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이쁜여우 |
조회수 : 2,491 |
추천수 : 17
작성일 : 2006-07-20 00:11:12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 황정순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가능하다면 꽃밭이 있고
가까운 거리에 숲이 있으면 좋겠어
개울 물 소리 졸졸거리면 더 좋을 거야
잠 없는 나 당신 간지럽혀 깨워
아직 안개 걷히지 않은 아침 길
풀섶에 달린 이슬 담을 병 들고 산책해야지
삐걱거리는 허리 주욱 펴 보이며
내가 당신 “하나 두울~” 체조시킬 거야
햇살이 조금 퍼지기 시작하겠지
우리의 가는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반짝일 때
나는 당신의 이마에 오래 입맞춤하고 싶어
사람들이 봐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아주 부드러운 죽으로
우리의 아침 식사를 준비할 거야
이를테면 쇠고기 꼭꼭 다져넣고
파릇한 야채 띄워 야채죽으로 하지
깔깔한 입 안이 솜사탕 문 듯 할 거야
이 때 나직히 모짜르트를 울려 놓아야지
아주 연한 헤이즐럿을 내리고
꽃무늬 박힌 찻잔 두 개에 가득 담아
이제 잉크 냄새 나는 신문을 볼 거야
코에 걸린
안경 너머 당신의 눈빛을 읽겠지
눈을 감고 다가가야지
서툴지 않게 당신코와 맞닿을 수 있어
강아지처럼 부벼 볼 거야
해가 높이 오르고
창 깊숙이 들던 햇빛 물러 설 즈음
당신의 무릎을 베고
오래오래 낮잠도 자야지
아이처럼 자장가도 부탁해 볼까
어쩌면 그 때는
창 밖의 많은 것들
세상의 분주한 것들
우리를 닮아 아주 조용하고
아주 평화로울 거야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당신의 굽은 등에 기대 울고 싶어
장작불 같던 가슴
그 불씨
사그러들게 하느라
참 힘들었노라
이별이
무서워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노라
사랑하기 너무 벅찬 그 때
나 왜 그렇게 어리석었을까 말할 거야
겨울엔
당신의 마른 가슴 덥힐 스웨터를 뜰 거야
백화점에 가서
잿빛 모자 두 개 사서 하나씩 쓰고
강변 찻집으로 나가 볼 거야
눈이 내릴까...
봄엔
당신 연베이지빛 점퍼 입고
나 목에 겨자빛 실크 스카프 메고
이른 아침 조조 영화를 보러갈까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같은...
가을엔
희끗한 머리 곱게 빗고
헤이즐럿 보온병에 담아 들고
낙엽 밟으러 가야지
저 벤치에 앉아
사진 한 장 찍을까
곱게 판넬하여 창가에 걸어두어야지
그리고
그리고 서점엘 가는 거야
책을 한아름 사서 들고
서재로 가는 거야
난 푹빠져 잠이 들겠지.
나 늙으면 그렇게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회원정보가 없습니다- [이런글 저런질문] 이름좀 바꿔 주세요 1 2004-07-05
- [이런글 저런질문] 사진의 크기가 너무 .. 4 2004-07-05
- [줌인줌아웃] 안나돌리님께 드리는 ... 1 2006-07-30
- [줌인줌아웃] 아이들과 두물머리 나들.. 2 2006-07-29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misty
'06.7.20 7:25 AM이 시가 번역시인 줄 알았는데
국내 작가가 쓴 거였네요.
음.
늙기 전에라도...
허리 굽어지고... 백발 되기 전에라도...
그렇게 살게 되기를.2. 천하
'06.7.20 8:22 AM사진과 어울리는 시군요.
3. joylife
'06.7.20 9:41 AM저도 이렇게 살고 싶은데....
지금부터 노력해야겠네요...4. 한번쯤
'06.7.20 10:31 AM그럴려면 우짜든지 건강해야함 *^^* ㅋ
5. 후니처
'06.7.20 12:59 PM혹시 사진속의 장소가 원당 종마목장이 아닌가요?
