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제 친구는 가정 형편 등 열악한 상황에도 전교 회장을 하며 주위를 호령하던 애였어요. 늘 기죽지 않고 당당한 그 기개에 반해 제가 먼저 친구하자 했지요.
30여년 지난 지금, 늘 당당한 태도는 주변을 힘들게 하는 송곳이 되었네요. 둥글지 못한 성격 때문에 회사 생활이 힘들어 프리랜서로 일했지만 이제는 그 일도 다 끊어졌어요.
알바를 구할 때도 이건 못하고 저건 싫다 먼저 조건을 내거니 채용이 안되고요. 먹고 살 궁리를 하는지 어쩐지, 생계를 걱정하는 부모 형제 자매 친구들에게도 뾰족하게 구니까 모두 눈치만 봅니다. 도와주려고 해도 반응이 두려워 선뜻 말을 꺼내기 어려워요.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말섞기를 두려워하는 상황인데 정작 본인은 자신이 고립 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먹고 사냐 물으니, 쌀은 안먹으니 살 일이 없고, 고구마와 두부만 있으면 된답니다. 고구마는 농사짓는 본가에서 보내주고요.
그런데 최근 저역시 크게 실망한 일이 있어서 이 관계를 끌고가야하나 고민이 됩니다. 공감할 생각 안하고 본인이 다 옳다는 식의 행동에 저도 지쳐요. 도와주어도 좋은 소리 못듣고, 일자리 소개를 해도 핑계조차 없이 내칩니다.
친구는 거의 저 하나 남았는것 같은데, 연로하신 친구의 어머니가 저에게 "너는 평생 친구니 어쩔 수 없다. 연락 끊지 말고 지내달라"고 부탁을 한 일이 있어 더 마음이 괴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