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숙연애 상간녀 글을 보고,
남편이 20년 전 만나는 여자가 있었습니다.
3개월 정도 만나다 들켜서 정리했는데
그 여자를 우연히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검색하면 얼굴 나오는 사람입니다. 20년 전에는 몰랐는데 최근에 얼굴을 알게됐습니다.)
처음에는 놀라서 보고만 있었고
다시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갱년기라 그런가,
옛날 생각이 많이 나면서
그 여자에게 다정했던 남편이 나에게 했던 무심한 행동들에 대한 실망과
(그 일이 있었던 당시보다, 지금이 더 아파요. 왜냐면 그 많은 실망들이 시간 만큼 쌓여서)
오랜 결혼 생활은 대체 나에게 뭐였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남편이랑 계속 다투고 있는 중이었거든요.
집 가까운 곳이라 산책 삼아 그때 만났던 시간에 맞추어서 몇 번을 까페에 갔고 허탕을 쳤습니다.
그러다 다시 또 만나게 됐습니다.
왜 그렇게 가슴이 뛰는지... 그냥 돌아올까 하는데
그날따라 오래 머물더군요.
용기 내어 다가가서 내 소개를 하고
남편이 그 여자에게 쓴 편지(보여주면서 얘기하려고 찍어간)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그 편지(열렬한 애정표현)를 아무렇지도 않게 읽고 (심지어 읽으면서 입에 살짝 미소까지)
짓더니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남편도 자기가 그 편지 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네, 오래 전 일입니다.
20년전...
오히려 그 여자가 저에게 그렇게 오래된 일로 아직도 마음이 안 좋으시냐며...
단지 회식에서 몇 번 만났을 뿐 자기는 단둘이 만난 적도 없다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들키고 그만 만나자는 남편에게
'살면 살아진다'는 둥,
선배가 사라지고 있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는 둥,
선배랑 연락이 어려운 게 힘들다는 둥 메일을 보냈던 여자가요.
유부남을 만나는 여자들은
보통의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여자를 붙잡고
더 이상 남편이 얼마나 주접을 떨었는지 얘기하고 싶지 않아서,
새해 복 많이 받으라 하고 헤어졌습니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은
청문회에서나 듣는 말인 줄 알았습니다.
저들은 참 쉽게 사는데
나는 왜 상처 받나, 괴로웠습니다.
나는 잊으려고 해도 쉽지 않은데,
죄 지은 자들은 어찌 그리 쉽게 잊는지.
억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쁜 사람들.
혹시나, 남편을 잡아야지 왜 여자한테만 그러냐고 하실까 말씀드리자면
남편은 살면서 갚아주고 있습니다.
그 당시는 아이가 어려서 이혼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는 어디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어른으로 자랐습니다.
빨리 잊는 것이 현명하겠지만
그게 참 쉽지 않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