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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피아노가 주인을 만난 날

| 조회수 : 1,298 | 추천수 : 58
작성일 : 2008-02-16 12:11:00


   여행가기 전 어수선한 상태에서 피아노 연습하기 어려워

당분간 쉰다는 것이 레슨을 오랫동안 못 받았습니다.

물론 쉬는 기간중에도 시간여유,마음의 여유가 있는 날에는

조금씩 연습하긴 했지만 지속적인 것은 어려웠지요.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오늘부터 다시 레슨을 받기로 했는데

어린 선생님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하농과 메트로눔을

들고 왔네요.

박자가 제멋대로는 제 소리를 드디어 고쳐야 한다고 마음을

먹은 모양입니다.

오래 전에도 한 번 메트로눔을 들고 왔는데 그 소리를 들으면

정신이 사나워져 도저히 연습을 못하겠다고 떼를 써서

그냥 들고가게 한 것인데 이번에는 아무래도 거절이 어려웠습니다.

이것이 기회인가 싶어서 하농연습을 한 손씩으로 매일 하는 것

그리고 박자에 맞추어서 그것도 여러 곡 말고

한 곡만 집중적으로 연습을 하겠다고 약속을 하고는

속으로 막 쓴 웃음을 지었습니다.

아이들에겐 기본에 충실하라고 늘 말하면서 제 자신은

지키지 못하고 피아노를 치고 있기 때문이지요.

왜 피아노를 치고 싶은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레슨이 끝나고 그녀가 말을 합니다.

선생님에게 (제 제자에게서 피아노를 배우는 중이라)

이번 연주회에서 치는 곡을 들려드리고 싶다고요.

악보는 어디에 있니?

다 외웠다고 하네요.

그렇지,연주회에서는 악보를 보지 않고 치는 것이니

그리고는 자리에 앉아서 슈베르트 곡을 치는 겁니다.

우리집 피아노에서 이런 소리가 나는 날이 처음이네요.

피아노가 주인을 잘못 만나 제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데

피아노를 제대로 치는 사람들을 만나면 피아노는 얼마나

다양한 소리를 들려줄 것인가 생각하니 공연히 마음이

이상합니다.

지금 주인이 제대로 소리를 못내면 제대로 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이라도 초청하여 소리를 내는 기쁨을 주어야 하지

않을까? 엉뚱한 생각을 한 날이었습니다.



그것도 좋지만 오래도록 연습을 하여 언젠가

제가 치는 피아노 소리가 피아노에게 제대로 주인을 만났다는

느낌을 들게 하는 것도 좋겠네 그런 생각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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