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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 조회수 : 2,934 | 추천수 : 0
작성일 : 2018-12-19 01:50:26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 송찬호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입안의 비린내를 헹궈내고 
달이 솟아오르는 창가 
그의 옆에 앉는다 

이미 궁기는 감춰두었건만 
손을 핥고 
연신 등을 부벼대는 
이 마음의 비린내를 어쩐다? 

나는 처마끝 달의 찬장을 열고 
맑게 씻은 
접시 하나 꺼낸다 

오늘 저녁엔 내어줄 게 
아무것도 없구나 
여기 이 희고 둥근 것이나 핥아 보렴 

                           -시집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문학과지성사,2009)  





이 시를 읽으면

비린내 폴폴 풍기며 
해질녁 돌아 온 고양이가 
나 같다가,

무엇이든 고프다고 
손을 햝아대는 고양이를 위해
주섬주섬 찾아대는 사람이 
나 같기도 하다가,

아무 것도 없어 
내 놓은 깨끗하게 씻은 둥근 접시가
바로 난가?

하다하다 
달이 솟아 오른 창가도 
설마 나?

짧디 짧은 몇 구절
읽을 수록 헷갈림은 깊어 간다

나였던 고양이가 자식새끼가 되기도 
주섬주섬 아줌은 우리 엄니가 되기도
아무 것도 없는 희고 둥근 건 젠장 인생이..

그러니, 
이 시는 명작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도는 거까진 좋은데
그거 니 꼬리란다 
나비야



* 그림 위는 시인의 시
* 그림 아래는 쑥언늬 사설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고고
    '18.12.19 10:42 AM

    오늘 시 아주 쑥 들어와요, 언니 사설은 더 쏙~~^^

  • 쑥과마눌
    '18.12.21 12:45 AM

    시가 마음에 쏙이라..ㅎㅎ
    고고님 댓글로 쑥 들어 오는지라..

  • 2. 원원
    '18.12.19 3:43 PM

    비린내 폴폴...감정이입 됩니다.

  • 쑥과마눌
    '18.12.21 12:44 AM

    어릴 적 늘 고양이를 키우던 사람으로
    고양이한테 나던 비린내를
    어디서 또 생선한테 들이대던 냄새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바람냄새, 골목 냄새, 모..그런 삶의 냄새 같더라고요

  • 3. 에르바
    '18.12.20 12:36 AM - 삭제된댓글

    시보다 사설이 더 좋아요. 항상...

  • 4. 오디헵뽕
    '18.12.20 9:47 PM

    그러고 보니 시가 참 신묘합니다...
    그나저나 저 그림 너무 웃겨요
    처음엔 할머니가 고양이 엉덩이에 그림 그리는줄 알았는데 다시보니 고양이야 ㅋㅋ.
    좋은 시 감사합니다.

  • 쑥과마눌
    '18.12.21 12:43 AM

    저 시도 그렇고,
    저 그림도 그렇고,
    아주 마음에 들어요

    웃기면서, 의미심장하죠

  • 5. Harmony
    '19.1.1 12:23 PM

    그림이 아주 해학적이네요.

    아닌것이 아닌
    그린것이 그런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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