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등구할매와 장닭

| 조회수 : 1,733 | 추천수 : 9
작성일 : 2013-05-10 07:52:43


 붓꽃 향이 진한 오월 아무 날

 

 

어딜 다녀 가시는지 오늘따라 등구할매 걸음걸이가 힘들어보인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밭에 왔다갔다하실 때

 지게도 지고 때론 제법 큰  나무등걸도 땔감한다고 끌고 다니셨는데

 어디가  불편하신지 걸음걸이가 다르다.

얼핏보니 앞가슴에 뭘 가득 보듬고 내려가시는데

걸음이 왜이리 느리신지...

등구할매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시더라?

마당일 하다가   곶감 한봉지 들고 따라 내려가보니....

 

할머니가 가슴에 가득 보듬고 내려간 것은 뽕잎 순이다.

< 뽕니파리가 참으로 몸에 좋은기라~~

내가 삶아서 먹기좋게 해가지고 갖다 줄테니까 한번 먹어보소~~>

< 아이고 아닙니더~~ 저도 뽕닢이랑 다래 순이랑 묵나물 많이 만들어 났심더~~>

 뽕잎이 손톱자라듯 조금씩 보이던게 엊그저께 같은데

 한여름 날씨처럼 갑자기 더워진 요 며칠새

이파리들이  아기 손바닥처럼 넓어졌다.

며칠새 엄천골짝은 나물천지로 변해 할머니 나물보따리엔

뽕잎외  다래순이랑 취나물이 가득 가득이고,

말동무가 생겨 신이난 할머니 이야기 보따리엔

엄천골로 시집오기 전 등구마을에 살 때 산사람(빨치산)에게

양식 빼앗긴 드라마와 옛날 옛적 영감님 살아계실 때 어려웠지만 그런대로

재밌었던 시트콤이랑 지금은 모두 도시로 나간 자식들 이야기로 넘쳐난다.

 

오늘은 첨듣는 시트콤이 있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할머니의 스토리텔링에 심취해있는데 방해꾼이 생겼다.

 

방해꾼은 바로 이녀석. 가엽슨  장닭 을이다.

이녀석은 닭장안에 있는 장닭 갑이랑 허구헌날 싸움질을 해대다가

닭장밖으로 격리수용 당했다는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격분하여

시도 때도 없이 목청을 높인다한다.

소리가 얼마나 요란한지 이 녀석이 한번 꼬끼요하면

할머니도 잠시 말을 멈추신다.

 대화 중에  머리위로 비행기가 지나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게다가 이넘은 승질도 보통이 아닌지  할머니 엉덩이까지 쪼아대는 행패를 부린다고...

  

물론 장닭 을이 악의가 있어 그러는거는 아닐것이다.

그렇다고 닭장안에서 세마리의 암닭을 거느리고 있는 장닭 갑의 잘못도 아니다.

작년 봄 면사무소에서 토종병아리 분양 보조사업이 있을 때

할머니는 수평아리 하나 암병아리 넷을 신청하셨다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암병아리 하나가 장닭으로 자라는 불상사가 발생한 것이다.

한우리에 장닭 하나 암닭 넷도 장닭으로서는 불만인데

장닭 둘에 암닭 셋이라니...

장닭 하나에 암닭 평균 일쩜 오마리씩은  말도 안되는 것이다.

 

장닭 을의 방해가 만만찮았지만

등구할매 이야기보따리는 넘치고 넘쳐서

미처 다 주워 담지 못할 정도였고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쉐어그린 (sharegreen)

시골에서 농사짓기 시작한 지 13년입니다. 지리산 자연속에서 먹거리를 구해, 시골스런 음식을 만들어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곶감만든지 1..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프로디테9
    '13.5.10 8:04 AM

    장닭 을이 화가 나겠네요. 얼른 신부감 마련해주셔야겠어요.

    그래도 할머니와 닭 이야기 정겹습니다.

