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릴때는 원래 다 주면 주는대로 먹었지 않았나요?
저만 그랬는지.
저희집은 워낙 가난하기도 하고 엄마가 많이 바쁘셔서 음식 타령은 전혀 못해본 것 같아요.
그냥 감사히 먹었죠.
아니 맛 자체를 그렇게 구체적으로 생각하진 않은거 같아요.
또 엄마가 음식해놓은걸 짜네, 다네 이런말 하면 예의가 아니기도 하고요.
멸치, 콩 같은 싫어하는 음식은 안먹으면 그만이고요.
맛있었던 건 계속 기억나죠. 엄마가 해줬던 토란탕, 닭도리탕 등....
근데 저희 시댁 분위기는
시어머니가 한 음식에 대해서 다들 한마디씩 보태더라고요?
이거 짜, 달아, 너무 허얘 등등...
저희 시어머니 음식 정말 잘하시는데 다 각자 자기 입맛에 맞춰 말하는거에요.
제가 먹었을때 아무렇지도 않은데 꼭 단점을 발견해서 뭐라고 하고 시어머니는 또 그걸 그 자리에서 즉석에서 맞춰줘요. 시어머니가 정성들여 반찬을 해서 저희집, 시누네 나눠서 담아주는데
전 아무렇지도 않더구만 약간 아주 약간 짠것도
남편이 짜다고 뭐라 하고, 그럼 시어머니가 재료를 더 넣어서 다시 무쳐줘요.
그 징징거림 최고봉이 제 남편이고요.
제가 계란말이 하다보면 소금을 넣는데
바쁠때 젖은 손으로 소금 넣다보니 소금이 뭉쳐서 들어갔는데
짠부분은 그냥 짜게 먹으면 되지 소태라고 아주 오바육바. 맛소금 진짜 눈꼽만큼 쬐곰 굳어있는거
매번 음식 먹을때마다
아우 싱거워
너무 달다,
여기는 탄거 같은데? 아닌가?
생마늘 있어? (없어) 아... 아깝다. 생마늘만 있었으면 100점인데
이번에는 숙주가 너무 삶아진거 맞지?
돈까스만 먹으니 너무 느끼하다 (김치 먹어) 쫄면이 있어야 딱 세트인데
이게 진짜 싱겁고 짠게 아니고
자기가 생각하는 100점짜리 맛에서 약간 벗어난 정도를 말하는 겁니다.
남편은 외식이나 반찬가게 음식은 맛없다고 안먹으려고 하거든요.
이런식으로 말을 할때마다 제가 뭐라고 하면 정색을 하고 혼잣말이래요.
지가 더 버럭버럭하면서 혼잣말도 못하냐고.
근데 시댁식구들하고 어딜 가면 뭐 먹고 집에 돌아오는 내내 그 먹은거 품평이에요.
그걸 김치라고 내놨더라.
난 저걸로 양념한건 첨 봤다.
너무 먹을 게 없다. 한 젓가락이다.
덜 삶았어.
너무 익어서 질겨
짜다, 맵다, 싱겁다, 들큰하다. 등등등
표현도 정말 다채로워요. 진짜 목차에 시댁 식구들 이름 써서 글쓰면 책 한권 나올 것 같아요.
심지어 제 아들도 그걸 닯아서요.
만두를 구워줘도 너무 바삭해서 입이 아프다
처음 먹어보는 맛이다.
내입에는 싱겁다. 5% 정도 더 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비지찌개가 너무 되다, 너무 묽다.
게다가 초등 아들은 어릴때부터 허약 판정 받은 하위1% 몸무게라 어떻게든 제가 먹이려고 밥먹을때 타박 안하려고 애쓰는데 너무 화가나서
둘다 (아들, 애비) 내 앞에서 잘먹습니다. 맛있었습니다.
이거 말고는 암말도 하지마. 차라리 처먹지 말라고 했네요
근데 잘 안고쳐져요.
제가요. 식구들 밥 차려주고 그냥 저는 다른 방에 가서 드러누워있어요.
저 소리 듣기 싫어서.
밥을 따로 먹는거죠. 가족이 이래도 되나 싶긴 한데
후다닥 밥 차려주고 저는 얼른 제 방으로 와 버리고
저녁밥 차리는게 업무나 다름없어서 빨리 해치우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
저희 시어머니는 진짜 음식 깔끔하게 맛있게 잘하셨는데
올 초여름에 안타깝게도 위암으로 돌아가셨어요.
모두가 마음의 준비못한 상황이라 다들 너무 힘들었고요.
지금 80대 중반의 노쇠한 시아버지가 혼자 계시는데
근처에 사는 시누형님이 항상 반찬 나르고 하십니다.
혼자 계신 분들 식사 지원하고 이런 프로그램도 동에 있긴 한데 대기가 엄청 길다네요.
시누형님이 혼자 다 하시니까 아무리 가까이 살아도 차로 편도 20분 이에요. 시누형님 맞벌이고요
저는 주말에만 두어가지 해다드려요.
시아버지는 또 엄청~~~~ 싱겁게 드세요.
장아찌, 젓갈, 찌개, 밑반찬 류를 아예 안드시니
제가 보낼 음식이 너무 제한적인거에요.
반찬가게 음식은 너무 짜서 못드시고 ㅠㅠ
오늘 갖다드릴 반찬은 계란말이랑 두부조림 했는데
아버님거 한판 만들어 미리 담고
두부조림은
남은거 간 더 진하게 해서 애 먹을 반찬 만들고
또 남긴거 청양고추랑 갈은 고추 얹어서 맵게 남편거 만들고
이게 뭔 짓인가 싶네요.
다른 집 식구들도 입맛 까다롭나요.
저는 애랑 남편 밥 차려주고 나서요.
재료가 남잖아요.
그럼 그걸로 후딱 썰어서 휘리릭 볶음우동 같은거 만들어서 맥주에다 먹는데
남편은 그걸 되게 부러워하고 치사하다고 하거든요?
근데 저는 음식물 처리하려고 그러는 것도 있고
저는 달면 단대로 짜면 짠대로, 덜 익었음 아삭한대로 그냥 먹는 스타일이라
저 혼자 먹을 음식은 진짜 5분이면 만들어요.
전 집에서 김이랑 오징어젓만 있어도 밥먹고요.
다른 집 식구들은 어때요?
징징 대던 말던 제 스타일로 막 만들까요?
참고로 저는 맞벌이지만 정식 맞벌이 엄마들처럼 그렇게 오래 힘들게 일하지는 않고요.
10시 출근에 4시 전에는 퇴근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