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국 - 아내에게 / 최영철
참 염치없는 소망이지만
다음 생애 딱 한번만이라도 그대 다시 만나
온갖 감언이설로 그대 꼬드겨
내가 그대의 아내였으면 합니다 .
그대 입맛에 맞게 간을 하고
그대 기쁘도록 분을 바르고
그대 자꾸 술 마시고 엇나갈 때마다
쌍심지 켜고 바가지도 긁었음 합니다 .
그래서 그래서
지금의 그대처럼 사랑한다는 말도 한번 못 듣고
고맙다는 말도 한번 못 듣고
아이 둘 온 기력을 뺏어 달아난
쭈글쭈글한 배를 안고
그래도 그래도
골목 저편 오는 식솔들을 기다리며
더운 쑥국을 끓였으면 합니다 .
끓는 물 넘쳐 흘러
내가 그대의 쓰린 속 어루만지는
쑥국이었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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