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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떠돌아다니는 타살설이 말이 안되는 이유

플랫 조회수 : 393
작성일 : 2009-05-28 09:07:53



음모론, 타살설에 부쳐.


지리한 공부 끝에 임상심리전문가, 임상심리학자가 된 이후
공식적으로 남기게 되는 글이
이런 내용의 글일 줄은 몰랐습니다만
최근 노대통령 서거와 관련한 음모론, 타살설에 대해
불편한 심정이 있어 글을 적습니다.
바쁜 중에 적는 글인지라 문장력, 사용하는 어휘에 아쉬운 점이 많겠지만
일단 적어봅니다.
글이 한 번 날아가서 더 답답하네요

참고로 본 글은 한국심리학회 및 한국임상심리학회의 견해와 전혀 상관이 없는 글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학회차원의 어떠한 언급도 없었으며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블로그에 올리는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1.
자살이 아닐 수 있다, 는 의견들을 드문드문 보게됩니다.
모든 뉴스들에는 대부분 달려 있는 음모론, 댓글입니다.

그러나 비루하고 누추한 경험과 공부들로 말하건대
참으로 아픈 마음으로 인정하건대
그의 죽음은
자살로 보입니다.

3년 간의 연구 덕분으로
아마 (쓸데없이 자부하지만) 한국의 어떤 닥터나 연구자들보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자살기도자들을 대상으로
심리학적 면담을 많이 했을 거라 생각됩니다.

1시간, 혹은 하루전
갖가지 방법으로 자살을 기도했던 이들 곁에 서서
왜 그러셨어요, 뭘로 시도 하셨어요, 이전에도 그러셨어요, 앞으로도 그러실거예요,
묻고 함께 울고 기록하고를 반복하였습니다.
반시간에 한시간 반까지도 서서
그렇게 극한의 선택을 한 그들과 마주했습니다.

그러니 그냥 믿어주세요.

차마 인정하기 끔찍한 마음이어서
이런 생각들에까지 마음이 미치는 것 같습니다.

이제 그 이야기들은 그만 두고
다른 이야기를 해야할 때일 것 같습니다.

죽음의 이야기를 넘어서 삶의 이야기로.


라는 제 5월 25일 일기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입니다.
http://www.cyworld.com/pseudo_healing/259704

이때에는 구구절절 적기 싫어 간단하게만 적었는데
(지금도 구구절절 적지는 않으려 노력하겠습니다.
나중에 노전대통령님 죽음 직전 경험했을 심정과 기제에 대해서 적을 기회가 있을런지..)

현재 일부 보수 언론과 네티즌들이 타살설에 대한 추론들에 휘말려
노전대통령의 명예자살 및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던 극한의 상황들이 호도되고,
그 본질이 왜곡되고 있어 이 글을 적습니다.


2.
내가 범죄심리학에는 일가견이 있거든
죽기 바로 직전 유서를 남기는 자살자들은 99.9% 손목을 긋거나,목을 메지!
음독자살을 하거나 투신자살을 하는 사람들은 절대 유서를 당일날 작성하지 않아!
왜냐하면 음독과 투신이란 방법에는 사전준비(약,장소)라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지!
투신자살하는 사람들이 아무데나 가서 뛰어내리는 것 같지?
그건 나이아가라 폭포나 금문교 같이 물이 끌어당길 때의 얘기이고
사람은 점찍어 두었던 익숙한 장소로 걸어가게 되어 있어!
결국 음독과 투신자살을 하는 사람들은 자살을 사전에 계획했단 얘기이고 유서를 미리 작성해 놓는다는 뜻이지!
기네스북에 오른다면 가장 긴 유서제목이 되겠군!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렇게 모르나?
만약 진짜 노무현 전 대통령 자신이 자살하러 나가기 전에 급히 작성한 유서의 제목이라면
그 제목은 분명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였을거야!
http://usimin.co.kr/2030/bbs/board.php?bo_table=ANT_T200&wr_id=317844&nca=

