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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3년이란 세월의 힘을 느끼다

| 조회수 : 1,949 | 추천수 : 0
작성일 : 2012-04-29 10:51:48

 

 

일요일 아침 프랑스어 예습을 하는 날입니다.

 

월요일 수업이라 아무리 늦어도 이 시간까지는 내용을 찾아서 보아야 그 날 아침에 더듬거리더라도 맡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옆에서 보충을 해주기 때문에 몰라도 틀려도 지원군이 있다는 것은 큰 힘이 됩니다.

 

처음 시작하던 때가 생각나네요. 미술사 책을 영어로 읽다보면 통째로 불어 문장을 인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앞에서 딱 얼어붙어서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서 막막하던 심정을 여러 번 당하고 보니 최소한 발음이라도 할 수 있다면 하는 소박한 마음에서 시작한

 

공부이지요.

 

물론 그 이전에도 어느 나라에 간다하면 최소한 그 나라의 언어를 간단하게 배우고 가긴 했지만 다녀오면 까맣게 잊고

 

다시는 찾아서 공부하거나 그런 성의를 보이긴 어려웠어요. 그래도 그렇게 구해서 한 번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제대로 앉아서 공부할

 

엄두를 내진 못하고 있다가 보람이가 프랑스에 교환학생으로 가 있던 시기에 여행가서 만난 한 권의 책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린이 미술책인데 너무 마음에 드는 겁니다. 사기엔 부담이 되는 값이라 충동적으로 구매하면 후회가 될 것 같아서 그 날은

 

일단 바라보기만 하던 책, 그런데 다음 말 루브르에 가니 또 있더라고요. 아니 이 책이 나를 유혹하는구나, 그런데 정말 구하려면

 

읽겠다는 마음의 각오가 필요한 것 아닐까?

 

갈등하다가 좋은 방법을 생각해냈지요. 다른 사람과 더불어 읽으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책을 복사해서 읽기엔 원본의 색이 예뻐서 아무래도 다른 사람과 함께 공부하면서 혼자만 원서를 보는 것은 미안하다는

 

생각에 한 권을 더 구해서 조르바님께 선물을 했지요. 함께 읽자는 권유를 하면서요.

 

그런데 둘이서 읽기에 어렵기도 하고 여건도 좋지 못해서 결국은 못 읽고 말았는데요, 요즘 다시 읽기 시작했더니 3년전에 비하면

 

정말 실력이 늘었구나 실감을 하고 있습니다.

 

길담서원에서 처음 프랑스어로 책을 읽을 때의 고통스럽던 시간이 떠오릅니다. 한 주일이 얼마나 빨리 돌아오던지요!!

 

찾고 또 찾아도 계속 새롭게 나오는 단어도, 그리고 원형을 몰라서 무엇을 찾아야 할지 몰라서 막막하던 동사들도

 

그렇게 찾아도 막상 연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서 미로속을 헤매던 기억도 이제는 즐거운 추억이 되고 있네요.

 

그렇게 길담에서 3개월 훈련을 받은 다음, 계속 서울까지 가는 일이 어려워서 일산에서 불어모임을 꾸리려고 도와줄 사람을 수소문했고

 

그렇게 만난 사람이 미원씨인데요 그녀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료봉사로 한 주일에 한 번씩 수업에 참석하는 일이

 

실제로 그 때까지는 멤버중에서 그녀를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고 제가 아는 다른 사람을 통해서 소개받은 것이니까요.

 

그래도 좋다고 선뜻 손을 내밀어 준 그녀 덕분에 일산에서의 불어모임이 계속 될 수 있었고 요즘에는 인원도 보충이 되었는데

 

반가운 소식은 불어만이 아니라 다른 외국어에도 관심이 많고 공부라면 에너지를 저절로 내는 나다운님이 합류하게 되었다는 점이지요.

