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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동백숲

| 조회수 : 4,184 | 추천수 : 1
작성일 : 2019-02-20 01:08:57
선운사 동백숲

                           김형미
  
   선운사 절문 앞에 늦도록 앉아 있었네
   꽃들은 모두 한 곳을 바라다보고 있었네
   죽음이 이미 와 있는 방문 앞보다
   더 깊고 짙은 어딘가를 향하고 있는 꽃들
   동백을 홀로 바라본다는 일은 ,
   큰 산 하나 허물어져 내릴 만큼 고독한 일
   어쩌면 기억도 아득한 전생에서부터
   늑골 웅숭깊도록 나는 외로웠네
   꽃핀 숲보다 숲 그늘이 더 커 외로웠네
   하여 봄볕에 흰 낯을 그을리며 나는
   선운사 절문 앞에 한 오백 년 죽은 듯이 앉아
   동백이 피고 지는 소리를 다 듣고 말았네
   큰일 치룬 뒤의 동백숲이
   어떻게 마음을 정리하는지를 다 알고 말았네
   이제 붉은 피가 돌았던 내 청춘은
   이끼 낀 돌담 속에나 묻어둘 테지만
   고난이 더할수록 가슴은 설레어
   선운사 동백숲에 작은 위안이 지나가네

                      

                     -오동꽃 피기전, 시인동네-






오래된 절 앞에는 

오래된 절만큼이나 붉은 꽃들이 

나무가 씹다 버린 껌처럼 따닥따닥 붙어 있다


오기 반 집착 반 

한 오백년 버티고 앉아

공기 반 호흡 반

씹고 또 씹으면

붉다 붉어서

불고 불어버린 세월들이 

저리 피어 나겠지


이빨 자국 대신 

묻은 향기가 

바람에 흩어 지겠지



* 사진 위는 시인의 시

* 사진 아래는 쑥언늬 사설

* 사진은 네이버 이미지 통합검색에서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인디블루
    '19.2.21 4:46 PM - 삭제된댓글

    떨어진 동백꽃을
    나무가 씹다버린 껌으로 비유
    신선합니다~
    나중에 작업해 놓으신글 책으로 내도 좋을것 같아요

  • 쑥과마눌
    '19.2.21 10:26 PM

    감사합니다^^
    동백꽃뿐 아니라 모든 꽃이 그럴듯 해요

  • 2. 고고
    '19.2.22 9:05 PM

    지각 댓글 ㅎ
    동백은 있는 듯 없는 듯하다
    막판에 절규하듯 던지는.
    아흐
    벚꽃을 앞두고 동백은 지금 봐야할 터이니
    쑥부인
    그대 있는 곳에도 동백이 있나요?

  • 쑥과마눌
    '19.2.22 11:37 PM

    있지요. 뒷뜰에 심어 둔 것이 하나 있는데, 비실비실하네요.
    여긴 부산정도 날씨라 동백이 잘 되어요

    떨어지는 모습이 화끈한 동백에 동감

  • 3. 에르바
    '19.2.23 8:26 AM - 삭제된댓글

    가야할 때 미련 안두고 저리 툭툭 온 몸을 던지니 참 기개 의연한 꽃이로군요.
    붉기는 참 처연하게 붉고...
    동백화분을 쏟아 밖에 옮겨 심었더니
    그만 겨울을 못 견디어 내네요.
    경기도인데 춥긴 추운가 봅니다

  • 4. 씨페루스
    '19.2.23 3:23 PM - 삭제된댓글

    쑥언니 사설 죽이네요.

    나무가 씹다버린 껌
    피어나는 세월

    이런 표현이 가능하군요 감탄감탄^^

  • 쑥과마눌
    '19.2.24 12:49 AM

    흉내를 내어 보았을 뿐입니다
    칭찬 감사^^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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