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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날마다 가을은 변해가고.......

| 조회수 : 2,207 | 추천수 : 44
작성일 : 2008-10-06 10:33:57


          아무 것도 아닌 실금들이


            나는 왜 그렇게 자주 금을 밟았을까
            다른 아이들은 폴짝폴짝 잘도 뛰어넘고
            깨금발 딛고도 사뿐사뿐 잘도 넘어가는데
            아무 것도 아닌 검은 고무줄이
            바닥에 그려 놓은 투박한 금이 왜 그리 두려웠을까

            학교 문턱을 밟으면서 금 밟지 않는 것을 배웠다
            정사각형 안에 넘치지 않고 한글을 채우는 일
            책상에 그어진 금 너머 짝궁의 자리를 넘보지 않는 일
            매번 정해진 자리에 앉고 정해진 자리에서 일어서는 일

            출가외인出嫁外人이 된 언니들은
            호적에 붉은 줄 긋고 제각기 남의 집안으로 들어갔다
            딸들은 무덤에 가도 오르지 못할 박씨 집안 족보에
            김씨, 이씨, 강씨, 정씨 성을 가진 남자들이 차례로 들어섰다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세상 모든 일들이 아주 작은 금에서 비롯하는 것임을
            아무 것도 아닌 듯 보이는 실금들이
            완강한 금기의 벽이 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벽을 넘어서지 못해
            때로 허옇게 속이 터져
            스스로 금이 가는 이들도 있다는 것을

---------  박옥순



소꿉칭구.무주심 (nh6565)

제주 토백이랍니다. 우영팟 송키톹앙 나눔하듯 함께 나눠요. - jejumullyu.com 제주물류닷컴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소꿉칭구.무주심
    '08.10.6 10:38 AM

    날마다 가을은 변해가고
    우리들곁에 잠시 머물고 떠나는 계절 앞에
    약속인듯 유실수들이 고운색으로 물들어가는 ...
    정녕 가을인가 봅니다

  • 2. katie
    '08.10.6 12:01 PM

    그러네요...

    이곳의 가을도 점점 짙어만 가네요..

    그런데, 이곡 제목을 알 수 있을까요?

  • 3. 소꿉칭구.무주심
    '08.10.6 12:13 PM

    katie 님 함께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줄곧 우울모드로 가는성향이 있어서 지송해요^^
    驟雨(にわかあめ) 소나기

  • 4. 그린맘
    '08.10.7 12:19 AM

    느낌이있는글.좋은 풍경, 그리고 음악 감사합니다

  • 5. 깨비농장
    '08.10.7 4:43 AM

    시골에서 살다보니 가을이라는게 실감은있지만 세월이이렇게빨리도갈줄은 올해처음느껴보내요

  • 6. 소꿉칭구.무주심
    '08.10.7 8:07 AM

    그린맘님^^
    감사합니다 행복 만땅 ~채운 고운날 되세요

  • 7. 소꿉칭구.무주심
    '08.10.7 8:15 AM

    깨비네님^^
    벌써 일년의 대부분을 보내버린것같아요
    좋은일만 가득 생기는 계절이 되었음 합니다

  • 8. katie
    '08.10.7 12:09 PM

    가끔은 특히 요즘은 우울 모드를 은근히 즐기고(?) 있답니다 ^^

    노래 가사가 요즘 분위기하고 딱이예요.

    감사합니다.

  • 9. 소꿉칭구.무주심
    '08.10.7 12:50 PM

    제가 듣는음악들은 ....
    가까이 하고있는
    울옆지 늘... 눈돌아가게 만들어요^^

  • 10. 고구마아지매
    '08.10.7 5:01 PM

    "세상 모든일들이 아주 작은 금에서 비롯하는 것임을"...
    공감이가는 말입니다
    금기의 벽들이 곧 삶이아닐까요..

  • 11. 소꿉칭구.무주심
    '08.10.7 6:08 PM

    고구마님 함께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은 나이가 되버린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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