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줌인줌아웃

생활속의 명장면, 생활속의 즐거움

제 목 : 오전엔 울고 오후엔 모든 걸 잊곤 하는 (해석 덧붙임)

| 조회수 : 1,620 | 추천수 : 2
작성일 : 2019-05-14 00:46:41

     난로

 
                                             박서영

오전엔 울고 오후엔 모든 걸 잊곤 하는
꽃나무 한 그루가 불타고 있다
눈을 감은 채로 불꽃같은 꽃에게 다가가

손을 쬔다, 삶에서 죽음으로 옮겨간 것들은
먼 곳으로 이사 가듯 주소도 바뀐다

견디면서 멀어지는 일과 
멀어지면서 부서지는 일들이 녹아 흘러내렸다

사람이 한 그루 나무라는 말은 옛말인데

나는 나무처럼 두 다리를 쭈욱 펴본다
잠들 때마다 이불이 무덤 같다는 생각을 한다
잠들 때마다 불씨가 몸을 파고 들어가
옆구리든 무릎이든 머리통이든
그 어디에서건 꽃이 핀다

나무는 나무에게 다가가 심장을 쬔다
입술이 입술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듯 열렸다가 닫힌다

                                              - 문학동네, 연인들은 부지런히 서로를 잊으리라


 

자려고 누으면 

침대가 점점 좁아져서

관이 따로 있나,

내 누운 자리가 관짝이지 싶었던 때가 있다


그때마다 

무얼 했었나


시차가 다르니

벌건 대낮 한창의 일상 속 동생놈한테 

전화를 걸었던가


수화기 저편

우르르 쏟아 내리는 

생활 소리가 좋았다


잠이 안 오다고?

야한 생각을 해!

내 화일 몇개 보내주랴?


눈물 겨운 남매애

따땃한 전화기를 안고

이 누난 잠들 수 있었지


난로같은 화상

사람은 그 무엇으로도 위안



* 사진 위는 시인의 시

* 사진 아래는 쑥언늬 사설

* 사진은 쑥언늬네 이웃 화단


*추가로 해석해 볼랍니다.

시라는 게, 해석하기 나름이라, 제가 풀이해도, 님하고 다르면, 님이 맞은 거예요.


시인이 꽃이 활짝 핀 꽃나무를 봅니다.

불이 난 거 같아요

저리 불이 나서 난리가 난 듯한 나무도

불과 얼마전에는 깡마른 가지밖에 없었다지요.

그걸..오전엔 울고, 오후엔 모든 걸 잊곤 하는...이라는 말로 표현해요.

빈 가지로, 오고가는 바람 죄다 훝으며 쳐 울던 나무는

이제 모든 것을 잊은 듯이 붉은 꽃을 불난 거처럼 피워내요.


너무 붉어서, 너무 불난 거 같은 나무가 난로 같아서

시인은 가서 손을 뻗어 불을 쬐요.

불을 쬐니, 뜨셔져서, 몸이 녹아 내려요.

불을 쬐는 순간과 그 뜨셔져서 녹아내리는 순간사이에 시인이 자기 할 말을 넣어요. 

시를 쓸 당시 아팠던 시인이 느끼는 말


사람이 한 그루 나무라는 옛말이 공감되니, 누워 있는 자신은 나무처럼 쭈욱 발을 뻗어 봐요.

덮고 있는 이불을 무덤을 덮는 듯 덮고, 나무에 불꽃같이 붉은 꽃들이 피듯, 자기 몸속으로 

(이 부분은 제 생각이예요) 화장터에 불씨가 들어 오면, 자신의 몸이 불 타는 부분마다, 꽃이 피어 나요.


역설적이지만, 이불은 무덤인데, 무덤을 덮은 나는 나무같은데, 그 나무를 불 태우니, 그 불씨를 받고 꽃이 피니,

나는 그런 나무의 살아 있는 심장소리를 들어요. 입술이 입술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같은 곳으로 

같은 이야기를 받아 들어요.

말이 안되면서, 말이 되는 듯한 것은요. 

박서영 시인은 떠났지만, 그녀가 붉은 꽃을 피는 나무 한 그루를 보면서, 느꼈던 그 생생함이 글에서 그대로 전달이 되어요. 

그러니, 이 시는 그녀라는 나무에서 핀 붉은 꽃. 






