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려서 내내 많이 아프고 부모와 사이도 나쁘고 대학도 실패를 거듭하다 겨우 들어갔습니다.
늘 저만의 세계에 살고 남의 눈치 볼줄도 모르고 adhd 성향도 꽤 심합니다.
그런데 저는 아주 어릴때부터 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뭐가 나에게 좋고 나쁜지 판단하기가 쉬웠습니다.
그 덕에 남들이 설마 네가? 할정도의 좋은 직장에 들어갔고,
스트레스 거의 없는 부서에 근무했고,
그만두고 싶을때 그만둔 후에도 나름의 방식으로 먹고 살만큼의 재산도 마련했습니다.
자식을 낳아서 하루세끼를 챙겨 먹이는게 저같은 사람에겐 불가능한 일이라는것도 알아서 아이를 낳지 않았고,
돈한푼 없지만 선하고 머리좋고 대화 잘 통하는 배우자를 골랐는데 나중엔 돈도 꽤 벌어서 뭐 아쉬움 전혀 없고요.
제 세계관이 강하다보니 부모고 친척이고 간에 아무도 간섭할 엄두도 못내니 귀찮은 일이 생길수가 없고요.
그래도 의리가 좀 있는 편이라 다들 안하는 간병도 하고 부양도 하고 고생도 좀 하긴 했습니다.
사람에겐 돈을 안쓰는 편이고 동물들(내가 도와주면 살수 있을것 같은)에게는 돈 엄청 쓰고 살았습니다.
저를 싫어하는 사람은 제근처에 오지않고, 저같은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만 가까이 있으니 인간관계 스트레스는 없습니다.
50대 중반이 되어 그간의 인생 중간평가를 내려보니, 마음대로 살아서 다행인데 더 마음대로 살걸 그랬다는 결론입니다.
자랑인지 자백인지 모르겠지만 가을저녁 바람이 부니 문득 이런 생각이 나서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