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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선생님이 해주신 얘기

예전에 조회수 : 2,865
작성일 : 2025-11-03 20:26:56

수업하다가 할 얘기 떨어지거나 애들이 너무 딴짓하고 졸면 옛날 얘기같은 거 찰지게 해주는 선생님들 가끔 있었잖아요. 고등학교때 국어선생님이 뜬금없이 해주신 얘기가 아직도 기억나요.

 

어느날 아버지와 아이가 길을 가고 있었대요. 가다보니 길에 무슨 뽑기같은 걸 하는 좌판이 있었는데요, 1등 상품이 자전거였어요. 안그래도 자전거가 갖고 싶던 아이는 아버지에게 뽑기를 하게 해달라고 졸랐어요. 평소엔 인자하고 왠만하면 오냐오냐 하시던 아버지였는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안 된다, 다음에 하자, 하고 허락을 안 해주셨어요. 아이는 낙심해서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갔고요. 

그 다음날 또 아버지와 그 길을 가는데 또 같은 좌판이 벌어진 거예요. 아이가 제발 한번만 뽑기를 하게 해달라고 조르자 그 날은 아버지가 그래 한 번 해 봐라 흔쾌히 허락을 하고 돈도 내주셨어요. 아이가 공들여서 뽑기를 하자 1등상이 나온거예요. 그토록 갖고 싶었던 자전거! 아버지도 흐뭇해 하시면서 넌 참 운이 좋은 아이구나! 하셨대요. 아이는 평생 그 순간, 그 말을 기억했겠죠.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구나.

 

그런데, 선생님 말씀은, 물론 그건 아버지의 선물이었다는 거죠. 뽑기 좌판을 본 첫날 아이한테 허락을 하지 않았던 아버지는 나중에 좌판에 돌아가서 딜을 하시고 미리 승부 조작을 하셨던 거예요. 자전거 값도 지불하고요. 다음날 아이가 1등에 당첨된건 아버지의 기획과 뽑기 아저씨의 협력으로 이뤄진 행운의 작품이었다는 거죠. 왜 아버지는 그랬을까요. 내 아이가 '나는 운이 좋은 사람, 뭐든 뜻을 가지고 하면 이뤄지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을 선물해주고 싶어서 그랬다는 거예요. 고등학교 때 이 얘기를 들었을 땐 그게 뭐야? 싱겁네 그러고 넘어갔는데요.

 

나중에 어느 행복 전도사 강연을 아침 방송에서 들었는데 비슷한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어느날 친구들이 태몽 얘기들 하는 걸 듣고 엄마한테 달려가서, 엄마 나는 태몽이 뭐였어? 물었더니 엄마가 얼버무리면서 글쎄 뭐였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그러셨대요. 그러더니 다음날 나 네 태몽 생각났어. 엄청나게 화려하고 번쩍거리는 황금 마차가 동네에 들어섰는데 누가 탔을까 궁금해서 다 따라갔다고, 그 안에 탄 사람은 대단히 성공한 사람이겠지 하고 엄마가 일등으로 따라서 달리는 꿈이었다고. 분명 네가 크게 성공한다는 뜻이 아니었겠냐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진짜 태몽은 따로 있었는데, 오이밭에서 오이따던 꿈인가 그런 소박한 거라 그것보단 아이한테 꿈을 심어주고 싶어서 엄마가 하루 걸려서 지어낸 태몽이었다는 거예요. 번쩍번쩍한 황금 마차꿈. 아이가 나는 필히 크게 성공할 사람이라는 희망을 주고 싶어서요. 

 

십대 아이를 키우는 중년이 되고 보니 이런 이야기들이 다시 생각나네요. 난 잘하고 있나. 우리 부모님은 정말 잘 하셨네. 뭔가 걱정되는 상황이 생겨도 예전에 이모가 유명한 점쟁이한테 가서 물었더니 나는 뭘해도 잘하고 평생 돈 걱정 없이 살고 물흐르듯 편안하게 살 팔자라고 했지. 이번일도 잘 풀리겠지. 길에가다 넘어지면 엄마가 돌뿌리를 손으로 때리면서 막 뭐라고 하셨던 기억나요. 어디 우리 애기 가는 길을 막냐고 천벌을 받으라고요. 누구라도 너 막는 놈 있으면 엄마한테 얘기만 하라고요. 

 

요새 말로 하면 가스라이팅일까요. 하지만 그런 긍정의 에너지가 살아가면서 두고두고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나는 뭘해도 참 운이 좋은 사람이다.  

 

 

IP : 74.75.xxx.126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ddd
    '25.11.3 8:32 PM (118.235.xxx.183)

    앗 .. 두근대며 읽다가

    자전거 뽑은 아이가 하이킥 신애처럼 뽑기에 중독되었다는 얘기인줄 알았어요 ㅠㅠㅋㅋㅋㅋ
    아이에게 환상을 심어주지 말자는 교훈인줄 알았답니다

  • 2. 아 윗님
    '25.11.3 8:36 PM (74.75.xxx.126)

    그건 아마 90년대 이후 포스트모던 세대가 아니였을까요
    7080세대는 꿈과 희망이 중요했던 것 같아요.

