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엄마 땜에 가끔 *증나요

조회수 : 661
작성일 : 2009-09-28 03:14:38
우리 엄만 좋은 사람이죠
저 많이 사랑하시고요

세상에 완벽한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만
이 정도면 좋은 부모님! 감사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가끔 엄마 땜에 짜증이 나요.

왜냐하면

전 남매 중에 누나에요.

첫 아이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서였을까요?
제가 그럭저럭 공부를 잘 한 탓도 있었겠죠.

저희 엄만 제가 어떤 걸 해도 별로 기뻐하지 않으세요.
언제나 그게 당연하다는 식이에요.

1등을 해도 당연.
좋은 대학에 들어가도 당연.

엄마가 제가 한 걸로 기뻐하는 거 딱 한 번 봤네요.
제가 전국 단위에서 최고상 타왔을 때...
그때 딱 한번 기뻐하셨죠.

저희 부모님은 부모님의 그런 태도가
절 자신감 있는 딸로 키운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시죠.
항상 어디가나 당당하다고. 너무 기를 세워 놔서 오히려 남자들한테 인기가 없을 정도라고.
(또 이 말은 대놓고 하시네요. 네가 못해서 인기가 없다 막 이렇게요.)

근데 막상 전 제 자존감이 낮다는 생각을 가끔 한답니다.
누군가 날 아무 조건없이 좋아해 줄거다 이런 생각도 잘 안들고.

반면 제 동생은
조금만 잘해도 너무 기쁘고 뿌듯해하시죠.

고등학교 때 제 동생이 성적이 많이 올랐을 때
정말 기뻐하셨어요.

제 동생이 반장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정말 기뻐하셨죠.

저희 집에는 제 동생의 반장 임명장과
저의 전국단위 최고상(무려 문체부장관상이었어요)이 나란히 걸려있답니다.

그러면서 저한테는 저 땜에 동생이 치었다고,
그런 말씀 자주 하시죠.

(아- 저랑 동생은 사이 아주 좋아요.)

이젠 둘 다 돈을 벌어오는데
동생은 추석선물 처음 받아왔을 때(스팸 세트였나 그랬어요) 이런 걸 다 받아왔다고 너무너무 자랑스러워하시더니
이번에 제가 처음으로 추석선물 받아왔거든요.
어쩌다 운이 좋아선지? 잘 봐주셔선지? 백화점 갈비 세트를 선물로 받았어요.

근데 제가 그 선물 받아온 것도 당연하다는 태도.

저랑 제 동생 나이 차이도 얼마 안나요. 연년생이거든요.

저랑 동생이랑 사이 매우 좋고 서로 의지하지만
사실 전 엄마의 이런 태도가 우리 둘 다한테 안 좋았을 거란 생각도 가끔 해요.

대놓고 말씀하신 적은 한 번도 없지만
넌 그렇게 잘나진 않은 애야. 동생한테 부모님이 이런 생각 갖고 있는 게,
동생한테도 별로 안 좋았을 거란 생각이요.

오늘도 갑자기 울컥했네요.
딴 건 다 좋으신 부모님인데. 자식 키우면서 매 한 번 안 드셨고, 인내심으로 사랑으로 감싸 주셨는데.
그런데 동생과 저에 대해 이런 태도 가지고 계신 거는 정말 속상해요.

지금 전 어떤 뛰어난 일을 해도 저한테 만족하는 감정이 들질 않거든요...


IP : 124.54.xxx.248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9.9.28 3:30 AM (211.208.xxx.193)

    아이 둘 키우며 느끼는 건, 첫째와 둘째가 많이 다르다는 거예요.
    아이 성향도 다르겠지만, 첫째와 둘째를 보는 엄마인 제 눈이요.
    예, 전 좀 많이 부족한 엄마고, 그 때문에 첫째가 힘들었을 거라는 거 인정해요.

    원글님 어머님처럼, 첫째가 잘하는 건 참 당연하게 느껴진답니다.
    하지만 그 '대견함'을 못 느끼는 건 아니에요.
    첫째가 잘하기 때문에 든든하고, 뿌듯해요. 자랑스럽고요.

    다만 표현에 있어서 차이가 나지요.
    첫째가 잘하면 "그래 잘했다" 정도로 끝나지만, 둘째가 잘하면 조금 과장되게 칭찬하고 기뻐하는 제 모습이 느껴지거든요.

