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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율산 조회수 : 290
작성일 : 2008-09-04 19:20:45
(동아투위 자게판에서 퍼왔습니다.
KBS젊은 기자들을 격려하는 내용입니다)

당신들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글쓴이 : 풀벌레  조회 : 6   
 
어제는 모처럼 광화문에 나갔다가 지하도 입구에서 젊은 여성이 수즙은 듯, 조금은 어색한 표정으로 건네주는 유인물 한 장을 받았습니다. '방송 독립을 위해 싸우는 KBS 젊은 기자들'이 만든 특보였습니다. 그 순간 33년 전의 내 모습, 내 동지들의 모습이 뇌리를 스쳤습니다.

이른 봄 새벽, 닷새 동안의 단식투쟁 끝에 동아일보에서 폭력에 밀려 쫓겨난 지 달포쯤 되는  4월 말이었습니다. 그날도 우리는 회사에서 쫓겨난 뒤 늘상 해오던 대로 동아일보사 정문 앞에 좌우로 늘어서서 출근하는 옛 동료사원들과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우리의 주장을 담은 유인물을 나눠줬습니다. 어떤이들은 용기를 잃지 말라고 격려하기도 하고 어떤이들은 유인물 한 장 받는 것조차 겁난다는 듯 눈길을 돌린 채 달아나듯 가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평소와 조금 다른 게 눈에 띄었습니다.  우리 동지들의 옷차림이 남자들은 대부분 점퍼차림, 여자들은 바지차림이었습니다. 봄날인데 내복을 입은 사람도 간혹 있었습니다. 함석헌 선생님을 비롯한 재야인사들도 여러분이 나오셨고 외신기자들도 보였습니다. 동아일보사 앞 도열 시위를 계속하면 법에 따라 처벌하겠다는 종로경찰서장의 3차 경고장을 받은 다음날이어서 모두 잡혀갈 각오를 하고 나온 것이었지요. 다행히 그날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날도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그렇게 열엿새나 경찰은 끈질기게 경고장을 보냈지만 우리는 끈질기게 버텼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5월 13일 긴급조치9호가 발효되고, 법의 이름을 빌린 국가의 무한 폭력이 난무하면서 '겨울공화국'은 더욱 꽁꽁 얼어붙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살벌한 상황에서도, 그해 여름 내내 동아일보사 앞 도열과 동아일보사~조선일보사~신문회관~ 동아일보사~세종여관(동아투위 사무실)을 잇는 시위행진, 그리고 유인물 배포를 중단하지 않았습니다.  

그해 여름은 참으로 길고도 무더웠습니다. 그 때 동아투위원들의 연령 분포는 대략 30대 초반부터 40대 초반까지. 그 중에서도 서른두세살부터 서른예닐곱 사이가 가장 많았습니다. 대부분 아이 한둘 딸린 가장들인데, 그 때만 해도 신문사 대우가 박봉이었던 터라 모아놓은 돈은 없고, 취업의 길은 모두 차단되고, 유신독재의 밤은 더욱 깊어져 언제 새벽이 될지 아득하기만 하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아끼던 책도 팔고 결혼반지도 팔고 그렇게 몇 달을 버텼지만 역시 그렇게 삶을 꾸려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6개월만에 동아일보사 앞 도열 시위를 접고 각자 생업에 종사하면서 길게 투쟁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밥벌이를 위해 별의별 일을 다 해봤습니다. 번역이나 출판사 교정일 같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옷장사 밥장사 복덕방 학원강사 등등 정말 다양한 일들로 밥벌이를 했습니다. 그러나 말이 좋아  '긴 싸움'이지 솔직히 말해서 그 때 우리는 상당히 탈진해 있었습니다. 마치 메시아로 알고 따르던 예수가 십자가에 달린 뒤 허탈한 마음으로 뿔뿔이 흩어져 고향길로 가던 예수의 제자들처럼 한동안 우리는 투위 사무실로 쓰이던 여관방에 나와 두런두런 지난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장래를 걱정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우리는 그대로 좌절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고통을 당하는 것이 우리만은 아니었기 때문이지요. 신문사라는 울타리 속에 안주하다가 밖으로 나와보니 새로운 세계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른바 고도성장의 그늘에서 신음하는 노동자 농민의 삶이 눈에 들어왔고, 내가 아끼고 사랑하던 신문사가 얼마나 반민족 반민중 반통일적인 집단인지 하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또 나라 전체가 창살 없는 감옥인데 생활고 때문에 '10.24'의 초심을 버릴 수는 없지 않으냐는 자각도 다시 생겼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거리의 언론인을 자처하며 투쟁의 방향을 새로 잡았습니다. 1977년에 발표된 동아투위의 '민주 민족 언론선언'이나 1978년의 '민권일지 사건'은 그렇게 나온 것이었습니다.  

