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엄마에게 어떤 딸이었을까요..
어제는 제 생일이었어요.
중3딸아이는 어깨가 아프다는 저에게 파스를 선물해주었어요..
파스를 사러 약국을 갔는데 어깨 통증 종류가 여러가지라는 말에 마음이 속상했다는 편지를 함께 주었지요..
비오는 저녁에 학원에 다녀오는 아이를 데릴러 가려고 하자 오늘은 음악을 들으면서 걸어오고 싶다는
아이에게 그러자 하고 간식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무화과 한박스를 사가지고 왔어요..
엄마 . 무화과가 방광염에 무척 좋대요.. 하고 내밀어요..
네 저는 방광염에 자주 걸리는 무화과 귀신이지요..
무하과가 비싸기도 하고 저만 먹는 과일을 사는게 좀 아까워서 이빨이 시리다
(실제로) 는 핑계로 안사먹었었어요..
플라스틱 과일 박스를 건네는 손과 눈빛이 어찌나 고맙던지... 그냥 그 순간 모든게.. 좋았어요.
저는 5남매 홀어머니의 맏이로 동생들을 돌보고 생활력 없는 엄마를 돌보느라 제 감정이 어떤지 잘 모르고 살았어요.. 그때 그때 헤쳐나가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아서 제 감정까지 보기에는 너무 바빴거든요..
생일이나 기념일을 챙기는 것이 익숙치 않아 아이들 낳고 처음엔 너무 어색했는데,
생일엔 면을 먹어야 오래 산다고 꼭 아이가 밥을 사요.
어제 아이 일정도 제 일정도 맞아서 스파게티를 먹으러 가서 ,,
늘 생일을 이렇게 챙기는게 엄마는 아직도 좀 어색한 것 같아 라고하자,,
어쩌지.. 난 크면 엄마 생일에 늘 모시고 여행을 가던지 이벤트를 꼭 할껀데~
엄마 노후는 내게 맡겨!! 내가 엄마 노후야!!
라며 활짝 웃어요..
뭐 딸 아이에게 노후를 맡길 생각도 그 아이에게 어떠한 부담도 주지 않을 것이지만,
말이라도 저렇게 하는 싱그러운 그 아이가 고마웠어요..
매년 돌아오는 생일이고 별 다를 것 없는 하루일 뿐인 생일이,
큰 아이가 크면서 매 회 추억이 생기고 아이의 말에 감사하게 되는 그런 날이라는 것이 신기하고
고맙습니다.
자식이란 정말 너무나도 신기한 존재여요.
좋을 때는 그 어떤 것보다도 좋고
설사 미울 때도... 모진말로도 뒤돌아서면 밉기보다 안쓰러운..
참으로 신기한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