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아이에요.
고등학교 1학년때 절친과 싸워서
아이들 따돌림과 부적응 문제로 학교생활이 힘들었어요.
학교만 어떻게 졸업했으면 하는 맘으로 3년을 버텼어요.
조퇴도 잦았고, 단체로 하는 수행평가도 힘들어 당연히 수시는 포기했어요.
재수했는데 머리는 좋았는지, 별 노력도 하지 않고
공부도 별로 하지 않았는데
지거국 괜찮은 과에 정시로 합격했어요.
재수할때는 집에서 혼자서 공부하니 별 문제가 없었는데 대학입학하고, 다시 단체생활이 시작되니,
고딩때의 트라우마가 떠올랐는지
학교를 다니기 싫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더라구요.
괜찮은 상담쌤 소개받아, 어찌어찌 한 학기는 끌고 갔어요.
문제는 여름방학때부터입니다.
인생이 너무 재미없다고 한 아이가, 중학교때 접은 갬을 다시 시작하고부터에요.
중3때까지 모바일갬을 했는데 엄청 잘 했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계기가 있어서 스스로 갬을 끊었는데
이 갬이 얼마나 중독성이 큰 건지 5년이 지났어도 꿈에서도 갬을 한다고 해요.
어쨌거나, 다시 시작한 갬에 빠진 아이는 너무 행복하다고 하더라구요.
예전 중학교 시절은 엄청 즐거웠는데,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것 같고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갬을 하니 그동안 친구들과 교류가 없이 살던 아이에게 너무 활기찬 일상이 된거에요.
대화상대가 없으니 매일 수차례 저에게만 전화하던 아이가, 온라인에서 친구를 만나니 저에게도 의지하는 시간도 줄고, 즐거워보여서 좋긴 했어요.
우울감이 사라지니, 상담도 필요없다고 하더라구요.
또 갬을 어찌나 전략적으로 잘 하는지 주변에서 우쭈쭈해주는 분위기와 함께 다양한 사람들과 온라인에서 만나니 좋았나봐요.
저는 현실에서 사람 만나는게 힘든 아이가 온라인에서 훈련이 되서 오프에서도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지냈음 하는 맘이 커서 큰 저지는 하지 않았고, 아이 얘기도 잘 들어주고 방학을 보냈어요.
그런데 문제는 개강을 해도 여전히 갬속에서 살아요.
그나마 학교는 다니는데
그 외 일상은 잘 이루어지지 않아요.
밥도 갬하는라 잘 먹지 않아서 체중도 마니 줄고,
말로는 공부해야겠다고 하는데
이젠 그 말조차 신뢰가 안 가요.
어제도 중간고사 준비해야겠다며 공부한다고 해놓고 새벽까지 갬하다 잤아요.
어젯밤 공부는 언제 할꺼냐 물으니, 스트레스받는다고 짜증내고. 갬하다 놓친 식사 밤11시 다 되서 배고프다고, 집에 먹을것 없냐고 하니 반찬 많으니 그결 먹으라고 하니 짜증을 내는거에요. 집에 고기도 없냐면서 말이죠. 예전같으면 뭐라도 만들어줬을텐데
아이가 얄미워서 라면조차 끓여주기 싫더라구요.
아이는 지금 자취중인데 개강 직후 장염으로 고생하고, 체중도 마니 빠져서 홍삼이랑 유산균을 보내줬는데 지난 주 제가 자취방에 가서 보니 박스도 그대로여서 물어보니 귀찮아서 방치했다고 하더라구요. 물 먹는게 얼마나 귀찮은 줄 아냐는 말에 정말 할 말이 없더라구요.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아이를 기다려주고, 보듬어줘야 할 것 같은데
자꾸 저런 아이를 보니 실망스럽고, 아이를 대하는게 예전같지 않네요.
이러면 이럴수록 아이와 사이가 나빠질것 같은데
진짜 어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이 아이의 한계가 여기까지인가 싶기도 하고
맘을 비워야하나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