옛날 얘기가 길어졌네요. 자칫 지난 날 우리의 투쟁의 역사를 자랑하는 것처럼 들렸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나 그건 결코 아닙니다. 나는 다만 KBS 젊은 기자들의 용기가 너무나도 고맙고 자랑스러워서  비슷한 투쟁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그냥 무언가 한 마디라도 해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KBS 젊은 기자 여러분, 여러분은 정말 힘든 결단을 하셨습니다. 나는 여러분이 앞으로 맞붙어 싸워야 할 이명박 정부가 과거 우리가 싸웠던 박정희 정부보다 결코 가벼운 상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어쩌면 훨씬 더 교활하고 악랄한 상대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만큼 여러분의 앞에는 엄청난 가시밭길이 예비돼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섣부른 생각은 금물입니다. 모든 것을 내던질 비상한 각오를 해야 할 것입니다. 아무리 작은 싸움일지라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패하고 맙니다. 하물며 지금 여러분이 시작한 싸움이야 더 말해서 무얼 하겠습니까? 그러나 두려워 마십시오. 여러분은 아직 젊고 인생은 길지 않습니까? 부활한 예수가( 예수 애기를 자꾸해서 미안합니다. 나는 이미 냉담자가 된 지 오랜데 적당한 비유가 생각나지 않아서 이 말을 씁니다) 고향으로 내려가는 제자들과 동행하듯이 국민의 눈과 마음이 항상 여러분과 동행할 것입니다. KBS 젊은 기자 여러분은 우리의 희망입니다.



  

한월 08-09-04 18:50    
동아투위 위원 중 한 사람입니다. 우리가 박정희 유신 독재와 변절 언론 동아일보와 싸우던 당시 우리 스스로를 격려하며 목이 터지게 불렀던 찬송가가 있었습니다.  521장입니다.

- 어느 민족 누구게나 결단할 때 있나니/ 참과 거짓 싸울 때에 어느 편에 설건가/ 주가 주신 새 목표가 우리 앞에 보이니/ 빛과 어둠 사이에서 선택하며 살리라 -

  KBS 젊은 기자 여러분,  결국 여러분이 승리합니다. 5년은 잠깐입니다.
동아투위 위원 중 한 사람입니다. 우리가 박정희 유신 독재와 변절 언론 동아일보와 싸우던 당시 우리 스스로를 격려하며 목이 터지게 불렀던 찬송가가 있었습니다.  521장입니다.

- 어느 민족 누구게나 결단할 때 있나니/ 참과 거짓 싸울 때에 어느 편에 설건가/ 주가 주신 새 목표가 우리 앞에 보이니/ 빛과 어둠 사이에서 선택하며 살리라 -

  KBS 젊은 기자 여러분,  결국 여러분이 승리합니다. 5년은 잠깐입니다.


  

머시기 08-09-04 19:17      
kbs언론인 여러분, 지금 촛불들이 여러분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우리 동아투위 동지들이 동아일보와 박정희 유신정권을 상대로 싸울 때 승리를 바랐던 것이 아닙니다.
국민들이 싸워야 한다고 명령하기 때문에 물러설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직장을 잃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많은 동지들은 감옥으로 끌려갔습니다.
우리는 권력 앞에 무기력해진 동아일보를  보며 한없는 아픔을 참고 동아일보가 제 자리로 돌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 권력이  되어 민중을 핍박하고 있습니다.
그런 동아일보가 너무 가증스러워 우리는 흩어지지 못하고 오늘까지 '동아투위'라는 단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30년 넘게 같은 이름을 쓰는 단체는 동아투위가 유일할 것입니다.
KBS의 젊은 투사들도 이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kbs언론인 여러분, 지금 촛불들이 여러분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우리 동아투위 동지들이 동아일보와 박정희 유신정권을 상대로 싸울 때 승리를 바랐던 것이 아닙니다.
국민들이 싸워야 한다고 명령하기 때문에 물러설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직장을 잃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많은 동지들은 감옥으로 끌려갔습니다.
우리는 권력 앞에 무기력해진 동아일보를  보며 한없는 아픔을 참고 동아일보가 제 자리로 돌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 권력이  되어 민중을 핍박하고 있습니다.
그런 동아일보가 너무 가증스러워 우리는 흩어지지 못하고 오늘까지 '동아투위'라는 단체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30년 넘게 같은 이름을 쓰는 단체는 동아투위가 유일할 것입니다.
KBS의 젊은 투사들도 이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IP : 58.79.xxx.138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phua
    '08.9.4 8:27 PM (218.52.xxx.102)

    이런 역사의 반복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는데요,
    가지고 있는 자유의 소중함을 모르고 방치한 댓가가 너무
    큰 것 같습니다,
    열심히 응원하고 있습니다,

  • 2. 들풀
    '08.9.4 10:46 PM (211.49.xxx.32)

    정의를 행하면 흥하고 사리를 행하면 망한다는 말씀이 있습니다.지금우리가 해야할일은 부정과 불의와 싸워야 할 때입니다.저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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