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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다 되서 바에서 일해요

ㄴㅁ 조회수 : 4,849
작성일 : 2025-11-27 23:47:19

그래픽 디자이너로 살면서 거북목, 목디스크, 허리디스크, 안구건조증 달고 살고 게다가 밤샘, 야근 밥먹듯하니 아이때문에 버틸수가 없어 그만두고 15년이 지났어요. 이나이에 디자인 일을 다시하자니 프로그램도 다 바뀌고 저도 팀장으로 퇴직해서 알지만 누가 뽑아주겠어요ㅜㅜ

아이 크고 나니 시간은 남아돌고 자기 효능감 느껴야 행복한 박복한 성격이라 돈걱적 없는 전업이라도 우울증이 오더라구요. 

간호조무사, 사회복지사, 공인중개사, 보육교사 다 생각헤봤지만 주위에 그 자격증 다들 가지고 있어도 안쓰더라구요. 커피전문점 이나 서빙 같은것도 이력서 넣어봤는데 경력 없이 나이 많으니 뽑아주지도 않고 면접보러 가더라도 그 몸으로 힘든 일할수 있겠냐 소리나 듣고( 제가 많이 말랐어요) 좌절중이였는데 당근에서 바로 집앞에 남편하고 몇번 노래들으면서 한잔하던 엘피바에서 주4일 5시간 사람을 구하길래 안되겠지 젊고 이쁜애들 뽑겠지 싶어 돈드는것도 아니니 그냥 지원해보자 했는데 취직이 되어버려 벌써 3개월이 됐네요. 안주도 만들고 칵테일도 만들고 술이라고는 맥주 한두잔이 다 인 사람인데 수없이 많은 와인, 양주 종류 외우고 정말 멘붕이였는데 금방 적응하더라구요. 여긴 아주 작은 바여서 사장님은 안오고 혼자 오픈하고 마감하는데 사람 스트레스 없고 좋아하는 음악 들으며 일하니 너무 좋아요. 가끔 손님들하고 세상돌아가는 얘기하고 신청곡 나오면 아이처럼 좋아하는 손님들보면 뿌듯하고 제가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취향 파악하고 엘피 추천해 드리면 감동하시고 어떨땐 팁도 주시고ㅎㅎ

혼자 속상해서 술마시는 예쁜 딸같은 어린 친구한텐 인생 상담도 해주고 육아하다 뛰쳐나와 혼자 울면서 술마시는 동네 애엄마 한텐 위로도 해주고 정말 이 직업이야 말로 자기 효능감 엄청 느끼는거 같아요. 

이쁘게 데코한 안주에 감탄하면서 사진찍어서 sns올린다고 서로 핸드폰 꺼내드는 젊은 친구들 보면 너무 고맙고 뿌듯하고 혼자 오셔서 구석에서 70년대 노래 신청만 잔뜩하시는 김부장님 같은 분은 조용히 내버려둬 주고 제가 눈치를 많이 보고 자라서 눈치가 엄청 빠른데 이 일할땐 완전 장점인거 같아요. 

물론 주말 바쁠땐 혼이 나갈 지경이지만 그렇게 매출 높은 날은 내돈도 아닌데 퇴근할때 힘들어도 뿌듯하고 이 힘든걸 내가 다 쳐냈다 뿌듯함도 느끼고...

매일 저녁상 치우면 잠들때 까지 혼자 소파에 누워서 채널을 수십번 돌리고 유튜브도 재미없고 드라마도 재미없고 뜨개질도 눈이 침침해 못하겠고 우울의 늪으로 빠져들다가 이렇게 세상밖으로 나와서 몸 움직이고 일하니 이게 찐 행복이네요. 

브런치, 수다, 골프, 쇼핑 흥미 없는 저같은 성격은 집에 있는게 형벌 같았어요. 

