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내가 본 독일 산모.

ido 조회수 : 1,322
작성일 : 2003-10-12 17:25:35
민주가 태어난지도 벌써 2주가 지났네요. 정말....꿈처럼 모든 것이 지나가버리고. 되새기려니 악몽처럼 느껴집니다. 몸도 서서히 회복기로 접어 들고, 거동이 조금씩 자유로와져서 한결 가뿐한 마음이 되네요. 배 불러 있을때 그렇게 맛있던 미역국이 이젠 먹기 고역일 정도로 맛이 없어졌구요. 예나 지금이나 아침에 눈 뜨면 커피부터 찾는 습관은 여전합니다.(병원에서도 하루 지나니까 커피 포트병으로 나오더라구요.....하루에 한 잔 정도는 괜찮다는 뜻으로 알구 마십니다. 우유가 거의 머그컵의2/3를 차지합니다)

오늘은.......잠깐 회복실에서 알게 된 어떤 미혼모 얘기를 해 보려구요. 말로만 듣던 독일식 아이교육......직접 보니 정말 황당. 놀라웠기 때문입니다. 저보다 하루 먼저 제왕절개로 분만한 그녀는(아이가 4,600그람짜리 거대아라 수술할 수 밖에 없었다는데, 벤야민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아가....진짜 크더군요) 임신했을 동안 몸무게가 무려 23킬로나 불었답니다. 복부지방이 많아서 아무래도 깊..이 칼이 들어갔을테니....아무는 것도 저보다 더딜테고. 뱃속에 공기가 차서 닝겔 맞고, 어찌어찌 감염이 되었는지....삼일째부터 고열에 엄청 시달리고 아기수유도 금지되더군요. 그런데 이 친구 꽃다운 스물세살. 아이아비는 한때 사랑한 서른여섯 청년. 그러니까 독일에서는 너무나 흔한 미혼모였습니다.
남자친구의 반대를 무시하고 아기를 낳은 케이슨데, 비록 현재 애인도, 남자친구도, 뭣도 아닌 남자지만, 그는 영원히 -아이의 친아버지-라고, 아주 분명하게 못을 박는 모습. 그녀의 친어머니가 매일 그녀를 시중들어 주는데. 아주 재미있는 광경들을 연출합니다. 마치......한 편의 연극을 보고 있는듯한.......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그들의 대화투나 행동들이 또 정신없는 이도의 머릿속을 긁어 놓습니다. 뭐나면......거동 불편한 딸은 마치 전신불구의 어린 공주가 되고, 그 어머니는 잘 훈련된 늙은 시녀역이라도 맡은 마냥. 딸이 필요한 뭔가를 요구하면 어미는 부산을 떨며 요구를 수행합니다. 오오~나의 보석. 이번엔 필요한게 뭐지? . 오오~정말 미안하구나. 엄마가 네 사과를 묻지도 않고 먹었단다. 오오~불쌍한 내 딸. 내가 없는 밤새 잘 견딜 수 있겠지?...등등.......평범할 수도 있을 이런 말들이 희안하게도 그녀의 입만 통과하면.....극중 대사처럼 과장되고 부자연스러워 지는 겁니다. 어미 또한 거구로 한 몸집 하는데.......그 뒤뚱뒤뚱한 거동으로 병실안을 왔다갔다 하는 모습 아마 상상이 안 되실 거예요. 그보다. 제 머릿속에 그녀와 그 어미가 깊이 각인될 수 있었던 가장 중대한 씬은. 바로 식사시간의 두 모녀와 벤야민. 입니다. 이 아이 우리 민주와는 달리 시도 때도 없이 빡빡대서 안 그래도 심경 산란한 제 머릿속을 박박 긁어대는데......눈치없이(?) 두 모녀 밥먹는 식사시간에 울었다가는 국물도 없습니다. 으와........애가 목청이 터져라 울기 시작하는데도. 귓구녕에 철판을 쑤셔 박고 밥을 먹는지.......냅쳐 두고 툭 던지는 말인즉슨 <벤야민아, 엄마는 지금 막 밥 먹는단다. 그러니 기다려야지? 조금만 참으렴> 입니다.  으와..으와.......내가 벤야민이라도 미쳐버릴 것만 같은 순간입니다. 그 광경 보고 같은 독일인인 알렉산더도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더군요. (즉슨. 모든 독일산모가 다 요렇지는 않다는 뜻). 운 나쁜 신생아들은 우유 먹는 시간 기다려서 울어야 하고, 안아 줄 시간 맞춰서 보채야 합니다......이미 신생아때부터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몸소 익혀야 하는 독일의 운 나쁜 아가들. 외골수. 융통성 없는 독인일이 만들어지는 첫 관문. 이도 병원에서 직접 목격했던 것입니다.  딸을 임신시킨 남자가 어디 태생인지. 어찌 생겼는지 암껏두 모른다면서....딸이 스스로 얘기하기 전에는 묻지도, 캐지도 않는다며 아주 낮은 목소리로 (딸이 없는데도) 누가 들을새라 조심스럽게 얘기하는  그 어머니. 어머니를 남편이라고 얘기하는 그 딸.......환자챠트 작성하면서 부부인지 묻고, 같이 사는지를 또 묻는 독일 간호원. 누워 젖먹이는 거 보면서 침대 치워야 하니 자리 비켜달라고 스스럼없이 요구하는 그들.......정말 정 떨어지는 독일사회의 단면입니다.

