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깡촌 시골집에 이사와서 살게 되었어요. 대지는 큰데 풀이며 나무들이 어수선하게 자라있어요. 개나리도 있고 라일락도 있고 백합도, 있을 건 다 있는데 예전에 사시던 할머니 돌아가신 다음 완전 다 야생으로 변했나봐요. 정원으로서의 질서나 디자인 그런 거 없어요.
그 중 봄이 오면 강렬한 선홍색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는데 모과나무라네요. 진짜 가을이 되니까 모과가 주렁주렁 열려요. 이 동네에선 관리 안 하면 맘대로 퍼져나가는 잡초 잡목 취급을 받더라고요. 전 목이 안 좋은 편이라, 어렸을때부터 겨울이 되면 엄마가 꼭 모과차 만들어주셨거든요. 모과 버리기도 아깝고 제가 만들어봤더니 첫해엔 완전 실패. 껍질을 까서 만들어야하는 줄 알고 손 버리고 칼 버리고 욕만 한 바가지로 하고 포기했는데요. 둘째해부턴 껍질 안까고 깨끗하게 씻어서 담그는데 제법 먹을만 하더라고요. 작년에 집에 지붕고치러 오신 분들한테 한잔씩 타드렸더니 모과차 오랜만에 마신다고 신기해 하시더니요. 그 후로 오실 때마다 모과차 한 잔만, 그러더니 친해지신 분들은 좀 더 구할 수 있냐고 하셔서 기쁜 마음으로 한 병씩 드렸어요. 그걸 마시면 가래 기침이 잦아지고 목이 개운해진 기분이라시네요.
올해도 튼실한 모과 30개 정도 나왔어요. 하루라도 신선할 때 빨리 만들어야죠. 모두들 감기 안 걸리고 목 건강하게 한 겨울 넘기시길 바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