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에 다이애너 비가 사망했던 그 즈음에
이십대였던 우리 친구들 2명과 함께 기차를 타고 무박 여행을 갔답니다
부산에서 동해까지 해돋이를 보러 가는 기차였어요
그당시에 정동진에 해돋이 보러 가는 게 유행이었거든요
아무튼
밤기차를 타고 칙칙폭폭 가고 있었어요
서로 마주보며 앉아가는데 대구에서
40대 초반은 됨직한 아저씨가 탔답니다
처음에는 입을 다물고 있던 아저씨가
제 친구중 한명에게 눈길을 지긋이 마추더니
자기가 손금을 잘본다며 아가씨들 손금을 봐주겠다는 거예요
이십대 여자애들 고민이야 뻔하지 않아요?
남친과 불확실한 미래, 결혼 선택
이 아저씨가 제 친구들 손을 주물럭 거리면서
글쎄 새벽 내내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제가 아무리 눈치를 줘도 친구들도
아저씨 말에 폭 빠져서는 제 주의도 듣는둥 만둥
같이 앉아 있는게 너무 불편해져서
저는 기차 연결칸에서 바람을 맞으면서
몇 시간이나 있었답니다
차장 아저씨가 젊은 처자가 기차 연결칸에 계속 서 있으니까 혹시나 제가 험한 일이라도 저지를까봐 와서 말도 거셨구요
제가 차장 아저씨에게
이 야간 여행이 저 낯선 변태놈때문에
완전히 망했다고 속상해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
제 친구들이 똑똑한 줄 알았는데
저런 사기꾼에게 왜 속아넘어가는 지
이해를 못했어요 그때는
대학 다닐때도
복학생 선배들이 조별 과제에
참여는 안하고 나중에 이름만 올리는 걸
당연시 할때도 저는 그거 안참았거든요
동기들이 뒤에서만 험담하는 거
제가 앞에서 바로 말해서
저만 찍혔는데
괜찮았어요
그런 선배들 따위는 없느니만 못하다고
판단했고
선배들 덕 안보고도 잘 살아졌어요
몇년 전에 모임에서 사업을 크게하는 동생을
알게되었는데
술이나 밥을 정말 잘 사는 거예요
근데 저는 이상하게시리 그 동생이 사는 술과 밥이
안편했어요
그래서 딱 한번 얻어먹고는
그 다음부터는 제가 더 크게 사고
또 사주고 했어요
몇달 뒤에 그 동생에게서 전화가 온거예요
자기 회사 아이템이 이번에 대박이 났는데
저에게도 투자를 할 기회를 준다고요
3천만원을 우선 투자하면
2배로 반년뒤에 받는다는 거예요
그 동생이 자기 공장을 견학도 시켜주고
거기 직원들이 사장님 사장님 하는 것도 다 봤어요
공장도 자동화가 싹 된
큰 공장이었구요
저는 전화로
아이고 동생!! 좋은 기회줘서 고마운데
이번에 내가 집을 사버렸네
대출에 뭐에 정신이 없다
이렇게 말하고는 그 동생 조용히 차단했어요
제가 그 전화 끊자마자
옆에 있던 남편을 보고
여보 이 인간 웃기는데?
그렇게 좋은 투자처라면
가족에게 기회를 줘야지
생판 남인 나한테 왜 이래?
이거 사짜야
저는 정말 다 저처럼 판단하리라고 당연히
믿었어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건이 터졌는데
그 모임에 제 지인들중 3분의 1은
그 동생에게 돈을 투자했고
지금 거의 8년째인데 재판 진행중이에요
돈은 못받는다고 봐야한데요
사기 사건은 그렇더군요
이런 예 말고도
저는 이상하게 사기꾼들 잘 가려내는
레이다가 탑재된 거 같아요
이야기 듣다보면
그 말도 안되는 헛점이 보이는데
제가 그걸 너무 빨리 알아차려요
사람들에게 말해주면
저보고 예민하고 까칠하다고 그러는데
지나고나면
제가 사기꾼이라고 판단한 인물들은
진짜 사기꾼인 경우 대부분이었음
직장 다니던 삼십대때에도
신입 여자가 자기가 부모에게서 30억 유산을 현금으로 상속받았는데 회사는 놀기 지겨워서 다닌다고 하는 말에
흠... 미친 자로군 속으로 생각했는데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다 그 여자 말을
믿어서 깜짝 놀랬어요
그 여자 8평 원룸에서
룸메이트랑 같이 산다고 하는데도요...
사람들은 믿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 같애요
이 말도 안되는 소리를 믿는다고?
아무도 안믿을거야 하는데도
속는 사람들이 많은 건 말이예요
고로
82쿡 유저분들은
상식적인 사고만 하시면
사기꾼에게 속을 일은 없으실듯
저 참!!
지인이 보이스 피싱 당해서
돈 넘겨주기 직전에
제가 구해준 적도 있습니다
자꾸 전화받는다고 자리 뜨는데
화장실 가다가 딱 한문장을
제 지인이 말하는 거 듣고
느낌이 싸 해서 전화 뺐어서 상황 종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