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을 다치니
오른손이 해야 할 일만 생각이 난다.
붓을 들 수 없어
하얀 운동장에 바람이 일지 않는다
빈 화폭도 입점을 기다리지만
컴퓨터 화면도 제멋대로 돌아간다.
조심스럽게 양손으로 자판을 두드리며
멈추었던 일기로 재활을 시작한다.
통통하게 부어오른 손가락이 귀엽다.
좀 더 쉬게 해야 할 것 같지만
제 능력을 발휘하도록
왼손은 열심히 돕는다.
손은 움직여도
손가락은 아직도 침대를 떠나지 못한다.
조심스럽게 악필로 춤을 추고 싶지만
붓은 자꾸 손을 벗어나 운동장만 어지러워진다.
문득 한 손을 잃은 친구가 생각난다.
오늘은 그 친구와 많은 대화를 나누어야 겠다
도도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