그냥 날도 춥고 바람도 많이 불어 손님이 하나도 없어 수다 좀 떨어봤습니다^^;

IP : 14.35.xxx.153
3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5.11.27 11:52 PM (118.235.xxx.146)

    좋네요~ 응원합니다
    외국처럼 알바에도 나이 상관이 없었음 해요~
    우리나라처럼 20대의 전유물이 아닌..
    쭉 하시길요~ 화이팅

  • 2. ㅎㅎ
    '25.11.27 11:52 PM (180.65.xxx.211)

    lp바 사장님이 인복있는 거네요ㅎㅎ

  • 3. 와~
    '25.11.27 11:54 PM (125.178.xxx.170)

    무슨 영화 얘기같아요.
    재미있게 하신다니 넘 보기 좋네요.

  • 4. ..
    '25.11.27 11:57 PM (223.38.xxx.245)

    넘 멋있네요
    역시 도잔해야해요

  • 5. ..
    '25.11.27 11:57 PM (211.206.xxx.191)

    재주가 있으신 분이네요.
    효능감 쪄는 일 하는 보람이야 말로 삶의 원동력이죠.

  • 6. 상상하니
    '25.11.27 11:57 PM (220.84.xxx.8)

    저도 즐겁네요~
    저도 아이 입시만 끝나면 무엇이든 알바도전 하려구요.

  • 7. ..
    '25.11.27 11:58 PM (112.214.xxx.147)

    와.. 좋네요.

  • 8. hj
    '25.11.27 11:58 PM (182.212.xxx.75)

    즐겁게 일하시네요~^^
    행복한 기운이 느껴져서 좋아요.

  • 9. 원글
    '25.11.27 11:58 PM (14.35.xxx.153)

    감사합니다~ 저 불면증도 많이 좋아졌어요. 어릴적 트라우마가 40넘으니 깊은곳에서 올라와 우울증 공황장애 불면증등 정신과약 3년동안 엄청 먹었는데 일하면서 점점 줄여서 지금은 취침약으로 한번 먹는데 너무 피곤한날은 먹는것도 잊고 잠들어서 남편하고 엄청 감사하는 중입니다.

  • 10. Lp
    '25.11.27 11:58 PM (121.147.xxx.48) - 삭제된댓글

    바 맛지네요.
    심야식당 같기도 하구요.
    우리집도 엘피 입문자 아들 덕분에 지금 술마시면서 신상 엘피 듣고 있어요. 가보고 싶어요.

  • 11. 오~~
    '25.11.27 11:59 PM (122.203.xxx.243)

    저 음악 되게 좋아하는데
    엘피바라니 정말 부럽네요
    옛날 감성 물씬 나겠어요
    힘든점도 있으시겠지만 긍정회로 돌리시는
    원글님이 위너십니다
    화이팅 하시고 오래오래 근무하시길요

  • 12. 왕아
    '25.11.27 11:59 PM (211.211.xxx.168)

    영화나 드라마 주인공 스토리 같아요. 넘 멋지세요

  • 13.
    '25.11.27 11:59 PM (125.176.xxx.117)

    와 멋져요. 응원합니다.

  • 14. 와우 찐적성
    '25.11.28 12:00 AM (116.41.xxx.141)

    운명을 만나다 ㅎ

    글도 넘 감각있으시고 디자이너 다우신데요
    부럽네요
    집밖에 나가면 죽을수도 있을거같아 이불밖은 위험해 하고있는데 ㅠ

  • 15. ...
    '25.11.28 12:09 AM (175.122.xxx.191)

    보수는 어떤가요? 만족하는 수준인가요?

  • 16. 차리세요!
    '25.11.28 12:10 AM (218.48.xxx.143)

    이 수준이면 그냥 원글님이 하나 차리셔도 될거 같네요.

