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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하지 마세요

| 조회수 : 1,370 | 추천수 : 9
작성일 : 2006-01-12 12:27:43
신문을 보다 가슴 찡한 이야기에 벌한테 쏘인듯 멍해집니다.

사대육신 멀쩡하면서도 감사할 줄 모르는

우매한 저에게 일침을 가합니다.

높은 곳을 바라다 보지 마세요.

고개 다칠지 모르니까요.

아래를 내려다 볼 때 감사가 나온다고 해요.





송명희. 그녀는 시인입니다. 올해 마흔셋입니다. 그녀는 장애인입니다.

중증 뇌성마비지요. 태어날 때부터 그랬답니다.

그녀의 집안은 가난했습니다. 치료도 못 받았습니다.

학교는 가 보지 못했습니다. 일곱 살 때까지 누워 있었지요.

숟가락을 쥔 게 열 살입니다. 그녀에게 희망은 없었습니다.

모든 게 절망이었지요. 저주받은 운명이라 생각했습니다.

죽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자살도 생각하게 됩니다.



그녀는 세상을 원망했습니다. 왜 이리 불공평할까.

그래서 따지기 시작합니다. 신을 향해서요. 매일 몇 시간씩 기도했습니다.

그 속에서 소리쳤습니다. 울부짖었습니다.

왜 공평하지 않으시냐고요. 몇 년을 그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녀가 펜을 듭니다.

시를 씁니다. 아무것도 배운 거 없는 그녀였습니다.

그런데 시를 씁니다. 뒤틀리는 몸을 움켜쥐고서요.

한참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완성된 시에 제목을 붙입니다. '나'.



"나, 가진 재물 없으나/ 나, 남이 가진 지식 없으나/

나, 남에게 있는 건강 있지 않으나/ 나, 남이 없는 것 있으니…/

나, 남이 못 본 것을 보았고 / 나, 남이 듣지 못한 음성 들었고/

나, 남이 받지 못한 사랑 받았고/ 나, 남이 모르는 것 깨달았네/

공평하신 하나님이/ 나, 남이 가진 것 없지만/

공평하신 하나님이/ 나, 남이 없는 것 갖게 하셨네"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그 무엇도 말입니다.

모든 건 그대로였습니다. 제자리였지요. 그러나 달라졌습니다.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하나도 빠짐없이요.



세상은 세상 그대로였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뀌었습니다.

그동안은 올려봤습니다. 그때의 나는 한없이 작았습니다.

그러다가 내려봤습니다. 그때의 나는 한없이 컸습니다.

감사가 싹텄습니다.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요.



그녀는 세상에 나옵니다. 휠체어를 타고서요.

뒤틀리는 입으로 희망을 말합니다. 1500회의 강연을 했습니다.

뒤틀리는 손으로 시를 씁니다. 24권의 책을 냈습니다.

그의 시에 노래가 붙습니다. 100여 곡의 노래가 나왔습니다.

12년 동안의 일입니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그녀는 보이지 않습니다.


전신마비가 됐습니다. 말도 못 합니다. 글도 못 씁니다.

10년째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을 감사하니까요. 그래서 살 수 있는 겁니다.



보름이 지났습니다. 새해가 시작된 지요. 고작일지 모릅니다.

벌써일지도 모릅니다. 사람마다 느낌이 다를 겁니다.

이미 좌절을 경험한 분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좌절하지 마세요.

세상이 좌절을 준 게 아닙니다. 또 다른 내가 나에게 준 좌절입니다.

내가 좌절로 보기 때문이지요. 끝이라면 좌절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끝이 아닙니다. 그러기에 희망일 수 있습니다.

기회일 수 있습니다.



송명희도 살아갑니다. 나는 그녀보다 나을 겁니다.

그 때문에 포기해선 안 됩니다. 송명희가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우리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나라가 어렵습니다. 정치가 엉망입니다. 경제도 그렇습니다.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어둡게만 보지 마세요.

자꾸 어두워만 집니다. 모두가 그래선 안 됩니다.

감사할 걸 찾아보세요.

그게 빛입니다. 빛을 향해 가세요.

송명희도 그랬습니다.



모든 걸 감사하세요. 고난도 감사하세요.

아픔도 감사하세요. 슬픔까지도 감사하세요.

송명희처럼 말입니다.

일어날 수 있을 겁니다.

걸어갈 수 있을 겁니다.



이연홍 논설위원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오리아나
    '06.1.12 8:02 PM

    '나'라는 시에 붙여진 찬송가를 듣고 눈물지을 정도로 감격한 적이 있었는데,
    송명희라는 분의 시였군요..
    저는 아무 종교도 갖고 있지 않지만,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혼성트리오가 이 시에 곡을 붙여
    십자가아래에서 천상의 음성으로 연주하듯 노래를 부르는 걸 TV로 봤었어요..
    가슴이 터질듯하고 눈물이 절로 나온 이유가 그 분의 가슴에서 나온
    시였기 때문이군요....
    하루를 감사하며 보내수 있는 글을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2. 요구르팅
    '06.1.13 2:23 AM

    어쩜...오늘 저도 이글 읽고 가슴이 쨘해졌어요.
    중앙일보에서 오늘 읽었는데 지금 내가 마음의 사치를 부리
    는건 아닌지..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는 글이였어요
    작은것이나마 감사하고 살아가고 싶어요..

  • 3. Fly High
    '06.1.13 3:47 PM

    감동적이네요.

  • 4. 핑크하트
    '06.1.13 9:06 PM

    송명희님 요즘 몸이 안좋아지셨다는 얘기가 있던데..어서 건강 회복하셔서 다시 주옥같은 작품으로 만나길 기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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