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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쇼팽을 듣는 시간

| 조회수 : 1,556 | 추천수 : 51
작성일 : 2010-10-10 08:28:52


  
생각해보면 그렇게 긴 세월 음악을 들어왔어도 이상하게 쇼팽을 자주 듣지 않게 되더군요. 왜 그럴까?

특별히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그런데 금요일 밤부터 오늘 새벽까지 시간만 나면 쇼팽을 듣고

더구나 갖고 있는 씨디를 다 뒤적여서 구석에 잠자고 있던 음반까지 꺼내서 이 연주 저 연주 비교해가면서

듣기도 하는 묘한 시간, 그것은 금요일 밤에 발라드로만 구성된 피아노 독주회에 다녀온 덕분이랍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어제는 시간이 날 때마다 제국주의 역사, 그것이 동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어떤 재앙이

되었나, 그 이후 독립을 했어도 군부와 결탁한 강대국으로 인해 얼마나 불구 상태의 독립이 되었나

이런 글을 찾아 읽게 되더라고요. 평소엔 수업이 아니면 마음이 불편해서 도망다니는 주제인데

일부러 찾아서 읽게 만드는 힘, 그것이 사진전의 위력이었지요.



첫 사진은 걸으면서 독서하는 한 남자를 담은 것인데요, 묘하게 그 앞에서 떠나기 어려워서

밖으로 나가기 전에 다시 한 번 그 앞에 서 보았던 사진이기도 합니다.

그 다음 사진은 기도 시간에 꿇어 앉은 두 남자의 모습인데요, 아무래도 시인이 사진에 담은 지역에

무슬림이 많다 보니  그들의 기도를 담은 인상적인 사진이 여럿이더라고요. 신앙하면 제게 떠오르는 강렬한

인상은 무슬림의 기도라서 그런지 이런 사진에 역시 눈길이 자주 갑니다.



유프라테스 강인지 티그리스 강인지 둘 중의 하나 앞에서 사진기를 들고 있는 저, 사진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들어간 묘한 사진이 되어 버렸네요.





어디에 가면 우리는 그렇게 말하기 쉽지요. 다시 와야지, 다시 올께, 다른 사람들은 아니더라도 나는 꼭 올꺼야

바로 쿠르드족이 살고 있는 곳에도 그렇게 약속하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고요. 그런데 정말 다시 간 사람이

바로 시인이고, 비밀경찰의 눈을 피해서 모인 소년들이 그 한 사람을 위해서 공연을 하는 장면을 찍은

그 사진.....여기서 이렇게 보면 느낌이 어떨지 모르지만 전시장 안에서 보는 기분은 상당히 다르답니다.

그래서 현장에 있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지도 몰라요.





사진속에서 쿠르드족의 삶의 모습을 여러 장 만났습니다.비밀 공연이외에도 이런 사진들.



삶이 전쟁터가 되어 버린 곳에서 모든 것을 잃고 신산한 표정을 짓는 열세살의 소녀, 그런데 도저히 열 세살로

보이지 않는 것은 이미 고통이 몸에 익어버린 때문이겠지요? 형을 잃고 그의 사진이 걸린 곳에서 밖을 향해

시선을 돌린 두 형제



체크 포인트에서 이스라엘군의 검열을 받는 팔레스타인 사람들,그들은 문을 닫는 시간이 되면 아무리

아파도 병원에 가는 허락도 받을 수 없다고요.





갈수록 어른이 되는 나이가 늦어지는 한국의 아이들에 비해서 이 곳 아이들은 아주 이른 나이부터 삶의 현장으로

떠밀려 들어오게 되지요. 물론 한국의 아이들이 일부러 어른이 되는 일을 늦추는 것은 아니지만 묘한 대조를

느끼면서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사진들이었습니다.





딸인지 손녀인지 모르지만 아이는 뒤에서 걸어가고 앞의 남자분은 악기를 불면서 길을 가네요.

글을 읽으면서 길을 가다, 악기를 불면서 길을 가다, 이런 장면은 낯설기도 하고 매력적이기도 합니다.

여행도 그렇지만 내가 모르는 세상을 찍어놓거나 기술해 놓은 것을 보면 그 자체속에서 다르다는 것을

체험하고 그것이 내 안에 스며들어와 이제까지 모르던 반응을 촉발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면 그것이

어느새 다른 결정을 내리게 돕는 기제가 되기도 하더라고요.



수유너머에서 아이를 데리고 들어와서 수업하는 선생님을 만난 일, 길담에서 고등학교 여학생이 함께 불어공부

하는 멤버가 된 일, 이런 일들이 제 인식을 확장해서 어린 아이가 유치원에 못 갔을 때 데리고 와도 수업에

방해가 되지 않나요?라고 묻는 지혜나무님에게 선뜻 그러라고 할 수 있었던 것도, 인천에서 공부하러 오는

지현씨가 만약 아이 돌 볼 사람이 없다면 3살짜리 아이를 데리고라도 참석하고 싶다고 했을 때 망서림없이

그렇게 하라고 할 수 있었던 것도, 어른들과 아이들이 함께 읽는 세계사 반을 구성하려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바로 이런 식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거든요.



내가 걷는 길이란 제목이 붙은 이 사진앞에서 한 여자분은 글이 마음을 움직였는데 불편한 자세로 계속

필사를 하더군요. 길,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들어진 길을 걷지만 길을 만드는 사람들도 있고, 이미 만들어진

길을 걷다가 떨어져 나와 길을 만드는 사람들과 합류하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한 길만이 아니라 여러 길을

기웃거리는 사람,오로지 한 길만 걷는 사람, 아니 이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때 과감하게 길을 바꾸는 사람

아니, 그래도 이미 왔던 길이 더 정답이 아닐까, 의혹을 품으면서도 계속 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요.

이 사진 앞에서 나는 길을 어떻게 걷는 사람인가, 어떻게 걷는 사람이고 싶은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리 규정하지 말고 내게 오는 인연들, 내게 오는 것들에 마음을 열고 살아가고 싶네요.

전시장안의 스텝들이 유난히 몸에 벤 친절, 아니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난 친절을 보여준 전시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생각을 달리하면 몸에 그것이 스며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그런 표정을 낳는구나 ,어느 전시보다도

그 안에서 안내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싱싱했던 전시, 나눔문화를 잊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사진만이 아니었다는

것, 일요일 아침 사진을 다시 정리하면서 그들의 표정을 다시 떠올리게 되네요.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카루소
    '10.10.10 5:39 PM

    Concerto for Piano and Orchestra No.1

    in E minor, Op.11

    쇼팽 / 피아노협주곡 1번

    Frdric Franois Chopin 1810∼1849


    1악장 (Allegro maesto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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