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들은, 뭘 해서 먹고 살 것인가? --
북미 지역으로 영주했다가 다시 역이민하는, '유턴하는 한국인'의 수가 통계상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인들의 이민 대상지로 가장 많이 선호되던 곳이 북미지역인데, 이런 '아메리카 드림'이 옛말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그곳은 약속의 땅이 아니며 젖과 꿀은 커녕, 한국보다 더 살기 힘든 곳이 되어 가고 있다.
기본적으로 한국인들이 해외 이민이나 영주를 취득하고자 하였던 이유는 한국에서 경제활동이 녹록치 않았기 때문이다. 똑같이 노력한다고 쳤을 때, 외국에서 더 높은 수준의 생활을 할 수 있다 하면, 주저 없이 떠나 왔던 것이다. 그 대상지 중 가장 많은 게 미국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이제 미국은 과거의 그 미국이 아니다. 꼭 이민 관문이 좁아지는 것 말고라도, 거기 가서 한국인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점차 줄어든다. 그쪽 경제도 요즘 대단히 수상하고 살기 어려워들 하기 때문이다.
한국 국내에서 내수가 나쁘고 특히 자영업자들이 힘든 건 앞으로도 좋아질 기미가 없는 상황인데, 그렇다고 밖으로 나가 뭘 해보려 해도 뾰족한 게 없단 뜻이다.
이런 세상이 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이건 결국 글로벌 경제의 통합에 따른 결과일 것이다.
가면 갈수록 모든 게 통합되는 방향으로 가는 세상이다. 검색 엔진은 구글로 통합되고 있고 정보 채널은 유튜브와 SNS로 자꾸 통합되고 있으며 유통은 (한국의 경우) 쿠팡, 미국의 경우 아마존으로 갈수록 통합된다. 이게 말이 좋아서 통합이지, 사실은 글로벌한 독점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베조스나 머스크 등 슈퍼리치들이 탄생하고, 고만고만한 기업들은 하나 둘 계속해서 사라지고 있다. 복잡하게 얘기할 것 없이, 무역, 교역이 강해질수록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것이다.
인간이 하는 모든 경제 활동이, 가면 갈수록 빨라지고 통합되고 간략화되고 있다. 그건 모바일 IT 네트워크 통신과 스마트폰이 시작한 일이지만 더 중요한 건 달러 기반 경제가 글로벌하게 확장하면서 이미 예고된 일이다.
과거 방식으로, 분권화된 경제, 블록화된 경제에서라면 그 지역의 강자들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영남에서는 무슨 백화점/마트가 우월하고, 충청에서는 무슨 백화점/ 유통망이 강하다는 식으로 말이다. 산으로 따지면 노루도 있고 표범도 있고 반달곰도 있고, 그러면서 생태계가 풍성했단 뜻이다. 그런데, 지금은 오로지 쿠팡이 독야청청 독주하고 있다. 북미에선 아마존이 그렇다. 곰도 뭐도 다 없어지고, 지독히 덩치 큰 호랑이 몇 마리가 그 큰 산의 먹이를 다 싹쓸이하고 있는 판이다.
그리고 그 추세가 가면 갈수록 더 심해진다. 독점화, 양극화의 시대다. 배민, 프랜차이즈, 이런 것들이 독점적으로 먹거리 상권도 장악한 지 오래다. 개인적 역량으로 창업하여 눈부신 성공을 거둔다는 것은 멀고 먼 선사시대적 전설이 되어가고 있다. 사실 온 세계가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경기가 이뤄지는 링이, 헤비급 라이트급 미들급 상관없이 전부 다 한 데다 몰아넣는 그런 게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하게 붙어서 1등을 하지 못한다면 다 사장되는 방향으로. 무역이 고도화하면 할수록, 더 자본이 집중되는 시대인 것이다. 이게 글로벌하게 자본주의 생태계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있다.
미국이 저렇게 미쳐 날뛰는 이유는 중국이 글로벌 패권에서 너무 강해졌기 때문이다. 패권자는 두 명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가 등장했다.
나는 한국이 빨리 북미와 중국뿐이 아닌 다른 시장과 접촉하고 판을 다른 데서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문재인때 추진하다 윤석열이 중단했던 신남방 정책이 대표적이다. 빨리 제 궤도에 다시 올려야 하고 러시아와도 어떻게든 무역을 터야 한다.
한국의 작은 기업들이나 규모가 작은 사업자들도 중국 외 아시아 국가들과 빠르게 교역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재부같은데서는 늘 거시경제 통계만 중요하게 보는 것같다. 근데 거기엔 실제 국민들의 삶과 밀접한 자영업자 개인사업자들의 성취에 관한 수치는 없다. 통계만 보고 큰 가지인 대기업만 밀어줄 게 아니라고 본다. 작은 잔뿌리, 잔 가지들이 이곳 저곳으로 더 치고 나가야 한다. 그래야 한국인들이 숨을 쉬고 살 수 있다.
이주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