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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석양사진에 다시 도전

| 조회수 : 1,571 | 추천수 : 89
작성일 : 2009-11-05 09:21:19
SDC12028.jpg



2009년 10월 30일(금요일) 17시 30분 넘어서..



SDC12027.jpg



양귀자 / 모순

 

해질녘에는 절대 낯선 길에서 헤매면 안 돼.

그러다 하늘 저편부터 푸른색으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아프거든....



(제가 지독하게 좋아하는 귀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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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선(초아) / 迷路



누가 부르는 듯

불현듯

길을 나서고 싶을 때가 있다.

 

목적지도 없이 그냥

가다가 문득 내리고 싶은 곳

처음 간 그 길이

눈에 익을 때가 있다.

 

그리움과

추억이 묻어 있을 것 같은

가물거리는 기억의 파편 따라

뿌연 안개 속에서 헤맨다.

 

골목을 돌아서면

있을 것 같은

낯익은 풍경

 

언제일까?

내 기억의 끝은

여기서 끝나고

난 끝도 없는 그 길을 자꾸만 간다..



SDC12029.jpg

 

함민복 / 선천성 그리움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은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청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SDC12031.jpg

 

박남준 / 저녁 무렵에 오는 첼로

 

그렇게 저녁이 온다

이상한 푸른빛들이 밀려오는 그 무렵

나무들의 푸른빛은 극에 이르기 시작한다

 

바로 어둠이 오기 전

너무나도 아득해서 가까운

혹은 먼 겹겹의 산 능선

그 산빛과도 같은 우울한 블루

 

이제 푸른빛은 더 이상 위안이 아니다

그 저녁 무렵이면 나무들의 숲 보이지 않는

뿌리들의 가지 들로 부터 울려 나오는 노래가 있다

 

귀 기울이면 오랜 나무들의 고요한 것들 속에는

텅 비어 울리는 소리가 있다

그때마다 엄습하며 내 무릎을 꺾는 흑백의 시간

이것이 회한이 라는 것인지

산다는 것은 이렇게도 흔들리는 것인가

이 완강한 것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냐

 

나는 길들여졌으므로 그의 상처가 나의 무덤이 되었다

검은 나무에 다가갔다

첼로의 가장 낮고 무거운 현이 가슴을 베었다

텅 비어 있었다 이 상처가 깊다

잠들지 못하는 검은 나무의 숲에

저녁 무렵 같은 새벽이 다시 또 밀려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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雲谷 강장원 /

밤새워 별이 지는 박명의 아침까지

 

흘러간 회한의 날 헤매어 지친 걸음

보고픔 염치없이 가슴에 불붙느니

임 향해 타는 불길로

미리내를 밝히리

 

저물어 하루 접는 반딧불 날리는 밤

역마살 내려놓고 팔 베고 누웠으니

댓잎을

스치는 바람

잠들 수가 없어라

 

가슴에 꽃이 되어 피어난 그리움은

깊고 푸른 밤하늘에 임 그린 별이 되어

고운 임 잠든 창가에

밤새도록 비추리

 

고단한 삶에 지친 당신이 잠든 자리

밤새워 별이 지는 박명의 아침까지

내 가슴

타는 불길로

따뜻하게 데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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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란 / 밤이 오면



밤이 오고

침묵의 첫 잔이 내밀어 지면

너를 빠트려야겠지

 

무엇에 무엇을 위하여?

우리가 그토록 탐내던 순결한 말

그 홍수 속에,

 

너는 정신 차릴 수 없게 될꺼야

어둠 속에

 

말들이 덩어리져 구르는 동안

정신 차릴 수 없으니

나는 너를 쉽게 굴복 시킬 테지

이렇게 간단한 말을

그렇게나 오래 고민하다니

 

밤이 오고

침묵의 첫 잔이 내밀어 지면

말의 홍수에 휩쓸린 너를

구원해 주어야겠지

 

무엇에 무엇을 위하여?

아주 부드럽게

아주 은밀하게

 

네 비명 소리를 덮어 버리기 위해

 

----------------------

 

임영란(아멜리에)씨는 조선블로거로 5년 넘게 友情을 지속..

찍사와 글재주가 비상합니다.. 초아님처럼 詩人이시기도 하고..



SDC12040.jpg 

 

한 강 /

어느 늦은 저녁 나는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 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 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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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 / 혼자 가는 먼 집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당신……,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

 

(요즘 이상하게 허수경 시인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전개가 거칠은 듯 하면서 다 읽고 나면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 신기함)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소박한 밥상
    '09.11.5 9:06 PM

    해질녘에는 절대 낯선 길에서 헤매면 안 돼.
    그러다 하늘 저편부터 푸른색으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아프거든....

    그렇죠 ??
    나지막한 집에서 올라오는 밥짓는 연기와 자그마한 따뜻한 불빛들에
    나는 더 작아지지요 ^ ^

    우선 제일 짧은 시를 감상하고 몇자 적습니다.
    산수유님처럼 시를 감상한다든지 하늘을 그리고 별을 찾아본다든지 하는 낭만은
    영 접고 살았네요 ㅠㅠ

  • 2. 무인산장
    '09.11.5 9:50 PM

    산수유...일몰...둘다 좋아하는 언어...^^.
    도심지 일몰하면... 예전... 누군가 ...회사 사옥... 옥상에서,,,
    1년의 일몰을 담아 사진 전시회 했던 기억이...^^.

  • 3. 캐드펠
    '09.11.6 2:38 AM

    해질녁 어스름과 시 그리고 음악이 감상에 젖어들게 하네요~!

  • 4. 산수유
    '09.11.7 9:00 AM

    세분 감사드립니다.
    이상하게 제가 해질무렵을 그렇게 좋아하고 있습니다.
    서글픔이 아니라 식구들을 위해 저녁찬꺼리 사들고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서편의 저녁노을..
    이 드넓은 천지에 내집이 내가족이 잇다는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인지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거듭 감사 드립니다..

  • 5. 들꽃
    '09.11.9 12:47 AM

    이 좋은 게시물을 못보고 지나칠뻔했네요^^

    저도 해질녘을 좋아합니다~
    남편이 퇴근할 때 즈음 아이 손 잡고
    남편 마중 나갔었지요.. 언제나...
    환하게 웃으며 아이와 저를 향해 다가오던 남편..그 모습들이 너무 생생하네요.
    벌써 많은 세월이 흘렀어요.

    해질무렵엔 맛있는 저녁준비하느라 바빴지만
    참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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