라는 등의 글을 한번쯤 읽으셨을 것입니다.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죽기 직전 유서를 남기는 자살시도자들과 자살의 방법 간 연관성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습니다.
음독과 투신에는 사전준비가 필요하며,
유서를 미리 작성했을 거다,가 요지로 보이는데

한국의 자살시도자 중 대부분은
음독자살의 방법을 취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고 최진실씨 사망 이후 양상은 조금 달라졌습니다만...)
(관련 논문들 찾아보면 제 이름들이 나올듯.. 이 글에서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그럼 이들이 모두 미리 유서를 적느냐,
그건 아닙니다.
여러분들의 생각보다, 유서를 남기고 사망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전 솔직히 노대통령님, 유서도 없을 줄 알았고
유서가 없다쳐도 이상할 게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한 글쓴이는
음독, 투신자살자들은
자살을 사전에 계획하는데, 유서를 당일날 쓰다니!!!!
사전에 계획된 자살이 아니야!!!
라고 얘기하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릅니다.

특정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어(정신분열 스펙트럼, 양극성 장애 스펙트럼, 일부 성격장애)
충동적인 상태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많은 사람들은 자살 시도 이전에
-유서를 쓰지 않은채로-
자살 사고를 경험하게 됩니다.
(솔직히, 자살 생각 안 해본 사람은 드물죠)

글쓴이는 음독, 투신만 얘기하였는데
그럼 hanging(목매달기)하는 사람들은 계획을 안 세우겠습니까?
다 세웁니다..
가족들이 몇시에 출근하고 언제 들어오고,
오늘은 가스 점검원이 오니까 안되고 등등...

자살 직전에는 일종의 터널비전을 겪게되고 에너지가 저하되면서
자살로 내몰리게 된 상황, 자살방법 등에만 몰두하여
유서를 쓰는 등의 준비행동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울한 사람들에 관련한 본 블로그의 글
http://www.cyworld.com/pseudo_healing/2372278)

더욱이

만약 진짜 노무현 전 대통령 자신이 자살하러 나가기 전에 급히 작성한 유서의 제목이라면
그 제목은 분명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였을거야!

라고 적었지만
이는 노전대통령 생전 극한의 상황을 모르니 하는 말씀이신듯 합니다.

지금 노대통령님은 국민여러분께 죄송할 일이 없는 분이셨다는 것이
여러 보도를 통해 입증되고 있습니다.
(사실 삐아제 시계는 본 적도 없고 논두렁에 버린적도 없었다는 안타깝고 빌어먹을 이야기 등)
유시민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대통령님의 서거는 "지극히 개인적인 죽음"입니다.

지금 '국민여러분'이 문제가 아니라
(뭐 그렇다면 정말 노전대통령님이 잘못했다는 겁니까 글쓴이!)
개인으로서 자신의 사람들을 지키지 못한데서 오는
상당한 고통을 가지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3.
보수 언론의 의도

보수언론의 의도를 잘 아셔야 합니다.

우리, 지금까지의 분위기는 이거였습니다.
"시대가, 정권이 살인을 했다. 포괄적인 타살이다. 다음 정권 때 두고보자.
노전대통령님의 뜻을 잊지말자. 정치적 무관심을 깨우쳐야 한다"

그러나 타살설이 나오면서 분위기는 이겁니다.
"어떤 새끼냐. 배후에 누가 있냐. 경호원 돈받았냐. 청와대 소속이더라.
시해다. 음모다. 음독설이 있다더라. 부검하자."

상당히 흥미진진한 가쉽거리가 되었습니다.

이후 대중이 놀아나면 결과는 불보듯합니다.

-> 청와대에서 부검 및 정확한 진상규명 지시
-> 시신은 훼손되고 이미 노전대통령 자살에 대한 억울한 심정들은
배후캐기에 급급해져버리고
의미있던 죽음은 어처구니 없는 타살이 되어버림
-> 결국 자살로 판명남
-> 대중들은 또 보수언론에 놀아남.
-> 보수언론은 '대중들의 광기, 어처구니없는 음모론 만들어'
이딴 식으로 감.
-> 추모제 이후 단결될 뻔! 했던 국민여론은 흐지부지.


