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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이 죽었다네요.

허무함 조회수 : 2,923
작성일 : 2007-03-19 13:47:53
말 그대로 첫사랑입니다.안타깝게도 짝사랑으로 끝났으니 첫사랑이라 부르기 약간 민망하기도 하지만.
나이차가 많이 나는 선배였는데 절대!미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는데 첫눈에 반했었어요. 매력이 있는 사람이었죠.영혼에서 나오는 그런 매력이 있는.누구에게나 그랬어요.사람들이 참 좋아했었어요.
선하고 웃음소리가 인상적이고 개성이 넘치는, 음악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해서 사람들한테 매일 음악과 책을 권해주곤 했었죠.
동아리방에 들어갈 때마다 가슴 두근거렸던 기억,막상 보면 쫄아서 말도 못하고.기타 자잘했던 기억들이 떠오르네요.
얼마전에 아주 우연찮게 검색창에 이름을 쳐봤다 소식을 알게 되었어요.그전에도 두세번 그냥 쳐본 적 있었는데 그날만,딱 그날만 그것도 그 소식이 있는 게시판의 글이 뜨네요.첨엔 아닐 거야...하다 추적을 해보니 사실이더군요.무슨 일인지 그 게시판은 다신 검색이 안되네요.
너무나 갑작스럽게 사고도 아닌 병으로 세상을 떴네요.젊은사람은 그 병에 걸려도 그리 쉽게 안 죽는다는데 허망하게.죽기 전부터 제가 읽은 글에 의하면 우울증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도 옆에서 도와주지 못하고 그렇게 갔어요.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많아서 화도 나고.그냥 잘 살길 바랬는데.결혼해서 아들딸 낳고 남들처럼 알콩달콩 평범하게 살고 있다 어느날 길에서 만나 아는 체 하면서 왜 그리 늙었냐고 하하 웃는 순간이 있을 줄 알았는데.결혼도 않고 자신의 흔적을 아는 사람들의 추억 속에만 남기고.
보질 않았으니 실감은 안 나는데 그냥 선배가 이 세상에 없다란 생각을 하니 맘이 많이 아려오네요.
간만에 시집을 꺼내서 시를 읽어봐요.옛날에 선배가 만나기로 약속해 놓고 동아리방에 앉아서 베껴써놨던 시인데 이거 보고 저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구요.이거에 대해서도 새삼 화가 나는 일도 있는데 정리를 못하겠어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여야겠어요.
날이 좋아서인지 웬지 더 허무해요.뭐가 그리 급해서 이 아름다운 봄햇살을 다시 맛보지 못할 곳으로 가버렸는지.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은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IP : 218.50.xxx.163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슬퍼요.
    '07.3.19 1:52 PM (61.253.xxx.84)

    내마음이 슬프네요. 젊은나이에 가셨다니 부디 좋은곳에서 쉬세요.

  • 2.
    '07.3.19 1:58 PM (222.101.xxx.87)

    저도 비슷한 경우인데..저는 그냥 연락이 잘 안되는 것 뿐이라고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조금은 마음이 편하더라구요... 자꾸만 생각하면 너무 화가나요...사람 하나 죽어도 아무일 없다는듯이 너무나 평범하게 잘 돌아가는 세상이...그냥 어딘가에서 밥도 먹고 잠도 자고 잘 살고 있다고 행복한가보다고 생각해요..

  • 3. 울적
    '07.3.19 2:08 PM (218.238.xxx.136)

    전 첫사랑이 상처했더는 소식을 들었어요...한동안 심란했어요. 행복하게 잘 살 것이지 처량맞게 홀아비 신세라니...

  • 4. 전..
    '07.3.19 3:28 PM (125.185.xxx.242)

    첫사랑이 음악프로 방청석에서 자기 와이프랑 노래신청하는거 봤어요.

    어머어머..어머..하는데 아기아빠가 방에서 나오길래 슬쩍 채널돌린적이 있다는...^^ 쩝..
    되게 미인이더라구용..

  • 5. 전~
    '07.3.19 3:42 PM (59.8.xxx.180)

    고등학교때 짝사랑하던 분이 고3때 죽었어요 심장판막증으로
    그때그분나이 30 딱한번 영화보고 바닷가에서 회먹고 ..
    그냥 귀여운 여동생으로 생각했겠지만 전 밤마다 머리들 베게에 틀어박고
    맘아픈 사랑을 했죠
    그런데 어느날 자기는 죽기전에 금테안경을 쓰고싶다고..
    그리고 몇달후 안경을 썻더라구요
    고3올라가서공부하느라 정신없는데 비보가 들려왔어요~
    지금 40이 훌적넘은 나이지만 아련히 생각납니다
    비오는날은 더~그때의 순수한 사랑 이젠 못하겠죠~
    그분은 갔지만 아름다운 사랑의 추억입니다

  • 6. -_-
    '07.3.19 10:06 PM (219.252.xxx.120)

    눈물이 나요.
    너무 가슴이 아파서..
    울면 안되는데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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