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는 태권도 학원에 다닌다. 처음엔 원해서 잘 다녔는데, 최근 학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았다. 해서, 얼마전에 아이에게 물었다.
"학원 가기 싫어?"
"쪼금."
"그래도 운동 하나쯤은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럼, 나 학원 좀 쉬고 그런 다음에 수영 배우면 안 돼?"
"수영 배우고 싶어?"
"응, 여름에 물가에 놀러 갈 때 이젠 튜브 그만 끼고 싶어."
"그래, 운동을 두 개 하는 것은 무리니까, 그럼 좀 쉬다가 배우고 싶은 수영 배울까."
"좋아."
유일하게 다니는 태권도 학원이지만 본인이 원치 않는다면 강요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동안 즐겁게 태권도를 배우며 체력을 다졌고, 나름 품띠까지는 땄으므로 수영을 배운 후 원하면 태권도학원을 1년 정도 더 다니는 것이 지금 억지로 다니게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아이가 원치 않는데 굳이 아까운 돈을 들여 학원에 보낼 필요는 없다고 본다. 본인이 원해야 열심히 할 수 있고 행복할 수도 있다. 물론, 과정상 어려움도 본인이 선택했기에 잘 견디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태권도학원을 일단 쉬자 아이는 방과 후 시간이 많아졌다. 초등 3학년이지만 학교를 다녀와서 만화 좀 보고 간식 먹고 태권도학원에 다녀오면 6시다. 여러 군데 학원을 다니는 경우를 보면 도대체 어떻게 다니는지 나로선 이해할 수 없다.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 휴가를 원하는 주부처럼 아이들도 가끔은 학원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휴식이 필요하지 않을까?
학원을 가지 않고 1주일쯤 흐른 후, 아이에게 물었다.
"학원 안 가니까 좋냐?"
"응, 좋아."
"뭐가 좋은데?"
"응, 마음대로 놀 수도 있고, 책도 볼 수 있고, 만화도 컴도 실컷 하고."
아이 표정이 밝다. '그래, 마음껏 놀아라.' 학년이 올라갈수록 할 것이 많아지는 현실에서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올까 싶다. 딸아이도 4학년이 되면 컴퓨터를 방과 후 수업으로 배울 예정이기에 학교수업만 하는 해방의 시간은 두어 달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학원이 뭐기에? 제대로 된 교육이라면 학교에서 선생님과 열심히 공부하고, 집에 돌아오면 숙제하고.. 나머지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책 좋아하면 책 보고 음악 좋아하면 음악 듣고 축구 좋아하면 축구하고... 아이들이 이렇게 커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가 못해 아쉽다.
아이가 학원에 가지 않고 학습지를 하지 않아도 기본 공부는 스스로 한다. 스스로 숙제하고 문제집을 사 주면 하루에 두어 장씩 꾸준히 푼다. 아이 스스로 한자에 관심이 많아서 한자능력검정시험 공부도 문제집을 사주면 스스로 익힌다. 간혹,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엄마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하지만.
엄마 강요에 의해서 아이가 왜 배우는지 모르는 것보다는 스스로 배울 거리를 찾아서 하는 것이(물론, 부모의 조언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훨씬 중요하지 않을까. 학원을 다니지 않고 자유로운 시간을 가졌다면 이후, 다른 무언가를 배울 때 훨씬 더 잘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게 나만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아이는 지금 자유의 시간을 만끽하고 있다. 아마 방학을 하면 훨씬 편할 것 같다. 하고 싶은 무언가를 할 시간이 많아지므로. 하고 싶은 것 하기 싫은 것을 명확하게 스스로 결정하는 딸이 대견하다. 딸아!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자라줘. 이제 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네. 이번 겨울방학 즐겁게 보냈으면 싶다.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학원 가기 싫다는 아이..."그럼 쉬어"
휴가 조회수 : 838
작성일 : 2008-12-20 17:18:39
IP : 168.248.xxx.1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휴가
'08.12.20 5:18 PM (168.248.xxx.1)http://news.nate.com/Service/news/ShellView.asp?ArticleID=2008122012570053108...