* 요사이 제 가방에 늘 들어 있는 박서영시인의 유고시집이예요

* 쫌 살은 82쿡 언늬들한테 맞아요

* 짜투리 시간 날 때, 한 시 한 시 장인의 숨결을 따가면서 읽어 보아요. 무척 있어 뵙디다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wrtour
    '19.5.16 12:32 AM

    해석본은 뭔말인지 알겠는데 원본은 이해가 안되요
    수능생 이해시키듯 의역 부탁드려요

  • 쑥과마눌
    '19.5.16 1:24 AM

    그..그럴까요?
    추가로 남길께요
    제 해석이 틀릴 수도 있어요
    시라 뭐든 자기가 느끼는 게 최고인것을요.

  • 2. 고고
    '19.5.20 11:09 PM

    꽃이 불이 되고 불이 꽃이 되고
    그 경계가 어디 있겠소
    그러다 재로 되어 풀잎으로 나무로 생하는 거 아니겠소
    기억과 기록의 차이에 대해 심히 고민하고 있소^^

  • 쑥과마눌
    '19.5.21 6:26 AM

    심오한 댓글에 답할 길 없어..
    밥이나 한사발 먹고 오겠소ㅠㅠ

  • 3. 들꽃
    '19.5.21 12:09 AM

    박서영 시인의 시집 꼭 읽어보고 싶네요
    시 읽을 때 행복하답니다
    시 안으로 내가 들어가는 느낌
    그 안에서 얻어내는 그 무엇들,
    시인들께 감사한 마음이 절로 생겨나요
    좋은 시 올려주신 쑥과 마눌님께도 감사 감사!

  • 쑥과마눌
    '19.5.21 6:27 AM

    이 시집 참 좋아요.
    이리 모든 시가 다 좋기 힘든데 말이죠.
    출판사 까페까지 가서, 고맙다 인사하고 왔다지요.

  • 4. 이쁜이엄마
    '19.6.4 5:06 PM

    덕분에 이 시집 사서 지금 읽고있어요

    작년에 긴 투병 끝에 작고 하셨네요 ㅠㅠ

    감사하다고 전하려고 로그인했어요~^^

  • 쑥과마눌
    '19.6.7 8:13 AM

    잘 하셨어요!
    뿌듯해요 ㅋ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25499 우중충한 오후 당 떨어졌을 때, 웅이 어때? 3 푸른감람나무 2020.08.10 322 0
25498 지리산 속에서 우는 소리 도도/道導 2020.08.10 186 0
25497 윔비의 서비스 12 도도/道導 2020.08.08 549 0
25496 별이의 추억 10 베로니카 2020.08.08 606 0
25495 홍수와 폭우로 감각을 잃었습니다. 도도/道導 2020.08.07 339 0
25494 출근길 부러워서 한컷 6 푸른감람나무 2020.08.06 875 0
25493 인애를 생각하다 도도/道導 2020.08.05 216 0
25492 장마가 그치고 양춘삼월이 되기를 도도/道導 2020.08.04 253 0
25491 챌시 중성화수술 하고 왔어요. 19 챌시 2020.08.03 987 0
25490 깊은 산속의 비경을 만나다 5 도도/道導 2020.08.03 390 0
25489 계류에서 힘을 얻다 도도/道導 2020.08.01 258 0
25488 홍수 주의보 발령 도도/道導 2020.07.31 458 0
25487 지붕위 늙은 어미와 아기5마리 (모두 구조) 8 Sole0404 2020.07.31 1,139 0
25486 지붕위 늙은 어미고양이와 새끼5마리 2 Sole0404 2020.07.30 941 0
25485 보고 배울 수 있는 지혜 2 도도/道導 2020.07.30 357 0
25484 지상 90m 에서 흔들리는 경험 도도/道導 2020.07.29 439 0
25483 1~2개월된 숫냥이 입양처를 찾습니다 레몬즙 2020.07.27 648 0
25482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 도도/道導 2020.07.27 349 0
25481 (유머)호랑이 부부와 사자 부부의 차이 1 카렌튤라 2020.07.26 748 0
25480 한 주간을 마무리하며 도도/道導 2020.07.25 290 0
25479 사랑의 공감과 실망 2 도도/道導 2020.07.23 401 0
25478 이 씽크대 부속품 이름 좀 알려주세요? 플리즈..ㅠ 2 나무꾼 2020.07.22 722 0
25477 언제나 한 주의 시작은... 도도/道導 2020.07.20 408 0
25476 훼손되지 않기를 2 도도/道導 2020.07.18 572 0
25475 연꽃 사진 45장 도도/道導 2020.07.17 672 0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