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미 데라에서의 강렬한 경험을 한 다음, 다른 집을 찾아서 나섰습니다.
길 눈이 어두운 사람들끼리 이리 저리 물어가면서 드디어 여기서 들어가면 된다는 곳에 이르렀습니다.
이에 프로젝트도 좋지만 동네 구경도 하자고 들러보던 중 만난 한 집앞, 소재는 독특하지만 너무 위압적이라고
할까요? 너와 나의 경계를 확실하게 하고자 하는 주인의 의지가 느껴지는 집이라고 할까요? 그래도 빛이 들어와
소금님의 모습이 잘 잡힌 느낌입니다.
그 옆의 우동집, 제목이 재미있어서 한 장 찍었지요. 자만할 수 있는 맛이라, 그런데 전 날 박선생님이 최고의
맛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는 우동집을 발견하셨다고 해서 아무래도 일단은 그 곳으로 하고 마음을 정한 상태라
이 집은 사진속에만 남고 말았네요.
이에 프로젝트에서 본 곳은 다섯 군데였는데요 사진찍기를 금하는 곳이 있어서 기록으로 남은 곳은 세 곳이었습니다.
그 중 한 곳을 물어보느라 말을 걸게 된 분이 바로 이 분인데요 정년 퇴직한 상태라서 하루에 한 바퀴 산책을
한다고요. 너무 적극적으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주는 덕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 분을 통해서 섬 사람들이
이런 프로젝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에 대한 솔직한 목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고, 우리가 점심 시간에
찾아가려 하는 우동집이 자신의 친척 집이라는 이야기, 정말 맛있다고 보증할 수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제가
다른 집에서 만난 화가에 대해 궁금해하니 그 사람의 이력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려주어서 도움이 되기도 했고요.
이 곳은 원래 치과였던 곳이라고 하네요. 아까 그 분이 어렸을 때 이 치과에 다녔다고 하니 그 사람들에겐 자신들의
추억의 공간이 미술관이 된 셈이로군요. 아직 63살, 건강하게 보이는 사람이 정년 퇴직을 하고 하루가 온통
스스로 써야 하는 시간이라는 것, 그 때 무엇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일까, 갑자기 현실이 눈앞에 확 다가오는 느낌이
들면서 앞으로의 제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더랬습니다.
안에 자유의 여신상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무슨 연유로 그 혹은 그녀는 이런 작업을 한 것일까요?
고오베에서 본 나폴레옹의 대관식을 그대로 재현한 옷과 이 곳에서 만난 자유의 여신상, 묘하게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었습니다.
바로 이 집에서 일상속의 자유로운 감각을 발휘하는 예술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어요.
이 곳에서 만난 스페인어가 재미있어서 한 장 찍어보았습니다.
고향이 풍요로운 나라가 진짜 잘사는 나라라는 의미의 포스터가 눈길을 끄네요.
노렌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나서는 가게에 드리워진 노렌을 보면 저절로 손이 가는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어요.
이에 프로젝트를 다 보고 나서 드디어 찾아간 우동집, 주인 아주머니가 수줍게 포즈를 취해 주네요. 맛은
정말 좋았습니다.
우동집에서 만난 사람들, 알고 보니 이 중에 등을 보이고 있는 여성은 지중미술관앞에서 친구들 사진을 찍고
있는데 다가와서 함께 찍어줄까 하고 물어주고 우리들을 카메라에 담아준 여성이네요. 얼굴이 기억나서 서로
인사하고 다음 번에는 다시 버스속에서 만나기도 했지요. 고오베에서 이 곳에 친구 가족과 놀러왔다는 그녀와
한참 버스속에서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길에서 만난 그녀, 어디서 본 얼굴이지? 알고 보니 이우환 미술관에서 마침 이 곳에 온 첫 날이라고
그러니 자신은 잘 모르니 다른 선배를 불러온다고 했던 바로 그녀였습니다. 섬 사람인가? 이 길을 걷고
있길래 물었더니 오늘은 근무가 없는 날이어서 생협에 장보러 오는 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나중에 베네세 뮤지움의 야외 공원에 가는 버스속에서 다시 만났지요. 알고 보니 베네세 직원이고
섬사람은 아니라고 하네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는가 물었더니 사실은 불문학이 전공이고 덕분에 프랑스에서
교환학생으로 일년간 있었다는 이야기, 기숙사에 살기 때문에 지금 기숙사에 가는 중이라는 이야기, 미술에
대해서 잘 몰라서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이야기등 제법 긴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딸이 사는 료에 가보니
방에 너무 좁아서 마음이 아팠다고 하니 방에 개인용 부엌이 있으면 자신들보다 오히려 좋은 조건이라고 하면서
자신들은 공동으로 이용하는 것이니 마음 아파하지 말라고 위로를 해주기도 하네요.
점심 먹고 숙소에 잠깐 들리려고 가는 도중에 이 아주머니가 물어봅니다. 어디서 온 사람들인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마침 작년에 이 옆의 시나몬이란 이름의 카페에 한국에서 온 여학생이 아르바이트를 오래
한 적이 있었노라고, 그녀가 처음 왔을 때는 일본어를 거의 못 했는데 나중에는 너무나 말을 잘해서 놀랐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녀는 나중에 유럽으로 유학을 갔다는 것, 그녀의 어머니가 한국에서 와서 함께 여행을
다니기도 했다는 것, 자신은 미국 여행갈때 한국에 들러서 한국을 구경한 적이 있다는 것, 이 일은 직업이
아니고 식물이 좋아서 취미삼아 기르고 있다는 것, 한없이 이야기가 이어져서 사람이 그리운 분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오전에 만난 관리인, 스님, 그리고 동네 분들, 미술관에서 일하는 직원까지 다른 여행과는 달리 한 곳의
주민들과 깊이 있는 대화는 아니라해도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