4.
대중들이 흔들리는 이유.

4.1.
어느 분야건
대중들의 관심이 몰리면 아마추어리즘이 시작됩니다.
연예, 심리학, 자기계발서, 칙릿 등등..

(아마추어 심리학자들에 대한 본 블로그의 글
http://www.cyworld.com/pseudo_healing/259704)

실제로 2000년대 중반 이후
미친듯 심리학, 범죄심리학, 사인규명과 관련한 법의학서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고,
미드 열풍들도 이러한 음모론 및 타살설 폭풍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다들 얼마나 흥미진진해하고 있습니까.
국부의 타살, 명성황후, 장준하, 김구 등등과 엮어대기.
난리 났습니다.

노전대통령의 고난한 인생,
관련 지인들의 억울한 고통 등은
이제 이미 옛날이야기입니다.

누가 죽였냐!가 관건입니다.


4.2.
많은 분들이 노전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하여
상당한 심리적 상실감과 혼란감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모호한 불쾌감과 불안감, 나도 모르는 죄책감을 싫어합니다.

누군가 덮어씌울 구체적인 대상을 찾게됩니다.

이 상황에서 타살설,은
자신의 죄책감과 미안함, 외부로 향하는 구체적 방향없는 분노감과 적개심,
그리고 호기심을
적절히 채워줄 수 있는
좋은 도구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의 개인들이
엄청난 파장의 음모론은 생산하고 재생산하고 확대하는 것입니다.

솔직히,
세상에 따지고 보면 음모론 뒤집어 씌울 수 없는게 어디 있겠습니까.
화장실에 휴지 없는 것도 음모론 뒤집어 씌울 수 있습니다.



5.
마지막이야기.

우리와 달리!!
그의 곁을 끝까지 지키던
유시민님 등 (내 생각엔 초천재) 정치인들이나
유족분들, 다른 지인들은
이미 죽음을 예감한 듯 보입니다.

일국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누구보다 깨끗하고 누구보다 혁신적이고 누구보다 정많고 누구보다 당당하던 그 사람이,

대통령 퇴임 후
현 정권의 흉표한 위세에 주변사람들이 모습을 감추고

사랑하던 지인들이 하나둘
(헌정 사상 유례없이 가족들이 모두 검찰에 불려나간 빌어먹을 상황..)
고통과 고초를 받는 광경을 목도하며

차츰 말수가 적어지고
극심한 억울감을 호소하고 있은지
오래였습니다.


누구보다 건실하게 납세하고 기업을 운영하던 강금원이
뇌종양을 앓고 있는 와중에(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지만)
검찰로 넘겨지게 되고,

사람 사는 제대로된 정치 해보자, 며 더러운 정치판에 뛰어든 자기 대신
20년 내내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던
사랑스럽던 배우자가 조사받게 되는 와중에
그는 토요일을 행동의 날로 정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현재까지도 지인들 누구하나 타살 의혹을 제기하지 않습니다.
노전대통령님의 유서에 그의 생전의 필력이 고스란히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도청 등과 관련한 의혹은
충분히 큽니다만,
지금이 타살설, 음모론에 우리가 휘둘릴 때는 아닙니다.
우리 충분히 당할만큼 당했는데
어째서 또, 입니까.

지금 거리, 시장통에 나가보면
노무현전대통령님의 서거 의미를 이야기하기보다는
들었어? 타살일지도 모른대,
이런 식입니다.

이번만은 안됩니다.
정말 안됩니다.
타살이었다 칩시다.
우리 죄는 없습니까?

왜 우리 잘못을 남에게로 돌립니까.
이게 (이제 대부분들은 안다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투사(projection)아닙니까...

출처: http://www.cyworld.com/pseudo_healing/2383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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