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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마늘까’면 눈물이 나요

| 조회수 : 1,277 | 추천수 : 0
작성일 : 2018-12-04 02:06:02
‘앉아서마늘까’면 눈물이 나요  

                                                                      이진명


  처음 왔는데 이 모임에서는 인디언식 이름을 갖는대요
 돌아가며 자기를 인디언식 이름으로 소개해야 했어요
 나는 인디언이다! 새 이름 짓기! 재미있고 진진했어요
 
 황금노을 초록별하늘 새벽미소 한빛누리 하늘호수
 어째 이름들이 한쪽으로 쏠렸지요?
 하늘을 되게도 끌어들인 게 뭔지 신비한 냄새를 피우고 싶어하지요?
 
 순서가 돌아오자 할 수 없다 처음에 떠오른 그 이름으로 그냥
 앉아서마늘까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완전 부엌냄새 집구석냄새에 김빠지지 않을까 미안스러웠어요
 하긴 속계산이 없었던 건 아니죠
 암만 하늘할애비라도
 마늘 짓쪄넣은 밥반찬에 밥 뜨는 일 그쳤다면
 이 세상 사람 아니지 뭐 이 지구별에 권리 없지 뭐
 
 근데 그들이 엄지를 세우고 와 박수를 치는 거예요
 완전 한국식이 세계적인 건 아니고 인디언적인 건 되나봐요
 이즈음의 나는 부엌을 맴돌며 몹시 슬프게 지내는 참이었지요
 뭐 이즈음뿐이던가요 오래된 일이죠 
 새 여자 인디언 앉아서마늘까였을까요
 마룻바닥에 무거운 엉덩이 눌러붙인 어떤 실루엣이 허공에 둥 떠오릅니다
 실루엣의 꼬부린 두 손쯤에서 배어나오는 마늘냄새가 허공을 채웁니다
 냄새 매워오니 눈물이 돌고 줄 흐르고
 
 인디언의 멸망사를 기록한 책에 보면
 예절 바르고 훌륭했다는 전사들
 검은고라니 칼까마귀 붉은늑대 선곰 차는곰 앉은소 짤막소…
 그리고 그들 중 누구의 아내였더라
 그 아내의 이름 까치…
 하늘을 뛰어다니다 숲속을 날아다니다
 대지의 슬픈 운명 속으로 사라진 불타던 별들
 
 총알이 날아오고 대포가 터져도
 앉아서 마늘까는 바구니 옆에 끼고
 불타는 대지에 앉아 고요히 마늘 깝니다
 눈을 맑히는 물 눈물이 두 줄
 신성한 머리 조상의 먼 검은산으로부터 흘러옵니다


                                                             『세워진 사람』중에서, 창비




가진 거라곤
넓데데한 땅떵이밖에 없는 곳에 살다 보면
인디언식으로 이름 짓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지를 알게 된다

하늘이 얼마나 큼지막한 지
그 하늘의 표정은 또 얼마나 조증과 울증의 경계를 오가는 지

애간장 태우는 석양
심란한 초저녁
메롱메롱 깜깜한 밤
확 안 올까보다 하다 오는 새벽

그러니,
인디언 부르는 게 
제대로 진리





홧병 제대로 도졌던 젊은 날
인디언식 내 이름은
빡친데 또 빡쳐 였다지

조련 노련한 애들 셋 만나
쑥과 마늘 쳐묵하면 마눌 되는 진리 깨닫고
닥치고 정진 외치고 산다

그리 살며 오가는 길
몇 장 안 남은 나무에 이파리 하나 
내게 날아 와
신발에 꽂히더라

팁~이란다
위자료 같은 디?







* 맨 위는 시인의 시, 사진 아래는 죄다 쑥언늬 사설
* 다들 함 지어 봄세, 인디언 이름..이런 거 우리 많이 해보지 않았음?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고고
    '18.12.5 10:48 PM

    바람길가리마사이

    바다가스나15년째짖는새끼게을러터진뇬언니

    앉아서양파까도눈물나

  • 쑥과마눌
    '18.12.6 7:28 AM

    까도까도 매력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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