삼순이의 잠.잠.잠 퍼레이드. (사진 폭탄) 14 띠띠 2025.06.23 1,506 0
23175 6.21일 토요일 교대역 10번출구 나눔입니다 2 유지니맘 2025.06.20 586 2
23174 화촉 신방 4 도도/道導 2025.06.20 671 0
23173 다면적 인성검사 봐줄 수 있으신 분 부탁드려요 지금에머뭄 2025.06.20 313 0
23172 눈 아픈 길냥이들 5 냥이 2025.06.20 592 1
23171 아픈 길냥이 1 냥이 2025.06.20 391 0
23170 길냥이들 구조후 수술 시키고 했던 사람입니다 7 동그라미 2025.06.18 849 0
23169 고양이 새끼 보실래요? 8 토토즐 2025.06.18 1,129 1
23168 대구 비슬산 3 wrtour 2025.06.16 663 0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