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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드는 밤..

불효녀 조회수 : 463
작성일 : 2006-12-30 03:05:48

밤중에 엄마와 한바탕 하고 난후  죄스러움과 화가 뒤범벅이 된채로입니다.
  내가 화를 내는 대상이 엄만지 아니면 난지조차 구분이 안가네요.
  일찍 결혼하고 철이 든 많은 분들이 보면 쯔쯧 혀를 차실지도 몰라요.

  엄마가 유독 잔걱정이 많으십니다.
  겨울철이라 시골서 올라와 계신데 시골생활의 패턴대로 매사 생각하니 걱정이 끊일사이가 없습니다.
  해가지면..요새 해가 좀 일찍 지나요?
  해지면 수퍼에 두부사러도 못가게 하시고 지하주차장에 있는 차에 뭐 놓고 왔다 가질러 나가면
  바로 못미더워 옷챙겨입고 따라나서십니다. 요샌 퇴근하고 밤에 마트 좀 가려면 화를 벌컥 내십니다.    
  제가 뭐 그리 금이야 옥이야 할 미모도 아니고 엘리베이터에서 이웃들이 보면 아줌마라고 자연스레  
  부르는 낼 모레 마흔인 처잡니다.
  
  예전에 학교때는 자취방에 밥해놓으시고 골목어귀에서 늦도록 몇시간이고 기다리시고 그랬습니다.
  그 부담 아실런지...   그땐 핸드폰이 있는때도 아니고 자취방에 전화도 없어서 서로 연락이 불가능하긴
  했지만 나중에 돌아와서 기다림에 지친 엄마를 보면 얼마나 속이 상한지 화를 버럭 냈습니다.그래도
  계속 그러시더군요.  그게 종내는 고마운 생각보다는 부담스러운 생각이 더 많이 듭니다.
  그리고는 화가 나고 화를 냅니다. 서운해하시고 자학하십니다. 그걸 보면 자식맘은 또 미칩니다.
  얼마나 더 나이를 먹어야 엄마한테서 벗어나기, 온전하게 독립하기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모진말인지 몰라도 제가 혹여라도 그런 엄마가 될까봐 참 싫습니다.

  오늘 사단은 제가  콘서트에 갔다가 늦게 온것입니다. 엄마 기준으론  말이 안되는것이지요.
  밝을때 나가 일 볼것이지  해질무렵에 나갔다가  캄캄오밤중에 들왔으니 말이지요.
  콘서트가 길기도 했지만 걱정돼서 다 끝나기 전에 나와서 전화드렸습니다.
  이제 끝났고 서울서 가려면 한참 걸리니 걱정 마시라고. 오다가 두어차례 채근전화받았구요.
  집에 오니 열두시가 넘은 시각입니다. 저는 죽었지요.
  들어오니 베란다에 서계십니다. 벌써 몇 번 들락날락하셨겠지요. 길가를...
  절 보자마자 자식이 웬수라고 주저앉으십니다. 미아됐다 찾은 부모얼굴입니다..휴
  이꼴 저꼴 보기 싫으니 낼 당장 시골 내려갈거라시네요.
  돌아보니 차디찬 방, 뎁히기만 하면 먹을수 있도록 저녁상 봐놨는데 그대로네요.
  저녁도 굶으시고 기진상태입니다.
  너무 걱정해서 간이 빠삭빠삭 탔다고 하시네요.
  저도 속상하고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마구 화냈네요.
  어쩌란 말이냐.. 두 손 두발 묶고  집에만 있다가 침대에서 죽는게 엄마가 원하는 딸의 삶이냐...
  그토록 전화로 여러번 얘기해드렸음 되었지 도대체 어떡해야 하는거냐..
  끝내는 난 엄마같이 될까봐 자식낳기 무섭다  모진말을 뱉고 말았네요.

  어렵네요.
  자식이 저만 아닌데 하나같이 걱정거리입니다.
  첫째는 이래서 걱정 둘째는 저래서 걱정 셋째는..
  다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는데 앉으면 한숨이고 일어서면 걱정이십니다. 점점 심해지시네요.
  형제들이 다 유순하고 착합니다.
  뭘 잘못할래야 엄마 생각하면  걱정에 돌아가실까봐 못했다고 우스갯소리들 하지요.

  같이 있는 동안 잘해드려야지 몇번씩 다짐하는데 그게 무너집니다.
  어느새부턴가 사소한 것이라도 일절 나쁜소식은 안 전하고 있습니다.
  에혀~  이래저래 오늘밤도  죄스러운 마음 한켠 답답한 마음 한켠...
IP : 221.163.xxx.34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우울
    '06.12.30 3:53 AM (210.106.xxx.103)

    그정도는 아니지만 우리 부모님도 많이 잔소리하시죠..
    전 결혼했는데도...
    지금이 몇시인데 아직자냐...아침은 왜안먹냐...일찍좀 자라 등등..
    한두번도 아니고 생각날때마다 얼굴보면 말씀하셔서 한번은 저도 버럭~했네요.
    엄마아빠 생활리듬과 내가 똑같아야하냐고...
    다 각자사는방식이 있다고....
    그래도 그 이후에도 그러시죠...좀 줄긴했지만..
    자식생각하는 부모마음은 어쩔수 없나봐요..

  • 2. 꼭.
    '06.12.31 1:48 AM (210.105.xxx.36)

    우리 친정엄마같네요. 저도 학생때 학교에서 늦게 끝내줘서 늦게왔어도 내가 놀고온양 혼나야했었구요
    아직 해 멀쩡하게 떠있는데도 마중나와계시다가 그거 못맞춰서 오면 화내시고..
    늘 조마조마 두근두근한 삶이었지요. 다행히 결혼하니 남편은 그런거갖고 잔소리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얼마나 좋던지요. 그래서 전 딸만 두었지만 애를 믿어주고 미리 허락을 얻었을때나 전화로 연락왔을때말고는 걱정안합니다. 다만 몸가짐이나 대처법정도만 일러두고요. 으슥한길은 안가기등..
    지금도 전화해서 안받으면 5분있다 또하십니다.또 해보다 집전화 안받으면 이번엔 휴대폰을 받을때까지
    쉬지않고 하세요. 받을상황안돼서 못받는건데 만약 꺼놓았다 싶으면 단단히 오해를 하셔서 끌수도 없고
    결국은 살짝 속삭이는 목소리라도 상황알려드려야 "휴~ 걱정돼서.. " 그러십니다
    자식이 아프면 아프다고도 알려드리지못해요. 너무 걱정하셔서요.
    그렇잖아도 제가 1월에 수술할일이 있는데 뭐라 핑계대고 수술하고오나 요즘 궁리중입니다.
    여행을 간다하고 병원에 들어가야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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