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어머니의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참꽃 조회수 : 284
작성일 : 2011-04-25 21:45:27

저의 어머니는 올해 일흔셋입니다.

어려서는 일찍 외할머니를 여의고  결혼후엔 돌아가신 아버지의 병수발을 하시느라

한평생 고생만 하시고 지금은 자식들 걱정에 하루도 편하신 날이 없으십니다.

저 또한 남편 병수발로 힘든처지라 어머니 생각만 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그래서 며칠전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산간오지 어머니의 고향엘 모시고 다녀왔습니다.

어릴적 도시로 나와서 고향에 가 본지가 50년이 넘었다고 하십니다.

고향 친척들은 옛날에 모두 떠나고 이제는 다시 산좋고 물좋은 곳을 찾아든 낯선 이들만 마을에 모여 사네요.

저는 그날 어머니의 어릴적 이야기는 처음 들었습니다.

사는게 힘들어서 이야기할 틈도 없었지만 아마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절을 돌이키기 싫었을 것 같았습니다.

전쟁중에 어머닌 너무 놀라서 물독을 하루에 9개도 깨트려 보았다고 하네요.

10살된 어린소녀에게 군인들이 불쑥 나타나서 수상한 사람 보지 않았느냐며 묻고

담너머로 마을 동장이 물독에 머리를 처박히며 문초를 당하는 모습도 보았고

막내 외삼촌이 돌아가시는 일도 겪었으니

정말 전쟁을 겪은 어머니 세대들의 고생은 이루 말 할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전쟁의 비극은 정말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겠습니다.

어머닌 그 때 너무 놀라서 지금도 조그만 소리에도 잘 놀라십니다.

모두가 떠난 고향마을 외할머니 산소를 향해 큰절을 올리시는

어머니의 어깨가 가슴아파서 머리에서 지워지질 않습니다.

어머니께 효도하고 싶은데 왜이리 사는게 힘들까요.

IP : 114.202.xxx.54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자연도나도불쌍하다
    '11.4.25 10:44 PM (116.33.xxx.197)

    맞아요... 전쟁의 공포는 다시금 그 때를 떠올리고 싶지 않게 만들죠.

    제가 전에 맡은 업무가 어르신들 고초 겪은 건데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상상을 초월했답니다. 그래서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그리고 군대 갔다오지도 않은 사람들이 더 호전적으로 난리를 피운다는 거 알았어요

  • 2. 자연도나도불쌍하다
    '11.4.25 10:46 PM (116.33.xxx.197)

    어머니께 잘해드리세요. ^^

  • 3. 저도
    '11.4.25 11:44 PM (211.48.xxx.72)

    어머니의 어린 시절로 여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키워보니 울엄마가 재미나게 어린 시절을 보낸 그곳에 꼭 모셔가고싶더라구요. 50년만 이시랍니다. 전라남도 신안앞바다 비금도에..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642727 "혀" 진찰 받아보려면 어느 병원으로 가야하나요? 7 조언 부탁드.. 2011/04/25 1,085
642726 역시 좀 화려한것에 댓글이 많이 달리나봐요 6 ㅋㅋ 2011/04/25 708
642725 유치원 담임 선생님 일로 고민이 많아요(좀 긴 글입니다) 12 조언이 간절.. 2011/04/25 1,511
642724 오이소박이 할때 오이에 칼집만 내지말고 다 잘라서 해도 되나요? 10 김치초보 2011/04/25 1,461
642723 대안학교를 설립하겠다는 분이 계시는데요 2 방글방글 2011/04/25 450
642722 작년에 썼던 아이 썬제품.... 3 초보엄마 2011/04/25 631
642721 입원환자 보호자에게 가져다 줄 밑반찬 하나씩만 추천해주세요~ 22 지나치지 마.. 2011/04/25 1,946
642720 돌아가신 친정엄마 10 2011/04/25 1,593
642719 내일 오는비..걱정이되네요 2 소풍 2011/04/25 1,237
642718 장농을 사려는데요 6 40중반 2011/04/25 763
642717 남자 키우시는 맘님들,,사춘기는 언제 오나요? 5 사춘기 2011/04/25 1,046
642716 서울 한우 맛집 추천 부탁드립니다^^ 3 .. 2011/04/25 926
642715 데이비드 오 팬분들도..있으시죠?^^;; 14 데이비드 2011/04/25 1,343
642714 지금 황태사도 괜찮을까요? 1 황태 2011/04/25 488
642713 dkny세일하나요? 5 궁금이 2011/04/25 687
642712 후라이팬 추천해주세요 7 부탁 2011/04/25 890
642711 어머니의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3 참꽃 2011/04/25 284
642710 주식배당금은 일종의 보너스 같은 건가요? 6 초보 2011/04/25 1,073
642709 4월 25일 주요일간지 민언련 일일 브리핑 1 세우실 2011/04/25 132
642708 케비슈9시뉴스 원전에 대한 기사 보신분 3 영이마암 2011/04/25 928
642707 1분 명상. 따진 2011/04/25 164
642706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나타나요 4 얼굴이 2011/04/25 1,642
642705 잠많은 아기~ 3 mom 2011/04/25 667
642704 남들은 다 행복해보이는데 나만.... 5 우울해요 2011/04/25 1,305
642703 콩을 튀기려고 하는데.... 4 2011/04/25 409
642702 [급]내일 어린이집 소풍가는데 옷 어떻게 입힐까요? 5 아기엄마 2011/04/25 508
642701 가방좀 골라주세요 3 둘다좋아 2011/04/25 719
642700 요즘 약혼식 안하죠? 2 약혼식 2011/04/25 577
642699 영어 해석 좀 해주세요.. 2 .. 2011/04/25 276
642698 이지아를 동정한다. 그녀의 복수를 욕하지마라. 열폭하지마라. 12 닥쳐좀 2011/04/25 1,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