IP : 62.134.xxx.52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우렁각시
    '03.10.12 6:04 PM (63.138.xxx.121)

    독일 ....애낳기 무섭당.
    어디나 제 고향떠나면 적응하기 힘든게 있죠..
    캐나다에서 애낳은 친구왈.--- 그 해가 넘넘 덥기로 소문난 해여서 가만히 있어도 땀 줄줄~~
    출산후 땀 흘리는 산모보고 간호사왈, 잠깐만, 덥지? 하더니
    주전자에 얼음과 차가운 물을 가득 채워서 가져다 주더래요, 퇴원하던 그 날까지요.
    한국서 오신 할머니들은 고개를 절래 절래.
    미혼모요? 물론 여기도 많아요... 근데 이도님, 독일은 출산/의료비가 국가부담인가요?

  • 2. 기쁨이네
    '03.10.12 6:32 PM (217.229.xxx.117)

    이도님!
    소꼬리있지요?! 그거라도 많이 과서 드세요. 압력솥에 과서 요즘 밖에 두면 그대로 기름굳힙니다. 거둬내고 국물이라도 많이많이 드세요. 알렉스에게 이것만이라도 부탁하세요.
    독일은 출산/의료비 국가 부담이예요.
    순산인 경우는 의료보험재단에서 축하비(100 마르크였었음)나옵니다만
    매달 내야하는 의료보험비가 장난 아닌 것 아시지요?
    그래서 한국사람들끼리는 여기서 애낳아야지 본전뽑는 거라는 얘기들 많이 했었습니다.
    잔소리 하나 더!
    이도님 커피도 부디 참으시옵소서... ... ...
    그래도 하나낳았을 때 몸조리 잘 하시면 회복수순 빠릅니다.
    절대 명심하시옵기만을... ...
    가까이있음 미역국이라도 끓여 안고 가겠건만... ... 넘 멀군요.
    백일동안 나 죽었습니다 하시고 좋다는 것만 하세요. 꼭요!!!

  • 3. ido
    '03.10.12 9:11 PM (62.180.xxx.153)

    지금 돼지족을 끓이고 있는데(세시간째).....뽀얀물이 안 나오네요..흐......돼지 한 쪽 다리 세 동강 낸거.....가격표 보고 깜딱 놀랐지 뭐예요. 0,498kg 팩 하나에 74센트....천원이나 하나요? 우리돈으로요. 젖 잘 나온다고 해서 한 번 마셔 보려구요......알렉산더, 요리라면 두 팔 걷어부치고 나서는데 돼지족 부탁했더니 우족까지 덩달아 사와서는 <내가 요리할까?> 하는 걸.....말렸습니다. 미역국 실컷 가르쳐 놨더니......시키지도 않은 호박. 당근 썰어 넣어 끓여 내더라구요. (이 남자 재미있는 얘기는 천천히 올리겠습니다). 우족은 벌써 물에 퐁당 담궈 냉장고에 들어 있구요...어떤 요리가 될지 저 궁금해서 기다리는 중.

