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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시위 조회수 : 478
작성일 : 2008-06-01 03:09:48
오늘 십만 명쯤 모일 거라고 예상하고 갔습니다.

그런데... 한 만 명쯤 보고 온 것 같습니다.

저녁에 갔는데, 일단 시청 쪽이랑 광화문은 도대체 사람들이 어디서 얼마나 모여서 뭘 하는지
볼 수도 없게 전경차량으로 꽉꽉 막아 놨고-
어찌나 치밀하게 세워 놨는지(정말 놀라운 주차실력) 차량 테두리 안으로 진입은 커녕
저 건너에 뭐가 있고 누가 있는지 들여다 볼 수도 없었습니다.

길마다, 가는 곳마다 다 막아 놓고 빈틈 조금이라도 난 곳은 전경들이 막고 있어서
어찌어찌 광화문 가까이 접근을 했다가, 내가 올 땐 도대체 여기로 어떻게 왔지, 싶을 만큼
갇혀서 오도가도 못 하는 상황이 돼 버렸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 시위대를 분산시키려는 거구나.
사람들이 이동해 오는 걸 어느 순간까지는 내버려 뒀다가
어쨌든 앞뒤로 옆으로 다 막아 버린 겁니다. 조각조각 분산시키기 딱 좋겠더군요.

골목을 찾아들어가도 어김없이 전경차 옆면과 맞닥뜨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떼로 모인 사람들 정말 못 봤습니다.(오후 8시 30분경)
다들 어디론가 이동해 가려고 하고,
붙들고 물어보면 '몰라요, 저도 막혀서 한 번 이동해 보는 거에요' 이런 말을 듣게 되고...
집에 좀 가자고(목적이 집에 가는 건 아닌 것 같았습니다. ^^;) 전경에게 떼를 쓰는,
집에도 못 가게 하느냐고 화내는 사람들을 보게 되고요.



어찌어찌 뚫린 길로(결국 뚫긴 했습니다.) 안국 쪽으로 이동했다가
삼청동 쪽에 쭉 있다가
집으로 귀가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본 것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풍경들이었습니다.



든든한 예비군들이 차량 우회시키는 것도 봤고요,
대학생들이 깃발을 높이 들고 모인 것도 봤습니다.

(지방에서 많이 왔더군요.
제가 본 건... 홍익대, 고려대, 충남대, 외대, 경희대, 동의대, 부산대, 덕성여대, 경기대, 한국교원대,
이 정도입니다.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 지방대의 이름을, 몇 더 봤습니다. 기억 못 해서 죄송합니다.
동아리 연합회와 한국대학신문기자연합-딱 맞게 기억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름이 길어서-
에서도 왔더군요.
눈 크게 뜨고 찾아봤지만 소위 명문대로 손꼽히는 대학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다른 곳에 있었다고 믿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깃발을 들고 체계적으로 움직이니 그 쪽을 따라 움직이게 되더군요.

어느 단체에서 나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경광봉을 들고 조끼 입은 사람들도 있었고요.
(대학생 또래임. 따라서 무슨 노조 등은 아닌 것으로 생각.)

그렇게 가서 삼청동 쪽에 있다가 온 것이고
물대포 맞고 실려가시는 분들 봤고
...그랬는데 말입니다.


무엇이 아쉬웠느냐면,

하나로 뭉치는 힘의 부족입니다.

물론 조금만 뭉쳐도 배후 어쩌고 말 나올까 봐, 저부터도 그 점이 걱정되긴 되더군요.
체계적으로 움직이면, 꼬투리 못 찾아 혈안이 된 족속들에게 빌미를 제공하는 게 될까 봐서요.


그런데 조금은 더 뭉쳐야 하지 않을까 생각 들었던 것이-
최전방 정도로 부를 수 있는 쪽에서는
물대포 쏘고, 맞고 있고, 우산 펴들고 있고, 사람들이 '길 터 주세요~' 하면서
다친 사람들을 데리고 나오고 했지만

그로부터 몇십 미터 떨어지지 않은 뒤쪽에서는
물 뿌리면 카메라를 높이 들어 찍으려고만 하고, 아무 일도 없을 때는 그냥 구호도
설렁설렁 외치다가, 말다가 하면서 거의 '구경' 하다시피 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습니다.

