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비맞으며 바닷가 맨발걷기중 소감..

그냥 조회수 : 2,656
작성일 : 2025-10-21 10:56:57

동해 바닷가에 왔더니

어느분이 맨발걷기 하시더라고요

 

날이 꽤  춥고 쌀쌀한 느낌이어서

겉옷을 챙겨올걸 하며 움츠리며 걷고 있었는데

그분이 바다가 의외로 따뜻하다며 저보고 강추하시길래

예정에 없던 맨발걷기를 했네요

 

그와중에 비가 내리기 시작

우산쓰고 파도 맞아가며 모래사장을 걷는데

오 밀려드는 바다가 너무 달콤해요

까페오레의 그 우유거품처럼 어찌나 보드랍고 따스한지..

그 느낌에 홀려서(?)  저도 모르게 두시간을 걸었어요

옆 해변까지 왕복으로 걸었네요

 

 

파도는 조금 거친편이었는데

뭔가 시원했어요

파도소리가 폭풍 소리같은게 계속되는데

몇시간을 걷다보니 가슴에 맺힌게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입니다

 

해변에 진짜 딱 저밖에 없어서

노래를 아주 크게 불렀어요

요즘 제멋대로 발성 연습 중이거든요

 

제가 목소리가 작고 목으로 소리내는거 같아서

제 목소리를 찾고 싶었어요 진짜 제 목소리요 

그럴려면 뱃심으로 크게 노래하는게 좋다고 하는데  

막상 그럴만한 곳이 없어서 못하고 있었거든요

 

 

나의 살던 고향은..  노래부르다가

급기야는 성가 부르고  주기도문 노래로 부르고

주님의기도 성모송.. 등등 노래부르고 외우고..

 

왕복 두어시간동안 끊이지 않고 소리질렀(?)는데요

무슨 폭포수 아래서 목이 트이는걸 수련하듯

파도소리가 워낙에 크고 사람이 없어서

그냥 고래고함(?)을 질러버렸네요 ㅎㅎ

 

두어시간 그러고나서 시작점으로 돌아왔는데

왕복 한 5km는 그렇게 걸은듯 해요

진짜 하나도 힘든 줄 모르겠고

기운이 펄펄 나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세족장서 발 씼는데 수건이 없어 어쩌나 싶었는데

커다란 수건 들고  천사같이 예쁜 분이 나타나질 않나

까페가서 자리잡았더니 그 분이 바로 옆좌석에 있질 않나

(젊은 커플분이었어요)

 

잠시 대화나누었는데 저  2~30대때의 모습 같기도 하고

넘 이뻐보였어요 그 커플이.

 

바닷가서 맨발로 걷다보니  그런식으로 모르는분 서너팀과 인사하고 덕담나눈것 같은데요

마치 등산하다보면  꼭 인사하게 되듯이

그렇게 인사하고 기분좋게 잠시 얘기나누고 헤어지면서는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이런 말 주고받았는데요

 

오늘 생각지도 못하게 행복합니다 ^^

 

한달이상 죙일 비가 오다가 오늘아침 비가 잠시 멈춘거같길래

급히 바닷가에 그냥와본건데요

 

바다에 와보니 비도오고 날도 흐리고 

진짜 집에 갇혀 있던 날과 별다를바없는 그런 날이었는데도

움직이고 사람들 만나고 잠시지만 소통하고 해서 그런지

기분좋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있네요

 

가슴에 흘러가지 못하고 고여있는것들

다 바다에 흘려보냈어요

말로 노래도 기도로 성가로..

 

후련합니다

 

파도 맞아가며 맨발로 걸으며

주님께 열렬히  기도했더니

벌써 이렇게 제 기도를 들어주셨어요 ㅎㅎ

 

거대한 바다에서 파도가 몰아치고

눈으로 귀로 그 웅장한 모습과 거센 소리를 듣다보니

영화 라이프오브파이도 생각이 나고

뭔가 몰입이 쫙 되는것이 저절로 기도하게 되더라고요

아까 그게 참 신기했어요

저는 밥먹을때 하루시작할때 잠깐 기도하는 정도거든요

 

근데 진짜 중얼중얼 기도문도 절로 나오고

외우는 기도문 아니더라도 그냥 아무렇게나 말이되어 제 입에서 기도가 나오더라고요

 

암튼 특이하고 신기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파도가 우유거품처럼 부드러웠던게 넘 인상적이어서

일부러 까페오레를 마시고 있어요

진짜 보들보들.. 