    독일은 출산.의료비 모두 보험회사 부담이지만. 보험료 장난 아닙니다. 참고로 알렉산더 앞으로 내는 의료보험료가 350유로. 제 앞으로 198유로. 새로 태어난 민주도 보험 들어야 하는데 160유로 내야 한다는군요.......환율적용하면 장난 아닌 액수 나옵니다. 저는 서른이 넘어서 학생이라도 싼 보험 적용이 안 되구요.......매달 60만원이 넘는 돈을 꼬박꼬박 의료보험료로 내는 거니까.....이것도 생각하면 미칠 노릇입니다. 아기 낳고 좋은 점은 국가에서 아이교육비하고 양육비로 매달 450유로씩 제 앞으로 나온다는 건데요. 2년간 지급된다네요........물론 외국인에게는 해당 안 되구요. 저는 남편이 독일인이라 그 돈 다 받습니다.

  • 4. 박정옥
    '03.10.13 7:12 AM (211.245.xxx.189)

    이도님이 전번보다는 나아진거 같아 넘 기뻐요.. (마치 제 일처럼^^) 타국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그치만 잘해내실꺼 같네요.. 지금 한국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네요.. 전 비가 오면 우울해지는데.. 이제 7개월이 되는 제 배는 왜 이리 부른건지.. 낼 우리 신랑 강도사 인허식에 가야하는데 입고 갈옷도 없고 기분만 꿀꿀하네요. 어제는 왜 이리 예랑이가 많이 보채는지! 저희 신랑이 요즘 매일 코피를 쏟고 있는데 전 아무것도 해 줄수 없어 속상합니다. 다만 "병원에 한번 가보지!!"라는 말밖에..(안갈껄 뻔히 알면서! 저희 신랑, 병원정말 죽어라 가기 싫어합니다. 어떤 이가 병원에 가는거 좋아하는 사람 없지만!) 신랑 피곤해, 잠이 부족해 힘들어 하는데 전 감기몸살로 만사가 다 귀찮고 힘든데 이제 18개월된 우리 예랑이는 왜이리 손이 많이 가는지!! 몸이 건강할때는 몰랐는데 아프니 다 귀찮네요..이러면 안되는데@.@ 그래서 괜히 예랑이에게 짜증냈다가 자는 모습 보고 또 얼마나 후회했는지!! 이러지 말아야지 하는데 잘 안되네요. 둘째가 태어나면 예랑이가 힘들거 뻔히 알기에,(제가 첫째라 알거든요) 잘해줘야지 했는데..

    이도님!! 조금씩 더 좋아지실꺼예요.. 아기들 자라는 모습 보면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고 감사하답니다..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크고 재롱,재주도 하루가 다르게 크는거 같아요.. 언제부터 눈을 마주치고 언제부터 뒤집고, 배밀이를 하다 갑자기 후다닥 재빨리 기다가 걷다가!! 신비의 연속이지요. 다 아시겠지만 제 아기가 그러는 모습 보면 신비, 그 자체입니다.. 저희 신랑은 저희 아기에게 매일 귀여워 뽀뽀를 한 100번도 더하는 거 같아요..저에게 그렇게 잘하면 음식 하나라도 더 해줄텐데.^^ 그래서 안해주는 건 아니지만..(못해서 못하는거지요..)이도님!! 힘내세요. 마져요..
    내가 건강해야, 아이도 남편도 이뻐보이고 잘해 줄수 있는거지요.. 힘들면 무조건 쉬세요.. 하루이틀 푹쉰다고 집 안무너지지요..^^