    참 이상한 심리죠?
    첫째에게 의지를 하게 되는 건, 어느 엄마나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을 해요.
    둘째로 인해 힘들 때에도, 첫째가 잘하면 대견하고 고맙고 그렇거든요.
    대신 둘째로 인해 힘든 데 첫째까지 힘들게 하면, 넌 왜 엄마를 도와주질 못하느냐고 도리어 화를 내게 되지요. 다독이지 않고.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답변이지만, 이것 하나 만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표현을 안해서 그렇지, 원글님 어머님은 원글님께 많이 감사하고 있을 거예요.
    엄마를 도와주는 첫째여서.
    엄마에게 자랑스러운 첫째여서.
    믿을 수 있는 첫째여서.

    그런 '듬직'한 자식이라는 거, 속상하시더라도 잊지 마셨으면 해요.
    첫째가 잘하면 그것만으로도 엄마는 짐이 덜어진 것 같은, 구원받은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거든요^ ^

  • 2. 그렇군요.
    '09.9.28 9:27 AM (125.176.xxx.47)

    지금 원글님 마음이 딱 제 큰 아이 맘이겠군요.
    큰 애가 언젠가 엄마한테 90점은 다른 의미의 점순가 하고 묻더군요.
    자기가 90점 받으면 집에 돌아가야하나 고민을 하는데 동생의 90점은
    경사난 듯 엄마가 좋아했다구요. 전 그 때 넌 100점 받을 수 있는데
    90점 받은 거구 네 동생은 80점 받을 줄 알았는데 90점 받아서 그런 거라고
    했는데...이 글 보고 진심으로 큰 아이에게 고맙고 미안하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93291 2단 슬라이드형 침대 어떤가요? 8 형제맘 2009/09/26 765
493290 급해요)냉동실 쑥송편 찌려거든요 한김 올라온 다음에 쪄야 할까요? 2 2009/09/26 392
493289 김현식 "내사랑 내곁에" 와 일본노래 "고이니 오치떼" 멜로디가 너무 비슷합니다... 4 김현식 2009/09/26 1,492
493288 자율형 사립고 학비는 얼마인가요? 17 중3맘 2009/09/26 3,318
493287 숙성안된 햇된장 파는곳 있나요? .., 2 .. 2009/09/26 440
493286 마우스가 맘에 안들어요 3 도와주세요 2009/09/26 310
493285 남녀공학 고교 나오신 분 계신가요? 8 ... 2009/09/26 683
493284 정운찬 "청문회 동안 힘들어… 자중하며 기다리겠다" 8 부끄러운줄알.. 2009/09/26 690
493283 불고기 구출해주세요 7 시판양념 2009/09/26 508
493282 목디스크 수술에 대해 아시는 분 계세요 1 2009/09/26 332
493281 이 안경테 어때요? 14 봐주세요 2009/09/26 1,218
493280 아래 '욱'한다는 글을 보다가 고민 2009/09/26 368
493279 도우미 아주머니, 명절 어떻게 챙겨드리세요? 11 조언구함 2009/09/26 1,245
493278 알람을 하루에 여러번 알려주는 시계가 잇을까요? 4 시간 통보 .. 2009/09/26 689
493277 5세아이의 사교육? 4 ??? 2009/09/26 761
493276 씻어라, 들어가서 자라 이런 이야기 매일 하나요? 11 초등 저학년.. 2009/09/26 878
493275 사우나에서 들었답니다. 5 뚱띵이라는 .. 2009/09/26 1,504
493274 이물질이 들어있는데.. 짜장라면에 2009/09/26 183
493273 자기 아이 맞고 오면 너도 때리라고 하는 엄마들... 52 엄마이기때문.. 2009/09/26 3,092
493272 약도라지가 생겼는데요.. 1 초보주부 2009/09/26 465
493271 본인은 '욱'해놓고 뒤끝없다고 하는 사람 제일 싫어요. 24 이런사람 2009/09/26 1,982
493270 남편의 아이가 집에왔다는 글쓴이 입니다.. 56 ... 2009/09/26 8,189
493269 부산에서 실종된 이용구군 시신 발견되었대요 27 남동생실종 2009/09/26 7,955
493268 이어 캔들 테라피 2 처음 들어봐.. 2009/09/26 410
493267 집에서 하는 과외신고어떻게 하나요 8 가정에서 하.. 2009/09/26 1,433
493266 싹난 감자한박스,요리해서 장기보관해둘만 메뉴?(도와주세요) 3 감자 2009/09/26 860
493265 고수님들 해석 좀 부탁해요~ 3 영어 2009/09/26 366
493264 바나나 썰어서 가스오븐에 말리면 잘 마르나요? 2 식품건조기대.. 2009/09/26 821
493263 복학했는데 학교다니기가 넘 힘들어요 저랑 안맞는거같아요 21 1111 2009/09/26 2,133
493262 교육청에서 상담교육을 받고 자원봉사 할수 있다는데.... 3 아래 댓글에.. 2009/09/26 3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