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나를 외롭게 하는 것들

귀여운토끼 조회수 : 1,562
작성일 : 2004-05-27 22:14:22

끝을 아는 사람은 외로움을 아는 사람입니다.

눈물 콧물 섞어 가며 어린 여자 아이가 울고 있는데, 엄마는 아이 버릇 잡는다고 달래주지 않고 있습니다.의미 없는 울음 소리가 주위에 가득찹니다. 표독스런 눈으로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이 나를 외롭게 합니다.자기가 그어 놓은 공간 안에 들어 오지 않으면 쉽게 타인이 될 수도 있다는 엄마의 마음이 하루를 허전하게 만듭니다.내 눈에 그들은 타인의 공간으로만 자리 잡습니다.

프랑크 시나트라의 'My way'라는 노래는 나를 외롭게 합니다.
내 삶은 최선의 삶이었고, 최고의 삶이었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목소리가 나를 외롭게 합니다.두 갈래 길만 만나도 어디로 갈까 망설여지는 내가 돌이켜보면, 내 길로 걸어온 것이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아 의미 없는 길에 의미를 두는 시나트라의 노래는 나를 외롭게 합니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는 책에 보면 수학 담당 교사가 학생들에게 묻는 질문이 나옵니다. 두 아이가 굴뚝 청소하러 들어 갔는데 한 아이는 그을음이 전혀 묻지 않은 깨끗한 얼굴이고 한 아이는 얼굴이 새까맣게 된 아이라면 누가 얼굴을 씻겠냐고 묻습니다.한 학생이 당연히 더러운 아이가 씻을 거라고 답변하고 교사는 틀렸다고 말합니다. 더러운 아이는 깨끗한 아이를 보면서 자기도 깨끗하다고 생각하고 깨끗한 아이는 더러운 아이를 보면서 자기도 더럽다고 생각하고 깨끗한 아이가 씻는다고 말합니다. 학생들은 교사의 답변에 감탄합니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다시 묻습니다.학생들은 그 답은 이미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깨끗한 아이가 씻는다고 대답합니다.그러나 교사는 그 답은 틀렸다고 말합니다.두 아이가 함께 굴뚝 청소를 하러 들어 갔는데 한 아이는 깨끗하고 한 아이는 더럽다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말장난 같지만 그 순간은 논리적인 교사의 말이 나를 외롭게 합니다.아무리 세상이 더러워도 깨끗한 사람은 존재하는 데 그 모든 것을 무시하는 것 같아 서글픈 마음이 듭니다.

뫼비우스 띠와 같은 인생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고 행복도 없고 불행도 없다고 생각합니다.이분법에 익숙한 우리들은 세상 모든 것을 나누어 생각하고 쉽게 성공과 실패를 이야기합니다.
의미가 없는 것에 보다 큰 의미를 두고 행복 속에 불행을, 불행 속에 감추어진 행복을 느끼는 평온한 삶에 대해서 아무도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 현실이 나를 외롭게 합니다.

그리고 나는 정성을 다해 글을 쓰는 데 .........
메아리가 없다.



IP : 221.153.xxx.41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혜경
    '04.5.27 10:17 PM (218.237.xxx.249)

    귀여운 토끼님...메아리가 없는 이유는...너무 좋은 글에 토를 달아서 혹시나 그 글을 훼손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그런 마음도 포함되어있다는 걸 헤아려 주세요...

  • 2. 몽쥬
    '04.5.27 10:51 PM (211.207.xxx.199)

    맞사와요,귀여운토끼님...
    뫼비우수와같은인생 ~~~저도 동감입니다.

  • 3. 프림커피
    '04.5.27 11:21 PM (220.73.xxx.254)

    외로워마세요,, 샌님 말씀처럼 글이 너무 좋으면 괜히 댓글달아서 원글을 왜곡시키지
    않을까... 하는 소심한 마음이 있는걸요...

  • 4. 솜사탕
    '04.5.28 4:49 AM (68.163.xxx.97)

    저는 마음의 공명이 없으면 외롭다고 느껴져요...
    귀여운 토끼님.. 근데.. 정말 귀여우세요..

  • 5. 새초롬
    '04.5.29 12:00 PM (220.126.xxx.219)

    저도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정말 자알~~^^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83407 사랑의 택배 3 푸른나무 2004/05/28 892
283406 이름 굵어진 기념이예요 3 아이짱 2004/05/28 892
283405 저희집 옆에 팬션이 생겼어요, 4 엘리사벳 2004/05/28 1,146
283404 사춘기 선배님들 도움원해요 2 사춘기엄마 2004/05/28 902
283403 서산버스 추가모집.. 마지막 기회 2 다시마 2004/05/28 883
283402 수행평가에 대한 주저리 주저리 5 풀내음 2004/05/28 977
283401 딸낳는 방법 있나요? 15 ^^ 2004/05/28 1,742
283400 비가 참 잘두 오네요 3 tirano.. 2004/05/28 882
283399 너무 뭘 모르는거 아닐까?? 11 뭘모르는 엄.. 2004/05/28 1,720
283398 한약 먹을때 먹으면 안되는 생무 말인데요.. 6 jill 2004/05/28 1,981
283397 한푼이라도,,,,<임산모편> 16 오이마사지 2004/05/28 1,589
283396 건강검진어떻게 해야할지. 6 마끼아또 2004/05/28 889
283395 심심하신 분들...이거 한번해보세요. 9 심심줌마 2004/05/28 1,076
283394 그냥 주저리... ^^* 14 솜사탕 2004/05/28 1,400
283393 매실 떼 구매 안내 (다시 올림) 5 무우꽃 2004/05/28 1,090
283392 혹시 아이 웅변학원 보내시는 분 있나요? 4 어쩔꺼나.... 2004/05/28 941
283391 [re]국민연금을 잘 걷으려면 기억하세요. 깜찌기 펭 2004/05/28 883
283390 [펌] 국민연금 비정규직의 양심고백 4 빈수레 2004/05/27 1,073
283389 나를 외롭게 하는 것들 5 귀여운토끼 2004/05/27 1,562
283388 남대문 쇼핑 후기 17 백설공주 2004/05/27 2,064
283387 집이 텅 빈 것 같아서요. 3 scymom.. 2004/05/27 1,067
283386 기분파 남편땜시.. 7 kokoko.. 2004/05/27 1,479
283385 하지도 않는 결혼 하는 심정... 4 ^^ 2004/05/27 1,444
283384 남대문에서 길잃은 몽쥬........ 14 몽쥬 2004/05/27 1,402
283383 늦어지만 부산 봄소풍 후기 올립니다 4 thdusd.. 2004/05/27 886
283382 부산 봄소풍 후기입니당~ 22 프림커피 2004/05/26 1,498
283381 왜 아직 아무도 후기를 안올렸을까요??(부산 소풍) 10 슈~ 2004/05/26 1,248
283380 82님들중 서초어린이집 다니는 자녀는 없으시겠죠? 12 서초어린이집.. 2004/05/27 1,235
283379 드라마 이야기 5 홍이 2004/05/27 1,291
283378 친정엄마와 같이 살아야 하는지? 6 파란야채 2004/05/27 1,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