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정집 거실 TV위에 오래된 사진액자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밑의 동생이랑 저랑 어릴 적 함께 찍은 사진이죠.
몇 안 되는 어린시절의 사진이기에 얼마나 소중한지 모릅니다.
그래서 일부러 액자에 담아 귀하게 모셔놨지요.
이 사진을 찍었을 때가 생각나요.
하루는,
마을을 떠돌며 할머니, 할아버지들 초상만을 전문으로 찍는 사진사 아저씨가 오셨더랬죠.
(옛날만 해도 이런 떠돌이 사진사들이 많았다고 해요.)
그 때 저는 동생이랑 앞마당에서 신나게 놀고 있었구요.
할머니가 머릿기름 묻혀가며 참빗으로 곱게 단장하는 동안,
지루하게 기다리던 아저씨가 우리를 향해 다가오시더니 "사진 찍어줄까?" 하시는 겁니다.
사진이 뭔지도 잘 모르던 시절...
아무 준비도 안하고 아저씨 시키는대로 외양간기둥 앞에 섰습니다.
제 머리가 많이 헝클어져서인지,
아저씨가 손으로 다듬어주셨던 기억도 납니다.
며칠 뒤 다시 아저씨가 오셔서는 할머니의 고운 쪽빛 초상사진과 함께,
우리들 사진을 건네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아저씨가 이거 일부러 찍어준 거니깐, 잊지 말아야 한다. 너희들이 이렇게 어렸었다고 말야... 알았지?"
하고 말씀하시던 어렴풋한 기억...
아저씨가 그 말을 해서인지 아마 더 못잊나 봅니다.^^
아이들 앨범만도 서너 권씩 되는 우리집.
재작년 디카를 구입한 뒤로는,
셔터 누르는 순간의 긴장이나 주저함도 없이 언제든 쉽게 찍고,
맘에 조금이라도 안들면 쉽게 지우곤 합니다.
이렇게 빠르고 손쉬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과연 사진 한 장으로 어린시절을 반추할 수 있는 기회가 올까요? ......
문득,
그 옛날 사진 한장으로 고마운 추억을 안겨준 아저씨가 떠올라
혼자 미소지어 봅니다.
까망 총총
Childhood And Manhood - 시네마천국 OST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