하얗고 솜사탕같고 넘 보드라와요

 

이 우유거품을 파도로 맨발로 느끼면

어찌나 그 느낌이 보드랍고 달콤한지 

아마 상상이 되실려나요?

 

 

 

 

IP : 121.158.xxx.203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ㄱㄴㄷ
    '25.10.21 11:01 AM (120.142.xxx.17)

    님의 글 읽으면서 저도 정화되는 느낌이네요...

  • 2. 000
    '25.10.21 11:03 AM (106.101.xxx.67)

    제주 2년살이 하면서 매일 걸었어요
    파도 밀려나간후의 모래 밟는 느낌은
    정말 짜릿하면서 충만감이 들어요.

    비단길 걷는듯한 느낌?

    한겨울도 춥지않아요
    발추우면 바닷물에 잠깐 적시며 걸었어요
    이호테우에서 사계절 맨발 걸었는데
    그립네요

  • 3. 모래에서
    '25.10.21 11:04 AM (218.39.xxx.130)

    걷고 싶어요.

  • 4. .....
    '25.10.21 11:10 AM (211.51.xxx.3)

    글 읽는 저도 행복합니다.
    좋은글 감사해요.
    간만에 푸근한 82로 돌아온거 같습니다

  • 5. ..
    '25.10.21 11:10 AM (39.7.xxx.185)

    해파랑길 걸을 때 바닷길만 나오면 맨발걷기해서 님 느낌 알 것 같아요.
    그 몽글몽글 부드럽게 훑고 가는 물결.
    저도 늘 노래가 흘러 나왔어요.
    허밍이라도요.
    덕분에 추억에 잠깁니다.

  • 6. 이글과 별개로
    '25.10.21 11:13 AM (175.124.xxx.136) - 삭제된댓글

    누군가 주변에 있었다면 노래는 성가셨을것같아요.
    혼자 흥에 취해 흥얼거리거나 허밍으로 노래하는분들
    그러지마시길.
    특히 버스 대기실 등등.

  • 7. 맞아요
    '25.10.21 11:14 AM (121.158.xxx.203)

    비단길 걷는 느낌..
    몽글몽글 부드럽게 훑고 가는 물결...

    맞아요 딱 이런 느낌였어요!
    이 느낌 아시는 분들 많으시구나
    82님들 표현력 완전 좋으셔요 ㅎㅎ

    저도 이번에 해파랑길 함 걸어보려고요
    바닷가 껴있는 코스부터 해볼까 생각중예요
    여긴 여자 혼자 걸어도 괜찮겠지요?

  • 8. 영성신학
    '25.10.21 11:21 AM (182.226.xxx.110)

    원글님의 체험을 전문 용어로 영적 위안 이라고 합니다. ^^ 대학원에서 영성 신학 공부중인데 지난학기에 케이스 스터디에서 보았던 비슷한 경험을 원글님이 하셨네요. 원글님이 느끼셨던 모든 감정들을 잘 보관하셨다가 혹시 힘들거나 지친일이 생기셨을 때 꺼내 보세요. 인생은 위로와 메마름의 순환인거 같아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 9. 가고싶다
    '25.10.21 11:26 AM (175.124.xxx.136) - 삭제된댓글

    그바다가 어디인지도 알려주세요

  • 10. “”“”“”
    '25.10.21 11:40 AM (211.212.xxx.29)

    편찮으신 아버지가 바다 가보고 싶어하시는데..
    이 글 읽으니 아버지와 손잡고
    같이 맨발걷기하는 상상하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 11. 동해안
    '25.10.21 11:58 AM (211.114.xxx.107) - 삭제된댓글

    바닷가에 삽니다.

    걷기하러 바닷가에 거의 매일 가는데 철 지난 뒤 오셔서 모래사장 걷는분들 많이 봅니다. 저는 매일 보니까 바다나 파도에 큰 감흥도 없고 모래사장도 신발 털기 귀찮아서 포장된 길만 쭉 갔다가 오는데 종종 그러고 계신분들 보면 웃음이 납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30년전 처음 바닷가로 이사를 오고나서 바다가 너무 좋아서 하루에도 몇번씩 모래 위를 걷고 또 걷고 했거든요. 그리고 허구헌날 바닷가에 앉아 파도 구경하고 새 구경하고 배 구경하고 그랬어요. 그때 찍은 파도랑 바다 사진이 수 천장은 될 듯.