  • 5. 진쥬
    '03.10.13 11:04 AM (61.105.xxx.180)

    이도님,
    족발이든 우족이든 압력솥에 물 약간 넣고 끓여서 칙칙거리면 식혀서 김뺴고
    또 그과정을 반복하고..
    김뺴고 또 다시 반복하고..해서 살이 무른 담에 국물만드세요.
    안그러면 뽀얀 물 나올때까지 너무 너무 오래 걸려요.
    연극배우같다는 옆침대 모녀이야기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산후조리 씩씩하게 잘 하셔요. 화이팅~

  • 6. 레아맘
    '03.10.14 4:32 PM (81.53.xxx.209)

    하하하...이도님이 느끼신거 백번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저도 프랑스에서 엄마들이 아기 키우는거 보면서 '저러니까 여기 애들이 문제가 많지'하고 생각한적이 많거든요. 애가 배가 고파 울어두 시간 안됫다구 울게 냅두고...헌자 잠들어야 한다구 3개월부터 울게 놔두고....
    그래서 저는 레아를 한국식으로- 정을 듬뿍듬뿍 담아서, 많이 안아주고- 키울려구요. 유럽사람들 부모 자식간에 그 '끈적근적'한 뭔가가 없는것이 좀 이상하더군요. 우리나라처럼 지지고 볶고 살아봐야 정도 생기고 그러는건데 말이죠....
    우리 꿋꿋하게 잘 키워보자구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77617 내가 본 독일 산모. 6 ido 2003/10/12 1,322
277616 농약 안치는 농산물 6 주니어 2003/10/12 1,148
277615 하기스 기저귀 값이 오른데요 4 김새봄 2003/10/12 886
277614 혹시 좋은 뮤지컬 있으세요? 4 방우리 2003/10/11 885
277613 고추가루 준비 안 하신분......... 줌인 2003/10/11 876
277612 가을표고 입니다 이두영 2003/10/08 1,638
277611 배즙 광고입니다. 4 조아라 2003/10/10 1,054
277610 배즙신청재개 4 은맘 2003/10/10 876
277609 대봉시 예약 받습니다... 이두영 2003/10/09 1,455
277608 결혼기념일 사진 찍을 스튜디오 정말 잘 찍는 곳 추천부탁드려요~ 3 블루스타 2003/10/11 824
277607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애플맘 2003/10/11 890
277606 젖병과 젖꼭지 4 차남경 2003/10/11 892
277605 [re] 이두영님...이상한 버섯이... 1 이두영 2003/10/11 891
277604 이두영님...이상한 버섯이... 에이프런 2003/10/11 890
277603 이럴때 정말 내가 싫다. 9 치즈 2003/10/11 1,071
277602 아기신발이요.. 2 82사랑 2003/10/11 876
277601 노영국 2 박은경 2003/10/11 1,141
277600 어제 에버랜드에서,,, 7 푸우 2003/10/11 1,067
277599 요리하면서 용돈벌기 83. 두딸아빠 2003/10/11 585
277598 대구에 유명한 한의원 좀 알려주세요..특히 부인과..--; 3 궁금이 2003/10/10 1,135
277597 인천 차이나타운 중국집... 8 궁금이 2003/10/10 903
277596 도움을 바랍니다. 2 무명씨 2003/10/10 885
277595 표고 냉동 보관 질문에 대하여... 3 이두영 2003/10/10 901
277594 산후풍이던가요?? 5 재은맘 2003/10/10 910
277593 채용정보입니다....펌 6 jasmin.. 2003/10/10 1,010
277592 무서운 젖몸살... 20 ido 2003/10/10 1,216
277591 머리비듬없애는방법좀.. 1 이선영 2003/10/10 931
277590 시체놀이하는 강아지랍니다... ^^;; 4 로사 2003/10/10 1,053
277589 워머 사고싶네요 ^^ 2 ^^;yj 2003/10/10 908
277588 요즘 에버랜드 캐리비언베이에서 놀기 어떤가요? 공짜표 생겨서... 1 김희정 2003/10/10 8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