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평생 편애하는 엄마 밑에서 자라서
딸아이 하나 낳고 그만 낳았아요.
그리고 제가 할수 있는 최선에서 아이에게 집중하고 금이야 옥이야 키웠어요.
이제 사춘기 접어들고 전 갱년기 접어 들었는데
이 아이는 저한테 화가 난게 있으면 제 물건을 하나씩 몰래 숨겨요.
얼마전엔 제 롤렉스 시계가 이 아이 방에 있더군요.
지금 제 약혼 다이아 반지도 못 찾겠는데 이 아이가 숨긴건지 아니면 제가 잃어버린건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전화기에 제 번호를 저장할때 제 이름으로 저장해요.
그래서 얼마전 머리를 해 줄 일이 있어서 머리 고대해주면서
엄마 이름 저장 바꾸라고 좋게 얘기했어요.
알겠다고 하더니 오늘 보니 아직도 이름으로 저장되어 있네요.
사소한 일인데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닐수도 있는데
크게 와 닿네요.
그리고 얼마전 제 눈쪽에 무언가가 만져져서 안과에 갔더니 수술해야 한다고 수술 날짜를 잡았어요.
아이가 어렸을땐 그런 일이 있으면 아이 모르게 제가 혼자 가서 해결하고 왔어요.
이젠 어느 정도 컸고 이제 곧 성인이 되는 아이라 이번엔 얘기를 했어요.
그랬더니 아 그랬냐고 잠깐 걱정하는듯 하더니 그 이후로 아무 얘기도 없네요.
수술하기로 한 날짜는 이미 지났는데 병원에서 좀 더 큰 병원으로 가야한다고 해서 미뤄진 상태인데 이 아이는 어떻게 됐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관심도 없네요.
이런 아이한테 올인을 한 제 자신도 한심하고
이렇게 차가운 아이로 키운 제 자신도 한심하고
이렇게 정을 떼려는구나 싶기도 하고
아무리 철없는 아이라지만 저렇게 자기만 아는 아이에게 더이상 아무것도 해주고 싶지가 않네요.
얼마전 박미선씨가 항암할때
딸래미가 항암 일지 다 써가며 엄마 곁에서 간호하는 모습을 봤는데
과연 제 아이는 제가 아프다고 할때
안부 인사나 할 아이인가 생각해보니 회의가 밀려 오더군요.
요새 애들이 다 이런건지
제 아이가 이런건지 마음이 아프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