앞에서는 소리 지르고 애국가 부르고 난리이지만
뒤에서는 바닥에 앉아서 음식 먹고... 각자 휴식 취하고요.


휴식 취하는 게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저도 피곤해서 길가에 앉아 쉬다가 다시 합류하고 했으니까요.


아쉬운 건, 그렇게 흩어져서 그냥 여기저기 하릴없이 걸어다니는 사람들이나
뭔 일 있을 때 찍으려고 카메라 들고 대기 중이기만 한 사람(구호도 같이 안 외칩니다.
이런 사람 많았습니다. 카메라에 물 들어가면 곤란하긴 하겠죠...),

담배 피워 물고 있는 사람들.
(이런 남자들 정말 많았습니다.
담배 자체에도 저는 불만이었지만 - 의외로 어린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많이 남아 있었는데
담배 연기가 사방에서, 충분히 내 호흡에 영향 주도록 풍겨나왔거든요.
길에서 피우는 것까지 뭐라고 해야 하느냐, 한다면
어린 아이가 그렇게 많이 포함된 대열이 밀집해 있을 때에는 삼가야 하지 않느냐고 말하겠습니다-
시위에 정말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면 손에 담배가 들려 있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거 맞느냐고 묻고 싶었던 거죠.
구호 외치고 앞에 집중하기에도 정신없을 텐데.)

길거리에 여기저기 그냥 앉아 있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제가 보기에는
선대열에 서서 전경과 대치 중인 사람들의 숫자 이상으로, 충분히 그 이상으로 많았다는 것입니다.

이 사람들까지 앞으로 좀 더 나왔더라면 어땠을까요.
좀 거리가 멀긴 했지만 한 목소리로 구호 외쳤으면 어땠을까요.
(여러 사람이 한 목소리를 낼 때, 그 위력은 정말 대단하던데 말이죠.)


사람들을 여럿으로 쪼개고 군데군데 막아 버린 '분산 작전'이
이렇게 성공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이 볼 때의 긴박한 생방송 화면은
대열의 맨 앞인 겁니다. 뒤쪽은 그렇게 긴박하지 않습니다. 평화로웠습니다. 아니,
한가로웠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만약에 뒤에 있는 사람들까지 다 앞으로 나와서 밀어붙인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안 되더라는 말입니다.



하나로 모이는 힘이 절실했습니다.

누군가 이끌어 줬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떤 남자분도 그렇게 중얼거리더군요.)

우왕좌왕... 힘을 보태고는 싶은데 딱히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뒤에서 보고 있었는데 새삼 갑자기 돌진하기도 멋쩍고...
그러다가 어떤 대열이 와서 '저 쪽으로 와 주세요!' 하면 그 쪽으로 좀 가 보기도 했다가
뒤에서 살수차 물 뿌린다고 하면 다시 돌아서 가 보기도 하고...

이런 풍경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프락치로 주목받거나 배후 조종의 실세로 찍혀 연행되고 싶진 않은 거겠죠.
사실 다들 구호 너무 외쳐서 목이 다 쉬어 있기도 하고...
확성기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프락치로 의심받던 그 확성기녀 생각도 또 뒤이어 나더군요.



어떻게 하는 게 옳은 걸까요?



일행들 다 먼저 보내고
끝까지 혼자 서 있다가, 구호 따라 외치다가
아, 이제 나도 가야겠다- 생각 들어, 택시 타고 집으로 돌아온 소녀의 호소입니다.
(소녀의 나이는 좀 지났습니다만
...어린 여자. 제 힘은 정말 미미하더군요. 그것이나마 보태고 싶어서 나간 건데
나라도 나서서 이 무리를 이끌어야 하나, 어찌해야 하나, 갈등만 한 바가지 하고
복잡한 심경을 끌어안고 돌아왔습니다.)


