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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고...고마운...사람들

조회수 : 475
작성일 : 2005-10-27 18:28:25
죄송합니다. 마이클럽에서 퍼왔습니다.
회사에서 눈물참느라 혼났네요.
82식구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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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만난지 5년째, 결혼 3년째 되어가는..선영입니다..

그냥..제 속 얘기 좀 털어 놓고 싶어서요..요즘들어..저희 신랑에게 참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요..
드라마에서 누가 말했듯..눈앞에서 사진기후레쉬 터지듯..눈앞이 깜깜하게 머는..사랑의 감정으로..
시작한 결혼은 아니지만..처음 만났을때부터..참 편안했어요..
이런 사람이라면..평생을 함께해도 좋겠구나..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결혼을 하고 보니..난 참 잘한 결혼인데..신랑에게도 과연 그럴까..그런 생각이 드네요..

저희 신랑..어디 내놔도..빠지지 않는 사람입니다..
대단히 잘생긴 얼굴은 아니지만..인상 좋은 얼굴에..안정된 직장..곧고 검소한 성격..
집안일도..아이 돌보는 일도..맞벌이로 힘들꺼라며..부탁하지 않아도..스스로 알아서 잘 해주고..
제가 더 늦는날이면..청소하고..빨래개고..밥도 다 해 놨다고 신이나서 전화를 하기도 합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을 닮아 절약이 몸에 벤 사람이라..자기옷이며 악세서리에는 관심도 안 갖으려 하고..
젊은 사람이니..자기도 갖고는 싶겠지만..그거 아껴서..제 옷이나 아이 장난감 사주려는 사람입니다..
가끔 정말 갖고 싶은게 있어도..자기 몸에 걸치는 물건에는 손을 벌벌떨며 사지도 못하는 사람입니다..
밥먹을 때도..제 입에는 새로한 맛있는 반찬..넣어주고..자기는 냉장고에 있던 오래된 반찬에..
쓱쓱..밥 비벼..맛있다며 먹는 사람입니다..누가보면..궁상이다..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보다 더..저렇게 아껴 모은 덕분에..3년전 맨땅에서..4500짜리 전세 대출 받아 시작한 저희..
내후년엔..새로 분양받은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부모님도..넉넉하진 않지만..경제적으로 자식들에게 기대려 하지 않으시고..
뭐라도 생기면..그저..큰아들 작은아들..내외에게 가져다 주시기 바쁜 분들입니다..
가끔 생신, 명절에만 겨우 손에 쥐어드리는 용돈에도..너희 살기도 빠듯할텐데..하시며..
고맙고 미안하게 받으시는 분들입니다..
맞벌이에..아이 놀이방이 쉬는 날이면..맞길 곳이 없어..전전긍긍해 하는..저를 대신해서..
회사에 휴가 내시고..손주를 위해 아낌없이 하루를 내어주시는 분들입니다..
가끔 시댁에서 자는 날이면..아침 잠 많은 저..혹시 깰라..조용조용 아침 해 놓으시고..
늦잠자고 일어난 저 무안해 할까..두분이서 산책 다녀올테니..아침 맛있게 먹으라고..
메모 남겨두시는..분들이십니다..
손주보러 놀러오셨다가..갑자기 차려드린 저녁식사에..반찬이 없어..내어 놓은 김치복음밥..
찬이 없어 죄송해 하는 제게..김치복음밥이 정말 맛있다며..뭘 넣고 한거니..하시고는..
다음날..시댁냉장고에 있는 반찬들..하물며 풋고추 3개까지..바리바리 싸다주시는..
고마우신 분들입니다..

경제적으로 의지하지 않으시는 시댁과는 달리..저희 친정은 좀 많이 어렵습니다..
아빠가 저 결혼하자 마자..심각한 병에 걸리셔서..다니던 직장도 그만 두시고..
엄마 혼자..겨우 입에 풀칠 할 정도로만..벌고 사시는데..
아빠 약값도 비싸고..동생 학비며..정말 끝도 없는..악순환의 연속입니다..
그런데 몇일 전..아빠가 가족들 모르게 급히 돌려 쓰셨던..카드대출들이 연체되어..그나마 하나있는 작은 빌라가 경매로 넘어가게 생겼다는 얘기를 듣고..너무 충격이었지만..없어서..쓰신 일이고..아프신 분이니..뭐라 말할 수도 없었습니다..

어렵게 울며 얘기를 꺼낸 제게..신랑은 그런 얘길 왜 이제야 하냐며..안아주고는..갖고있던 적금들 해약하고..모자란 부분..시댁에 부탁해서..해결을 해 주더군요..시댁에서는 갑자기 아들이 전화해서 큰돈을 부탁하는데도..이유도 묻지 않고..눈치 채셨을 수도 있겠지만..그날 바로 보내주셨습니다..

이번에 이렇게 들어간 큰 돈때문에..내후년 아파트 입주가..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신랑은..혹시나..제가 눈치보고..기죽고..우울해 할까..평소보다 전화도 더 자주하고..
주말에 영화표도 예매하고..오늘은 친정에 가서 저녁을 먹자네요..

이렇게 고마운 사람..고마운 분들에게..제가 해드린 것이..해줄 것이 없는거 같아서..
너무 미안하고..죄송합니다..
앞으로 살면서 갚아나가면 되겠죠??..제가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살아서 잘 해주고..잘 해드리면 되겠죠??..

마음이 너무 아프고 무거워서..누구한테든..말하고 싶은데..친구들에게는 꺼내기 어려운 얘기라..
여기에..이렇게 적어봤습니다..

앞으로는 어렵고 힘든 일 없이..우리가족..지금처럼만..행복하게..잘 지낼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긴 글..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IP : 211.204.xxx.151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정말 눈물이
    '05.10.27 10:11 PM (218.145.xxx.200)

    나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따뜻하고 훈훈한 사랑이야기가 세상에 넘쳐나면 얼마나좋을까요?

  • 2. 언제나 지금처럼
    '05.10.28 2:07 AM (204.193.xxx.8)

    행복하세요! 라고 전해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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