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에 협의이혼 신청했고 오늘 확인기일이라 법원에 갑니다.
확인서 받고 바로 구청으로 가서 신고할 거고요.
사업 접으면서 앞으로 절대로 빚을 추가로 만들지 않겠다, 재정상 문제가 있으면 반드시 얘기하겠다고 약속한 남편이 그동안 대출을 받아 기존 대출금 원금과 이자를 갚고 있단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사채도 썼더라고요.
사채를 갚아야 한다고 하면서 집을 담보 잡아 추가로 1억을 대출 받자고 하길래 사채 금액은 그 정도가 아닌데 왜 1억을 받아야 하냐고 물었더니 결국 실토하더라고요.
그래서 집 팔고 반전세로 이사 가고 집에 걸린 남편의 대출들 모두 정리하고 재산 분할 없이 협의이혼하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미성년 자녀는 없네요.
물론 남편 명의로 된 또 다른 대출금이 많지만 그건 부채 관련 제도 활용해서 본인이 알아서 하기로 했고요.
기일이 가까워질수록 이래도 되나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일단 법적으로 분리된다는 데 안도감을 갖게 되네요. 재정 상황이 안 좋아 당분간 같이 살 수밖에 없지만 셰어하우스 개념으로 살게 될 거 같아요. 지금도 그렇게 지내고 있고요.
재정 문제가 가장 크지만, 가치관이 점점 더 크게 달라지는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냥 다른 게 아니라 제가 받아들이기 힘든 쪽으로 바뀌더라고요.
연애 기간까지 30년이 다 되어 가는 인연이 이렇게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네요. 가족으로 살기에는 최근 몇 년간 너무 힘들었습니다. 물론 즐거운 시간도 있었습니다. 훌륭한 자식도 얻었고요. 하지만 앞으로 내 인생에 이 남자를 지고 가기에는 이 사람이 너무 무겁네요. 이번 주 초에 조금 마음이 흔들렸는데, 몇 년 전 일기장과 메모를 보니 이제 그만 정리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동안 제가 메꿔줬던 돈들도 명세서 작성해서 받으려고 합니다. 솔직히 실제로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부채의식은 갖고 책임 지는 모습을 보고 싶네요. 일부라도 받으면 그 돈으로 버킷리스트에 있는 여행 갈 겁니다. 그래야 내 인생이 조금이라도 덜 억울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