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내과 전문의가 쓴 글인데 가져왔어요
아침마다 착즙기 앞에 선다.
사과, 당근, 비트를 깨끗이 씻어 기계에 넣는다.
윙윙거리는 소리와 함께 과일들은 제 살과 껍질을
잃고 맑은 액체가 되어 흘러내린다.
우리는 이것을 건강이라 부른다.
그런데 문득 생각해본다.
과일에게서 섬유질이라는 옷을 벗기면,
남은 것은 무엇일까.
달콤한 당분이 급하게 혈관으로 스며든다.
같은 사과라도 통째로 씹어 먹으면 서서히 흡수되던
당이, 즙이 되면 순식간에 혈당을 치솟게 한다.
혈관 내피는 이 급작스런 당의 습격에 상처를 입는다.
매일 반복되는 작은 상처들이 모여 동맥경화라는
큰 병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잊고 산다.
토마토즙 1리터에는 칼륨이 2,200mg이나 들어있다.
신장이 약한 이에게는 독과 다름없는 양이다.
특히 혈압약을 먹는 이들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ACE 억제제나 ARB 계열 약물은 체내 칼륨을 높이는데
여기에 고칼륨 즙까지 더하면 심장이 멈출 수도 있다.
실제로 오렌지즙을 하루 2.5리터씩 마신 51세
남성이 전신 마비로 응급실에 실려온 일도 있었다.
혈중 칼륨이 9.0까지 치솟았다.
심부전 환자는 하루 물을 1.5리터로 제한한다.
투석 환자는 1리터도 벅차다.
그런데 양배추즙 파우치 다섯 개면 벌써 500ml다.
환자들은 이것을 약이라 여기고 물과는 별개로 생각한다.
건강을 위한다며 마신 즙이 도리어 심장과 콩팥을 더 힘들게 한다.
양배추즙이 위궤양에 좋다는 이야기는 1950년대
연구에서 나왔다. 그 후 70년이 흘렀지만 이를
뒷받침할 새로운 임상시험은 없다.
흑마늘즙의 간 보호 효과도 대부분 쥐 실험 수준이다.
디톡스라는 말도 허상이다.
우리 몸엔 이미 간과 콩팥이라는 완벽한 해독 기관이 있다.
과일은 그대로가 아름답다.
껍질째 씹는 사과에는 섬유질이라는 보호막이 있고,
천천히 먹는 토마토에는 절제라는 미덕이 있다.
자연이 준 옷을 억지로 벗겨내고, 농축하고,
과량으로 마시는 것이 과연 건강일까.
때로는 느린 것이, 온전한 것이, 더 나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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