6. 지원
'06.7.20 1:03 PM후니처님도 저처럼 같은 생각을 하신모양이네요 ^^
노부부의 일상이 잔잔하게 그려집니다7. ㅎr늘ㄴrㄹn
'06.7.20 1:05 PM와~~~ 이쁩니다...
멋진 곳입니다.8. 내사랑멕틸다
'06.7.20 3:02 PM너무 가보고 싶은 충동이 드네요~~~
9. 이쁜여우
'06.7.21 4:04 PM후니처님 눈썰미가....
원당종마공원 이져...10. shortbread
'06.7.27 2:09 PM멋진 사진도 아름다운 시도 가슴 꼭꼭 채우고 총총...
남편과 나이듦이 막막하지 않고,
더 여유롭게 사랑할 날들이 남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풍요로와 집니다.
앞으로 좋은 사진, 글 기대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 추천 |
|---|---|---|---|---|---|
| 23274 | 봄을 기다리는 마음 | 도도/道導 | 2026.02.09 | 60 | 0 |
| 23273 | 메리와 저의 근황 1 | 아큐 | 2026.02.08 | 485 | 0 |
| 23272 | 눈밑 세로주름 사진 | 힐링이필요해 | 2026.02.07 | 954 | 0 |
| 23271 | 맥도날드 커피 넘 맛있어요! 3 | 공간의식 | 2026.02.06 | 991 | 0 |
| 23270 | 60대 이상이면 사라던 옷 15 | 호후 | 2026.02.05 | 12,004 | 0 |
| 23269 | 딸기 주물럭 해보세요. 완전 맛나요 3 | 자바초코칩쿠키7 | 2026.02.04 | 1,405 | 0 |
| 23268 | 입춘첩 2 | 도도/道導 | 2026.02.04 | 503 | 0 |
| 23267 | 저 그동안 복지 누렸어요 2 | 김태선 | 2026.01.31 | 1,432 | 0 |
| 23266 | 공포의 사냥꾼 삼색애기에요 2 | 챌시 | 2026.01.31 | 948 | 1 |
| 23265 | 어른이 사는 방법 2 | 도도/道導 | 2026.01.30 | 887 | 0 |
| 23264 | 멀정해 보여도 실성한 자들 4 | 도도/道導 | 2026.01.29 | 983 | 0 |
| 23263 | 자랑후원금 통장(행복만들기) 내역입니다 (8) | 행복나눔미소 | 2026.01.28 | 1,081 | 0 |
| 23262 | 점점더 이뻐지는중,삼색이 애기에요 6 | 챌시 | 2026.01.25 | 1,336 | 0 |
| 23261 |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6 | 덕구덕선이아줌마 | 2026.01.24 | 1,201 | 0 |
| 23260 | 헬스 20년차.. 8 | luhama1 | 2026.01.24 | 2,725 | 0 |
| 23259 | 목걸이 활용법 좀 알려주세요 2 | 해리 | 2026.01.22 | 1,512 | 0 |
| 23258 | 직접 만든 두존쿠 입니다… 1 | IC다둥맘 | 2026.01.20 | 1,849 | 0 |
| 23257 | 붕대풀고 환묘복입고 고장난 삼색 애기 10 | 챌시 | 2026.01.19 | 1,632 | 0 |
| 23256 | 맛있는 귤 고르는 법~ 3 | 공간의식 | 2026.01.19 | 1,413 | 0 |
| 23255 | 멀리 온 보람 1 | rimi | 2026.01.19 | 1,121 | 0 |
| 23254 | 태양보다 500조배 밝은 퀘이사 | 철리향 | 2026.01.17 | 906 | 0 |
| 23253 | 오늘자 삼색이, 가칭 애기에요 2 | 챌시 | 2026.01.16 | 1,423 | 0 |
| 23252 | 웨이트하는 50대중반입니다 15 | ginger12 | 2026.01.15 | 4,649 | 0 |
| 23251 | 청개구리 | 철리향 | 2026.01.13 | 710 | 0 |
| 23250 | 여수 일출 3 | zzz | 2026.01.12 | 808 | 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