좀더 적극적인 시민들의 모습이 필요합니다.

길에 굴러다니는 페트병, 쓰레기도 줍는 시민의 모습, 필요합니다.

우리도 이러지 말고 앞으로 나섭시다! 하는 여러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이왕 나온 거, 몸 사리지 말고 제대로 시위에 참여하는 모습도, 필요합니다.
뒤에 서서 목 길게 빼고 구경하던 많은 남자분들! 유감이었습니다.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이만 줄입니다.


여러분이 직접 가서 보시기를- 그리고 좀더 하나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 주시기를. ㅠㅠ
IP : 121.134.xxx.30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민주시민
    '08.6.1 3:17 AM (59.13.xxx.46)

    예 많이 부족하단 걸 느꼈습니다. 저도 반성합니다. 너무 추워서 커피도 마시구 그랬어요.
    뒤쪽은 시위라기보단 축제 분위기도 느껴졌어요. 이대로는 힘들겠단 생각도 했습니다.
    평화적이지만 좀더 치열하게 해야 합니다. 정말 반성합니다.

  • 2. 감사
    '08.6.1 3:21 AM (118.37.xxx.26)

    고생하셨어요. 감사합니다. ㅠㅠ

  • 3. 시위
    '08.6.1 3:21 AM (121.134.xxx.30)

    추워서 커피 좀 마실 수도 있지요. 저도 과자랑 물 준비해 갔습니다.
    충전해 가면서 시위하는 건 나쁘지 않은 거죠^^ 제가 아쉬운 건...
    뒤쪽은, 네, 심하게 말하면 '노닥노닥' 대는 분위기도 많이 보였습니다.

    커피 하니까 생각나는데
    이걸 쓸까말까 망설였는데 말입니다.

    저는 오늘 술냄새 많이 맡았습니다.(제 코가 좀 개코입니다-_-;
    술냄새가 많이 나기도 했고요.)
    술 마셔 가면서(맥주 캔도 여럿 봤어요) 시위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았어요.

    추워서 좀 마셨다... 할지도 모르겠는데
    글쎄요, 비폭력 평화시위를 외치는 우리가 좀더 이성적으로 대처하려면
    안 그래도 긴박한 상황에서 음주는 좀... 그렇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술김에 과격해져서 과격 시위 양상으로 번지기라도 한다면...
    술김에 무리해서 전경들에게 돌진하다 다치기라도 한다면...
    그도저도 아니고 뒤에서 그냥 술이나 마시고 있는 거라면...(이건 더 노노)

    곳곳에서 풍기던 술냄새, 좋지 않았어요~.

  • 4. 동감합니다
    '08.6.1 3:30 AM (61.79.xxx.20)

    저두 좀전에 돌아왔습니다.많이 아쉬웠습니다
    자발적인 평화시위 좋습니다.하지만 결속력과 응집력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군중에 힘이 필요하건만 어째 각자 따로 놀고 있단 느낌은 저만 그렇게 느낀걸까요.
    치열하게 맞서고 계신분들은 예비군분들과 앞에 선발로 서계신들 뿐이었습니다.
    정말 그외 뒤에 계시던 수많은 분들은 마치 옆집불구경하듯이 서계시더군요...
    담배피우시는분,팔짱끼고 서계시는분,이와중에도 열심히 셀카질하시는분들.....
    구호소리라두 일괄적으로 많이들 하시면 좋겠건만.....것두 아니었습니다....
    물론 자발적으로 나오신분들이라 뭐라 할순 없겠지요....
    하지만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지금 이대로는 아니란 생각해봅니다...
    흩어져있는 여러사람을 하나로 이끌 구심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우리들의 각오가 제풀에 지쳐 오래가지 못하구 흐지부지 끝날까 두렵습니다...

  • 5. 끌어내자
    '08.6.1 3:36 AM (122.128.xxx.246)

    오늘보니 개별적으로 온 단체가 너무 많은거 같더라구요
    그래서 이리끌리고 저리 끌리고 우왕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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