  • 3. ----
    '25.11.3 9:01 PM (211.215.xxx.235) - 삭제된댓글

    저두 첫댓글처럼 뽑기하다 중독될까봐..ㅋㅋ 일종의 도박 비슷하다고 걱정하며 읽었네요.
    ㅋㅋㅋㅋ

  • 4. “”“”“”
    '25.11.3 9:16 PM (119.205.xxx.9)

    나는 뭘해도 참 운이 좋은 사람이다
    라는 믿음과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사고의 흐름.
    인생에 큰 가치가 있겠네요.

  • 5. 글쎄요
    '25.11.3 9:46 PM (211.206.xxx.191)

    뭘 그렇게 조작까지 해서 운이 좋은 사람, 탄생 설화까지....
    그렇게 안 해도 그냥 부모여도 아이는 잘 자랍니다.

  • 6. 믿음
    '25.11.3 9:50 PM (121.200.xxx.6)

    제 작은애가 사주가 그리 좋다고 해요.
    이름도 용한 할머니 작명가한테서 받아 지어 주었고요.
    작년엔가 얘 단짝 친구가 뭐 보는데서 자기 친구라고
    우리애 사주와 이름을 물어보고 보았는데
    너무너무 기가 막히게 좋다고 하더래요.
    작은애가 엄마한테서도 그 소리 들었는데 친구한테서도
    들었다고 얼마나 싱글벙글 좋아하던지.
    그냥 든든하고 마음에 안정감을 주나봐요.

  • 7. 천벌
    '25.11.3 9:51 PM (59.8.xxx.68)

    천벌먼 빼곤 좋았어요
    그렇다고천벌씩이나
    그게 얼마나 무서운소란대

  • 8. 덕담
    '25.11.4 7:08 AM (14.43.xxx.51)

    큰딸 친구가 버스정류장에서 어떤 할머니가 복이 많은 얼굴이라고 해줬다고 엄청 좋아하더라구요. 그 소리 듣고 저도 버스정류장에 앉아서 일삼아 지나가는 처자들 복많은 얼굴이다. 말해줄까? 한때 고민도 했었어요

  • 9. 부럽
    '25.11.4 7:10 AM (118.44.xxx.94) - 삭제된댓글

    어려서 부터 50중반인 지금까지 백번은 들었나봐요
    오빠나 남동생도 별거 없는 태몽인데(뭐 잘익은 홍시정도)
    매번 면박주듯 니는 시퍼런 포도였다고...
    시---퍼렇더니 딸이였다고....무한반복.

    20대초중반에 또 그러길래(그냥도 듣기 싫은데 경멸섞인 표정이 더싫었음)
    청!!포!!도!!! 였나부지하고 자리를 홱 떠버린 이후부터는 안 그럼.
    50중반인 올해 제 생일즈음 엄마한테 비싸고 좋은 샤인머스켓 한박스를 사다 안기며
    자 내 태몽..시---퍼런 포도. 맛있게 드시라 건네줌
    주춤하는것 같던데 속으로 생각이나 하긴 했나 모르겠네요.

    김미경 강사도 엄마가 태몽으로 8차선 고속도로를 봤다 좍좍 잘 나갈꺼다(지어내심)
    그랬다는데 긍정에너지 저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댓글에 그냥 부모만 되서는 안된다고 봐요.
    노력해야죠 부모도.

  • 10. 부럽
    '25.11.4 7:11 AM (118.44.xxx.94)

    어려서 부터 50중반인 지금까지 백번은 들었나봐요
    오빠나 남동생도 별거 없는 태몽인데(뭐 잘익은 홍시정도)
    매번 면박주듯 니는 시퍼런 포도였다고...
    시---퍼렇더니 딸이였다고....무한반복.

    20대초중반에 또 그러길래(그냥도 듣기 싫은데 경멸섞인 표정이 더싫었음)
    청!!포!!도!!! 였나부지하고 자리를 홱 떠버린 이후부터는 안 그럼.
    올해 제 생일즈음 엄마한테 비싸고 좋은 샤인머스켓 한박스를 사다 안기며
    자 내 태몽..시---퍼런 포도. 맛있게 드시라 건네줌
    주춤하는것 같던데 속으로 생각이나 하긴 했나 모르겠네요.

    김미경 강사도 엄마가 태몽으로 8차선 고속도로를 봤다 좍좍 잘 나갈꺼다(지어내심)
    그랬다는데 긍정에너지 저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댓글에 그냥 부모만 되서는 안된다고 봐요.
    노력해야죠 부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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