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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패션으로 동네를 휩쓸고 다니고 있어요.

... 조회수 : 1,730
작성일 : 2026-02-05 01:35:25

제가 사는 곳에 지지난주 일요일부터 지난주 월요일까지 눈이 엄청 왔어요. 

20인치 정도. 

제설작업은 잘하는 지역이어서 도로와 규모가 넓은 인도는 지난 주중에 잘 정리가 되었는데, 문제는 좁은 인도와 공원들이에요. 저는 큰 개와 살고 있거든요. 뒷마당에 개가 다닐 길은 만들어 놓았지만 하루에 두 세시간은 걷고 뛰놀아야 하는 이 녀석의 에너지를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

 

개와 산책을 나오면 집 앞 눈을 안 치운 몇 몇 집앞에서 돌아가야 하고, 동네 개들이 주로 노는 학교 운동장과 리틀야구장, 공원도 모두 눈에 가로막혀서 돌아와야 했어요. 막힌 길 앞에서 돌아서야 할 때마다 저희 개는 세상이 무너진 표정으로 뭐야 왜, 나 아직 못놀았어 하고 주저 앉고. 달래서 집에 돌아오면 저는 재택근무를 해서 일을 해야 하는데, 에너지가 넘치는 개는 집안에 있는 장난감 다 꺼내와서 이래도 안놀거야 하다가 필살기인 등돌아 눕기를 시전하며 제 마음을 아프게.

 

다행히 며칠 전부터 기온이 영상 가까이 올라오기 시작해서 허벅지 넘게 올라오던 운동장과 공원의 눈높이가 얼추 무릎께로 내려왔어요. 그것을 본 순간 돌아가신 아빠가 떠올랐어요. 눈이 많이 온 후에 등산을 가서 눈길을 밟아 사람들이 갈 길을 만들어 놓으시던. 

그래서 저도 개들이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겠다 결심하고, 옷장 깊숙히 있던 예전에 입던 스노우 팬츠와 스키바지로 중무장을 하고, 이런 게 도대체 왜 있는지 모르겠지만 테니스 라켓처럼 생긴 설피도 찾아 신고 동네를 휩쓸고 다니고 있어요. 하하하 

운전하고 가다가 뒤돌아 보는 사람들이 왜 이리 많은지 흐흐흐

 

첫날에 학교 운동장에는 큰 트랙과 작은 트랙 그리고 저희 개 협조로 대각선 길까지 세 가지 큰 길을 만들었고, 어제는 야구장에도 다섯 갈래 길을 만들었어요. 제가 눈을 헤치고 길을 만들기 시작하면 저희 개가 뒤따라 오면서 길을 다지는 셈이에요. 어머 우리 팀플레이 어쩜 끝내준다 

오늘은 조금 먼 공원도 가서 길 만들고 왔어요.

피곤한 개가 제일 행복한 개

피곤한 개주인은 가장 뿌듯한 개주인

 

운동량도 많고, 다른 개들도 산책 다닐 수 있고, 패션은 최악이지만 기분은 둥실둥실해요. 

IP : 71.184.xxx.52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6.2.5 1:41 AM (125.130.xxx.146)

    수고하셨어요
    눈길 만드는 그 기분.. 째지죠ㅎㅎ
    눈 치우는 거 좋아해서 눈삽 샀어요
    아파트에서 눈 치워주지만 다 치워주는 건 아니라서
    사람들 비교적 잘 다니는 곳에 눈길 만들어 놓고나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어요.

  • 2. ...
    '26.2.5 1:53 AM (71.184.xxx.52)

    125님 안녕하세요?
    맞아요! '째진다'는 표현이 딱이에요.

    대학 때부터 눈이 많이 오는 곳에 살아서 친한 친구들이랑 지금은 남편이 된 자와 함께 눈삽들고 동네 돌아다녔어요. 목적지는 그 눈을 뚫고 문을 연 펍이었지만, 그 전에 동네 눈 치우고 다니면 노동했다는 그 핑계로 맥주 몇 잔씩 더 마시고 정말 기분 '째졌어요' 하하하

    125님 같은 기분 함께 하니 참 좋아요

  • 3. ^^
    '26.2.5 3:01 AM (103.43.xxx.124)

    외국이신가봐요!
    마음 따뜻하셨던 아버지와 그 따님이시네요. 덕분에 동네 개들 모두 행복하겠어요.
    팀플레이 끝내주는 개님과 추억 많이 만드시면서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 4. ...
    '26.2.5 4:46 AM (71.184.xxx.52) - 삭제된댓글

    103님 안녕하세요?
    103님께서 따뜻한 글 남겨 주셔서 참 좋습니다.
    아버지는 고요하게 사람들에게 다정했던 분인데, 저는 이제 나이를 한참 먹고서야 그 마음 그대로를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주말부터는 또 추워질 모양이니 최고기온 영하 2도인 따뜻한 오늘 내일, 여러 길 좀 더 만들고 와야겠어요. 팀플레이는 끝내주는 저는 개는 아끼는 공들 들고 나가서 눈 속에 파묻고 못찾고 낑낑거리네요.
    눈이 녹는 어느 날이 오면 보물찾기 할 때, 느끼는 그 짜릿함 이 녀석도 느끼겠죠?

  • 5. ...
    '26.2.5 4:49 AM (71.184.xxx.52)

    103님 안녕하세요?
    103님께서 따뜻한 글 남겨 주셔서 참 좋습니다.
    아버지는 고요하게 사람들에게 다정했던 분인데, 저는 이제 나이를 한참 먹고서야 그 마음 그대로를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주말부터는 또 추워질 모양이니 최고기온 영하 2도인 따뜻한 오늘 내일, 여러 길 좀 더 만들고 와야겠어요. 팀플레이는 끝내주는 저는 개는 아끼는 공들 들고 나가서 눈 속에 파묻고 못찾고 낑낑거리네요.
    눈이 녹는 어느 날이 오면 보물찾기 할 때 느끼는 그 짜릿함 이 녀석도 느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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