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10시가 넘었죠.
아침 먹으라고 차려놓고 9시쯤 깨워요.
다른 식구들은 다 먹었어요.
눈떠서 핸드폰을 손에 들고 식탁 앞에 앉아요.
밥을 먹기 시작해요. 다 먹을 때까지,
그러니까 일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마디도 안해요.
이따금 헛기침과 한숨.
무슨 일 있냐구요? 전 몰라요. 말을 안하니까요.
이건 마치 잦은 발작처럼, 주기적이지도 않고, 예측도 불가능하게 아주 자주 찾아와요. 지 기분 좋으면 굿모닝~ 하고 일어나서 별 주접도 다 떨고 애 둘한테 이애 저애 간지럽히고 스킨쉽하고 자기 우리 오늘 어디 가까? 자기가 보는 핸드폰 영상 모든 내용 중계하고 자기 이렇대 저렇대 이러다가, 뭐때문인지 뭐가 수가 틀렸는지 어쨌는지 한달에도 여러번씩 입 딱 다물고 집안 분위기를 저렇게 살벌하게 만들어요.
옛날에는 싸우기도 많이 싸웠어요. 갑자기 왜 그러냐? 뭐 안좋은 일 있냐? 내가 뭘 잘못했냐? 에서 시작해서 그딴식으로 기분내키는대로 하고 살거면 그냥 혼자 살지 그랬냐, 같은 집에서 먹고사는 사람들끼리의 예의 존중 같은게 없는거다, 별 얘기를 다 해봐도 납득되는 반응이나 하다못해 변명도 없어서 포기했어요.
그러니까 저는 일요일 아침이면 평범하고 평화롭게 잘 잤어? 하고 인사주고받는게 당연한 일이 아니에요. 언제든지 입 딱 다물고 화난 사람처럼 몇시간이고 말 한마디
안하고 밥 먹으라면 밥 먹고 반나절이 지나도록 말 한 마디 안하고 핸드폰 보면서 잠이나 쳐자는 날일수도 있겠지 하는 마음을 한 켠에 늘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 거에요. 신경끄자고 생각하고 산지 10년 넘었는데 아직도 자주 빡쳐요.
어제는 새벽부터 혼자 김장을 하는데 또 그 날이 찾아온 거에요. 부엌에 그렇게 큰 판을 벌려놓고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한 10시쯤 일어나서 한 번 쳐다도 안보고 화장실에 30분 앉아있다가 나 오늘 모입지? 한 마디 하고 나가서 자기 볼 일 보고 오후에 들어왔어요.
오늘은 아프신 친정부모님 뵈러 가는 날인데 아침부터 저러니 진짜 애고 뭐고 다 뒤집고 때려치고 싶어요. 그런데 제가 이걸 못참고 들고 일어나잖아요? 그럼 저만 이상한 사람 되는 거에요. 자기가 뭘 잘못했냐는 거죠. 저만 이 어색한 침묵이나 불친절함, 불편함을 참고 있으면 자기는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짜장면이나 먹으까? 하면서 돌아올테니까요. 이건 정말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