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한 지 한참 한참 한참이 지나서
내 사랑하는 중고차로 모교를 가본 적이 있습니다.
금의환향이 아니고 그저 학관에서 먹던 그 맛있는
튀김우동이 먹고 싶어서 갑자기 간 것이었습니다.
저는 대학시절마저 그렇게 아름답게 마무리하지
못해서 졸업앨범도 없고 그냥 졸업만 어떻게 어떻게
했습니다. 학교가 수도권에 있어서 저는 학교까지 통학을
했습니다. 재수, 반수, 자취는 상상할 수도 없어서
저는 통학을 했는데 현관문부터 강의실 문까지 1시간 30분
벽을 깰 수 없었습니다. 역세권에 살고 있다지만 무슨 역세권이
빠른 걸음으로 10분이나 걸리고 역에 도착하면 오늘의 학생룩이
속에서 촉촉히 젖어서 불쾌했습니다. (왜 그때는 옷을 한 벌 더
준비하는 것과 그냥 동네 가듯이 슬리퍼를 신고 학교에 가는 걸
시도하지않았는지 정말 바보 같습니다. 요즘은 백화점이든 명품관이든
슬리퍼 신고 가는데 왜 그렇게 패셔니스타 흉내를 내다가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웠는지 모르겠습니다.)
근데 차로 학교를 가보니 25분 걸리네요. 이렇게 아무 것도
아닌 거리인데 소중한 학생시절을 길에 뿌리고 다녔다고 생각이
드니까 너무 슬프고 아깝게 느껴졌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서울대도 있고 연세대도 있는데 그 대학을 못 가고 이렇게 돌고
돌고 환승 환승을 해서 가야하는 학교를 다닌게 참 답답했습니다.
대학생 시절 나에게 차가 있었다면 얼마나 재미난 많은 것을 해볼
수 있었을까요. 그때로 절대 돌아갈 수 없지만 너무 그립고
아깝고 눈물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