  • 17. 원글
    '25.11.28 12:10 AM (14.35.xxx.153)

    시간당 15000원인데 이나이에 누가 이렇게 주나 싶어 매우 감사하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 18. ㅇㅇ
    '25.11.28 12:11 AM (125.128.xxx.243)

    원글님이 인수하셔도 좋을것 같아요
    단골손님들 아지트처럼

  • 19. ...
    '25.11.28 12:13 AM (175.122.xxx.191)

    원글님 재주도 성격도 부럽네요
    특히 성격이요

  • 20. 저는
    '25.11.28 12:16 AM (122.34.xxx.60) - 삭제된댓글

    바는 부담스럽고, 90년대 대학가 까페가 동네에 있으면 좋겠어요. 저녁 시간까지는 커피나 차 팔고, 늦은 저녁부터는 마른 안주에 맥주 한두 병 마시거나 칵테일 한 잔 마실 수 있는 까페.
    팝송이나 재즈 혹은 클래식이 흐르고, 혼자 와서 책보는 사람도 있고 그림 그리는 사람도 있는 곳.

  • 21. 와우
    '25.11.28 12:23 AM (86.154.xxx.223)

    원글님도 즐기면서 일하시는 게 보이고, 손님 분들도 너무 힐링받고 가는거 같아서 제가 다 감사하네요~ 특히 육아하다가 뛰쳐나온 엄마들 ㅠㅠ 아 ㅜㅜ 왜케 공감이 가나요

  • 22. 원글님
    '25.11.28 12:23 AM (122.34.xxx.60) - 삭제된댓글

    나중에 가게 차리세요
    동네 작은 술집들, 우리나라도 유럽처럼 60대가 많이 하게 될 듯.

  • 23. 니ㅟㅠ
    '25.11.28 12:52 AM (1.234.xxx.233)

    부러운게... 남편이 반대 안하나봐요.
    밤에 술 팔고 남자손님 응대한다고 반대할 한국남자들 많을텐데
    부러워요.. 저는 꼰대랑 살았거든요.

  • 24. 356
    '25.11.28 1:14 AM (78.150.xxx.35)

    거기가 어딥니꽈!!
    저도 가고 싶네요 ㅎㅎ

  • 25.
    '25.11.28 1:50 AM (211.210.xxx.96)

    괜찮은데요? 저도 신청곡 써내고 싶어요 ㅎㅎ

  • 26. ...
    '25.11.28 1:56 AM (211.246.xxx.45)

    돈걱정 없는데 바에서 일한다고요?
    솔직히 그 문장은 빼지 그랬어요
    구구절절

  • 27.
    '25.11.28 2:45 AM (1.237.xxx.38) - 삭제된댓글

    식당 아니고 바라니 멋진데요

  • 28. ...
    '25.11.28 2:47 AM (1.237.xxx.38) - 삭제된댓글

    식당 빵가게 아니고 바라니 멋진데요
    50대 주부도 스타일이 괜찮으면 바도 가능한거네요

  • 29.
    '25.11.28 2:48 AM (1.237.xxx.38)

    식당 빵가게 아니고 바라니 멋진데요

  • 30. ㅎㅎ
    '25.11.28 3:12 AM (58.123.xxx.22)

    아르바이트하다 너무 좋아 직접 운영 욕심은 안나실까요? ㅎ
    엘피바라니 상상만해도 낭만있어요.
    취객 조심하고 지금처럼 즐기세요~

  • 31. ..
    '25.11.28 3:24 AM (110.15.xxx.91)

    가게 사장님이 복이 많네요
    실력자이니 lp바 차리서도 될 듯

  • 32.
    '25.11.28 4:12 AM (14.44.xxx.94)

    우리동네에도 바 알바 뽑더라구요
    집에 갈 때 택시비도 지원해주고요

  • 33. ㅇㅇ
    '25.11.28 4:35 AM (121.175.xxx.208)

    장사가 계속 잘 되길 바랍니다

    행여 불경기나 월세증가 사장신변의 변화등을 이유로 폐업하면 어쩌나요ㅜ

    그땐 원글님이 인수하셔서 이어나가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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