    그때 어느정도 미쳐 있었냐면 태풍이 온다고 하는데도 기어이 바닷가에 가서 비 맞으면서 파도구경 했어요. 그때 남편이 집에서 저를 찾다가 없어서 혹시나 하고 창문을 열고 봤더니 왠 광년이가 바닷가를 돌아댕기는 걸 보고 저 광년이가 내 광년이구나 싶어 우산들고 데리러 왔더라구요.

    사실 제가 겁이 많아 물 가까이는 안가구 모래사장 가장자리만 얼쩡거리고 있었는데 남편이 미쳤냐구 돌아다니더라도 우산은 쓰고 돌아다니라고 광년이 같다고 막 뭐라 했어요.

    그런데 몇년 뒤 대형 태풍이 온다는데 산책나간 남편이랑 아이가 돌아오지 않아 창문을 열고 보니 멀리 검정 우산을 쓴 남자가 있어 쫒아가 보니 남편은 우산을 들고 서있고 우산 아래서 아이가 모래장난을 하고 있더라구요. ㅋㅋ

  • 12. 하늘하늘
    '25.10.21 12:11 PM (188.152.xxx.199)

    맨발 걷기, 참 좋아요~~^^

  • 13. ---
    '25.10.21 3:23 PM (220.74.xxx.159)

    와~뭔가 충만하고 기분좋은 원글님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해요.
    몇 년전부터 맨발걷기 열풍이 불어서 저도 가끔은 맨발로 걸은 적이 있고 관련 기사도 많이 봤는데요, 가장 효과가 좋은 맨발걷기는 바로 바닷가 물에서 걷는 거래요.
    이유도 같이 읽었는데 잘 생각은 안 나네요.
    저도 다음에 바닷가에 가면 비가 와도 꼭 맨발걷기 해보고 싶네요.

  • 14. ..그게 어씽
    '25.10.21 6:24 PM (114.30.xxx.188)

    어씽 이에요
    음이온과 바닷물 .. 과학적인 피로회복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66223 갑자기 심장뛰는게 의식되고 느껴져요 7 .... 2025/10/22 2,220
1766222 원달라 환률 미쳤네요. 1달러 1432원 31 2025/10/22 5,051
1766221 폰케이스 구입처문의 6 @@ 2025/10/22 615
1766220 씽크대수전 3 .. 2025/10/22 867
1766219 AI문제 심각하네요.가짜 이정재에 5억뜯겼다 8 ㅇㅇ 2025/10/22 2,378
1766218 오늘 면접봤어요. 됐음 좋겠네요. 13 ... 2025/10/22 2,411
1766217 잼프 비자금이 1조? 9 .. 2025/10/22 1,451
1766216 행궁동 카페요. 2 ㅅㅈ 2025/10/22 1,105
1766215 제 결혼반지 생각하면 지금도 어이가 없어요 17 반지 2025/10/22 5,643
1766214 알러지케어 이불 결제 직전인데_제발~알랴 주세요 7 ... 2025/10/22 812
1766213 이럴경우도 노쇼방지법에 해당될까요? .... 2025/10/22 340
1766212 엄마 49재 중 40 .... 2025/10/22 5,278
1766211 영덕산불 바람으로 번진게 아니라 함 9 ... 2025/10/22 3,775
1766210 서울 개포쪽. 운전면허학원 어디가 좋을까요. 2 고3 2025/10/22 367
1766209 서울집값 절대 안떨어질거 같네요 21 금감원장 2025/10/22 3,684
1766208 순자산 18조 재벌가 아내, 에르메스 핸드백만 1천개 이상 &q.. 38 링크 2025/10/22 19,798
1766207 법륜스님법문 듣다가.. 물드는 사람 물들이는 사람... 8 물들이는 사.. 2025/10/22 2,367
1766206 2800명 부유층 유출, 큰 문제긴해요 56 ..... 2025/10/22 5,893
1766205 글로벌나이프 집게 쓰시는분 6 사야해서 2025/10/22 704
1766204 떡을 먹어야 포만감이 생겨요 12 ㄱㄴㄷ 2025/10/22 2,506
1766203 돈 없는 아짐의 소소한 행복템 20 음.. 2025/10/22 6,891
1766202 LG화학 주식 물린 거 이번에 탈출 가능할까요?ㅜ.ㅜ 9 구조바람 2025/10/22 2,261
1766201 공공재개발·재건축, 도입 5년째 착공실적 0 3 LH 2025/10/22 646
1766200 장염 시 먹을 수 있는 게 뭐 있나요. 12 .. 2025/10/22 963
1766199 유리창 어떻게 닦아야 얼룩이 안 남을까요? 8 ... 2025/10/22 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