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 시기가
'25.9.23 12:16 AM
(112.146.xxx.207)
그런 시기인 것 같아요.
이제 정말 젊음은 떠나가는 게 확실해졌고
10년 전에 몇 살이었지, 생각해 봐도 그리 어리지 않은 마흔 살
10년 뒤에 몇 살이지, 생각해 보면 어머 내가 벌써 예순 가까운가…
옛날에 할머니 할아버지 환갑 잔치를 기억해 보면 그건 아주 늙은 나이였던 것 같은데.
대학생 시절이 기억에 생생한데, 그 때는 벌써 오래 전이고
이젠 노년이 다가올 것이 너무나 확실하니, 인생의 중간 점검을 하게 되는데
엄청난 재산을 모은 것도 아니고 대단한 업적을 남긴 것도 아니고
열심히 살긴 했는데… 뭐가 딱 없는 느낌.
이 정도로 살려고 내가 그렇게나 애썼나 허무하고 허탈하고.
그런 감정이 몰려오는 나이.
그러나 정말, 남편 말씀이 맞아요.
그리고 바로 그렇게 일상에 충실하게 사는 게 우리가 세상에 나와서 할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어른 김장하’의 김장하 선생이 그러셨다잖아요.
장학금 받아서 대학 다닌 사람이 나중에 중년이 되어 찾아와,
장학금 주시며 지원해 주셨는데 특별한 사람이 못 되어 죄송합니다… 하니까
가만히 들으시다가
그런 것을 바란 게 아니야…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고 있는 거야.
라고 말하셨다고.
모든 우리들에게 보내 주는 다독임 같아서 저 말씀이 마음에 깊이 남았어요.
원글님께도 위로가 되기를 바라요.
원글님 덕에 따뜻한 집이 있고 안정을 느끼는 남편이 있고 거기서 자라난 아이들이 있고 그런 거죠.
그 아이들이 원글님과 비슷한 길을 뚜벅뚜벅 가고 있을 테고요.
…그 아이들이 혹시 노벨상을 받지 못한다고,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고 소중한 사람이 아닌 게 아니고,
원글님이 덜 사랑해 주실 건 아니잖아요.
원글님의 가족과 주변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원글님은 그냥 그대로 유일하고 중요한 사람.
그리고 말씀하신 것 중 여러 가지가 아직도 ‘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으니…
덜 교만하고 더 긍정적이고 더 사랑해 주고
앞으로 그렇게 삶을 가꾸어 가시면 되지 않을까요. 아직도 살 날은 많이 남았으니까요.
2. ㅇㅈㅇㅈㅅ
'25.9.23 12:29 AM
(1.234.xxx.233)
그렇게 말해주고 그렇게 생각하는 남편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개같은 재남편은 내 커리어도 강제로 그만두게 하고 지사무실에서 일하게 하고 아직도 보증금 4000월세고
의처증도 있고 제가 사람 만나는 것도 싫어하고 공부하는 것도 싫어합니다. 그럼 도대체 뭘 하라고
쓸 돈도 없어. 나가서 돈 벌 시간도 없어. 지만 쳐다보라고 해. 그런데 나한테 돈은 많이 안 줘
그리고 잘못된 건 지 탓은 하나도 안 합니다
거기다가 시대까지 노답.
3. 원글러
'25.9.23 12:44 AM
(58.142.xxx.152)
첫댓님 ..
저 울어요 ㅠㅠ
아니 어떻게 이런 주옥같은 댓글을 달아주실수 있는지
너무나 많은 위로와 격려가 됐어요
너무 감사해요 ㅜㅜ
4. ㅡㅡ
'25.9.23 1:25 AM
(112.172.xxx.74)
이만하면 잘했지
얼마나 더 잘하냐고
결혼생활 20년 넘는 기간동안
아이 착하고 번듯하게 잘키우고
남편 삼시세끼 따뜻한 밥 해주고
집안 편안하게 해준것만으로
더이상 더 잘할수 없다고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와 남편이 저렇게 얘기해 주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인생이에요.알아주고 인정해 주는데.
저는 비슷한 나이에 남편.자식 없고 오롯이 혼자에요.
훌륭하게 살았고 남편이랑 시간 많이 보내세요.응원해요
5. 남편 운은
'25.9.23 2:06 AM
(211.208.xxx.87)
확실히 좋으신대요. 내가 좋은 사람이어도 꼭 좋은 사람 만나지지 않잖아요.
노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봐요. 저도 그렇고 많이들 그러더라고요.
노화 그 자체가 우울의 원인이래요. 늙기 전까지는 몰랐잖아요.
6. 첫댓들님
'25.9.23 6:55 AM
(218.154.xxx.161)
정말 보석같은 댓글.
7. 빵떡면
'25.9.23 8:15 AM
(1.228.xxx.14)
덕분에 같이 위로 받았어요
원글님도 감사하고 첫댓글님도 감사합니다
저도 오십 중반에 불쑥불쑥 올라오는 두려움과 우울감에 너무 힘들어 이것저것 마음공부좀 들여다 보고 있어도 너무 힘들었는데
오늘 아침 가장 큰 위로를 받네요
나이먹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지금 내가 채워나갈 수 있는 부분을 채워나가야 겠어요