 

다음 주 부터는 학부형으로 만나던 미경씨도 함께 한다고 책을 받아갔습니다.

 

그녀 역시 불문과 출신인데 졸업후에 불어를 볼 일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멀리서도 불어 공부하러 오는 불문과 출신이 있다고 하니

 

그렇다면 용기를 내서 해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타인에게 본이 되기도 하는 셈이네요.

 

아침에 불어 예습하다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시간이 덜 걸려서 기쁘기도 하고, 시간 여유도 조금 생겨서 사진을 보고 있는 중입니다.

 

클로이스터 관의 사진이 생각보다 많아서요.

 

어제의 나를 벗어나서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것이 종교의 본질이란 말을 읽는 기억이 강렬합니다. 그렇다면 절대자를

 

믿지 않아도 우리가 현재의 나를 넘어서고자 노력하고 기원하는 마음 자체가 바로 종교적인 속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던 중에

 

이런 장소를 바라보고 있자니 그런 생각을 이어서 하게 되는군요.

 

이미 늙었다고, 그러니 이 일을 시작해서 무슨 도움이 될 것인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사실 그 일을 해도 하지 않아도 세월은 가지만 일단 해보면 설령 포기한다 해도 했던 만큼은 남아서 다른 것에 자극이 되는 것 아닐까요?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자신과 비슷한 관심사를 지닌 사람들과 만날 수도 있고 그런 만남이 생각지도 못했던 길을 열어주는 경우도 있고요.

 

꼭 금전적인 보상이 있는 일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기도 하고요.

 

한 권의 책을 매개로 만난 한의사 한 분을 통해서 제 일상이 요즘 많이 바뀌고 있어요. 조금 일찍 자고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법을 배워서 눈의 피로도 많이 줄어들고 있고요. 이런 변화를 보면서 사람의 인연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됩니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소문을 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것, 그것도 큰 에너지를 들이지 않고도

 

사람을 돕고 자신을 돕는 일이라는 것, 2년간의 세월을 통해서 그림에 불과하던 언어와 조금은 친숙해지고 나니 이렇게 늦은 시기에

 

시작해도 가능하다, 그러니 조금 더 젊은 사람들은 지금 시작하는 것이 전혀 늦은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물론 외국어에 국한한 일은 아니랍니다.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베티
    '12.4.29 5:40 PM

    저도 일산 살았었고
    불어를 까맣게 잊은 전공자인데...

    멋지세요!!

  • intotheself
    '12.5.1 12:02 AM

    전공자들은 까맣게 잊었다고 하지만 막상 시작하면

    마치 두꺼운 돌로 막아두었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처럼 가물가물하지만

    생각이 난다고 하더라고요. 주변에 같은 전공인 사람을 찾아서 함께 시작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요?

  • 2. 하늘재
    '12.5.2 9:52 AM

    가장 어려운 일을...
    가장 쉬운 방법으로 접근 하시는것 같아 존경스럽습니다!!

    매일....
    조금씩...........
    꾸준하게.....................ㅎ

    그리고 일단 시작해 보는것!!
    제겐 어찌나 어렵기만 한 일들인지 말입니다!!

  • intotheself
    '12.5.3 4:57 PM

    하늘재님

    언젠가 제게 시작하고 그만두면 아니 간 만 못한 것이 아니라 거기까지 간 것이란 취지의 글을

    올려주신 것 기억하세요?

    그 말이 제겐 커다란 각인이 되었답니다 .그래 맞아, 그러니 멈춤을 두려워 할 일이 무엇이랴

    그렇게 생각했더니 겁이 확 없어지더라고요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일단 저질러 보시길!!

  • 3. 봉쇼콜라
    '12.5.6 2:17 PM

    저는 잠시 프랑스에 일 때문에 일년반 살았는데 불어 때문에 고생한 생각이 나네요~~~~
    프랑스는 불어 못하면 살기 어렵더라구요~~ 게다가 저는 수학전공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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