  • 2. ♬단추
    '13.5.10 8:47 AM

    아..어쩌면 장닭을은 자신의 성정체성이 혼란스러울수도...

    어찌 암닭으로 알고 키웠는데...장닭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도 할머니 옆에서 조근조근 말씀듣고 싶네요

  • 3. 까만봄
    '13.5.10 12:48 PM

    너무 너무 재미있어요.
    단편소설 읽는 기분이예요.
    어여...어여 ....2편 올려주세요.

  • 4. 월요일 아침에
    '13.5.10 12:50 PM

    병아리 갑별사님이 실수하셨군요.
    고딩때 골치아픈 수학 확률 문제에 꼭 나오던 병아리감별사~~

  • 5. 쉐어그린
    '13.5.10 1:23 PM

    오늘 장닭 을과 갑을 차례로 인터뷰했는데
    장닭들의 희망성비가 1대 15라고 하네요.ㅋ

    까만봄님 재밌게 읽으셨다니 저도 기쁩니다.
    2편을 기다린다고하셔서 몇년 전에 등구할머니 이야기 0편을 올려보겠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 6. heesun
    '13.5.11 8:43 AM

    장닭들 커가는 이야기며 텃밭에 채소자라는 사진.. 할머님의 근황등... 바로 우리네 외할머니댁 얘기처럼 친근합니다. 한편의 그림동화 보는듯... 이 아침 흐믓한마음으로 시작하며 추천하나 얹어봅니다^^*

  • 7. 쉐어그린
    '13.5.11 9:18 AM

    추천해주신 heesun님께 행운이 있으시길..ㅎ

  • 8. 플럼스카페
    '13.5.12 11:16 PM

    저도 추천 하나 누르고 정기독자 신청하고 갑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23280 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 도도/道導 2026.02.17 111 0
23279 얼굴화상 1 지향 2026.02.17 605 0
23278 냥냥천국으로 오세요. 3 챌시 2026.02.15 438 0
23277 안부와 응원으로 2 도도/道導 2026.02.15 202 0
23276 한숨 3 연두연두 2026.02.14 707 0
23275 까치가 보금자리 만들고 있어요. 1 그바다 2026.02.10 812 0
23274 메리와 저의 근황 6 아큐 2026.02.08 1,376 0
23273 눈밑 세로주름 사진 1 힐링이필요해 2026.02.07 1,546 0
23272 맥도날드 커피 넘 맛있어요! 4 공간의식 2026.02.06 1,545 0
23271 60대 이상이면 사라던 옷 15 호후 2026.02.05 12,926 0
23270 딸기 주물럭 해보세요. 완전 맛나요 3 자바초코칩쿠키7 2026.02.04 1,853 0
23269 입춘첩 2 도도/道導 2026.02.04 693 0
23268 저 그동안 복지 누렸어요 2 김태선 2026.01.31 1,799 0
23267 공포의 사냥꾼 삼색애기에요 2 챌시 2026.01.31 1,212 1
23266 어른이 사는 방법 2 도도/道導 2026.01.30 1,069 0
23265 멀정해 보여도 실성한 자들 4 도도/道導 2026.01.29 1,186 0
23264 자랑후원금 통장(행복만들기) 내역입니다 (8) 행복나눔미소 2026.01.28 1,235 0
23263 점점더 이뻐지는중,삼색이 애기에요 6 챌시 2026.01.25 1,524 0
23262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6 덕구덕선이아줌마 2026.01.24 1,314 0
23261 헬스 20년차.. 8 luhama1 2026.01.24 2,971 0
23260 목걸이 활용법 좀 알려주세요 2 해리 2026.01.22 1,648 0
23259 직접 만든 두존쿠 입니다… 2 IC다둥맘 2026.01.20 2,037 0
23258 붕대풀고 환묘복입고 고장난 삼색 애기 10 챌시 2026.01.19 1,779 0
23257 맛있는 귤 고르는 법~ 3 공간의식 2026.01.19 1,551 0
23256 멀리 온 보람 1 rimi 2026.01.19 1,201 0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