2. 지나다가
'08.12.20 6:56 PM (211.236.xxx.142)무조건 놀리면 됩니다.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놀다보면 뭔가를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이때 보내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
---|---|---|---|---|
428938 | 당신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3 | 사돈 남 말.. | 2008/12/20 | 578 |
428937 | 요즘 떡국떡 뽑는데 얼마인가요? 7 | 쌀 | 2008/12/20 | 1,128 |
428936 | 외출기능 1 | 가스비 아까.. | 2008/12/20 | 284 |
428935 | (위)내시경과 약물검사중 어느것이 더 정확할까? 13 | 검사 | 2008/12/20 | 651 |
428934 | 빅뱅 탑이 하고 나온 턱 마스크요. 1 | 궁금해서 | 2008/12/20 | 1,140 |
428933 | 여동생 축의금 16 | 저도 여쭤요.. | 2008/12/20 | 1,027 |
428932 | 남편회사사람이 돈을 빌려갔는데 어떻게 받아야 할까요? 3 | 82조언 절.. | 2008/12/20 | 456 |
428931 | 종각역 트래드 클럽(남성복) | 궁금 | 2008/12/20 | 358 |
428930 | 추천합니다. 이민정 선생님의 대화법 강의 2 | 쌤 팬 | 2008/12/20 | 676 |
428929 | 집값이 더내려가면 안되는이유 9 | 알고싶어요... | 2008/12/20 | 1,908 |
428928 | 평소대로한것같은데.. 4 | 알수가 없었.. | 2008/12/20 | 636 |
428927 | 학원비 신용카드로 결제하시는분 질문드려요.. 2 | 신용카드 | 2008/12/20 | 816 |
428926 | (급질입니다) 오븐웨어로 도자기 밥공기 써도 될까요? 2 | ㅜ.ㅜ | 2008/12/20 | 301 |
428925 | 에세이 잘 쓰는법에 관한 5 | 내공부족 | 2008/12/20 | 536 |
428924 | 학원 가기 싫다는 아이..."그럼 쉬어" 2 | 휴가 | 2008/12/20 | 838 |
428923 | 멍충한궁민]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펌>> 2 | 홍이 | 2008/12/20 | 214 |
428922 | g마켓 고객센터 전화번호가 하나밖에 1 | 없나여?다른.. | 2008/12/20 | 294 |
428921 | 시아버지생신 3 | ㅠ.ㅠ | 2008/12/20 | 422 |
428920 | 개념 상암고등학교 학생들 그리고 선생님 고맙습니다..펌>> 4 | 홍이 | 2008/12/20 | 697 |
428919 | 사진] 작년 이 색끼 찍은 놈들 다 나와!!! [91] 아름다운 청년 ..펌>>.. 3 | 홍이 | 2008/12/20 | 2,027 |
428918 | 오지랍 넓은짓... 9 | 에휴... | 2008/12/20 | 1,316 |
428917 | 컴은 내친구 3 | 쓸쓸 | 2008/12/20 | 270 |
428916 | 귀국자녀 두신분들.... 8 | 걱정맘 | 2008/12/20 | 1,136 |
428915 | 김치냉장고는 언제 사야 가장 싸게 살수 있을까요? 4 | 궁금 | 2008/12/20 | 790 |
428914 | 해외 가이드있는 여행갈 분-목숨걸고 읽어야 할 글. 9 | dkdn | 2008/12/20 | 2,401 |
428913 | 우리집 생활비.. 23 | 시댁과 친정.. | 2008/12/20 | 5,196 |
428912 | 동방신기 가 뭔지..? 5 | 나는 팬이 .. | 2008/12/20 | 921 |
428911 | 경향 전면광고입니다. 아고라인도 보아야 합니다..펌>> 6 | 홍이 | 2008/12/20 | 716 |
428910 | 게시판 글에 추천을 꾸욱 누르면 뭐가 달라지나요? 1 | 좋나요? | 2008/12/20 | 211 |
428909 | 해외복권당첨을 가장한 사기맞지요?? 3 | 이거 뭔가요.. | 2008/12/20 | 4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